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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진 Dec 13. 2018

<응답하라 1994>의 엔딩을 기억하시나요?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어오던 PD와 작가분들이 똘똘 뭉쳐 예능이 아닌, 드라마에 도전하며 남겼던 역대급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그중에서도 나는 <응답하라 1994>를 가장 좋아했다. 특별할 것 없었던 대학 생활이자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청춘이지만, 오늘의 우리와는 또 다른 시절을 살아낸 극 중 캐릭터들이 내 곁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 같았다.


우리들의 어제와 오늘을 추억하기에 우리는 아직 너무 젊다. 그래서 내 목소리가 들린다면 응답하라고 간절히 외치고 싶은 나의 어느 시절들을 벌써 돌려보고 싶지 않다. 그 대신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엔딩 내레이션을 브런치에 기록해두고 싶었다. 브런치에 찾아오는 날이면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물론 좋은 글귀의 기준이 지극히 개인적이겠지만, 아래에 옮겨온 이 내레이션만큼은 젊은 우리에게 유익하며 꽤나 솔직하고도 감성적인 문장들이라 확신한다.




"2002년 6월 19일 신촌 하숙이 문을 닫았다. 그렇게 우린 신촌하숙의 처음이자 마지막 하숙생이 되었다.

특별할 것도 없던 내 스무 살에 천만이 넘는 서울특별시에서 기적같이 만난 특별한 인연들. 촌놈들의 청춘은 북적대고 시끄럽게, 그리하여 기어코 특별하게 만들어준 그곳. 우린 신촌하숙에서 아주 특별한 시간들을 함께했다. 울고, 웃고, 만나고, 헤어지고, 가슴 아프고. 저마다 조금씩 다른 추억과 다른 만남과 다른 사랑을 했지만 우린 같은 시간 속 같은 공간을 기적처럼 함께했다. 지금은 비록 세상의 눈치를 보는 가련한 월급쟁이지만 이래 봬도 우린 대한민국 최초의 신인류, X 세대였고, 폭풍 잔소리를 쏟아내는 평범한 아줌마가 되었지만 한땐 오빠들에게 목숨을 걸었던 피 끓는 청춘이었으며,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아날로그와 디지털, 그 모두를 경험한 축복받은 세대였다. 70년대의 음악에, 80년대의 영화에 촌스럽다던 비웃음을 던졌던 나를 반성한다.


그 음악들이, 영화들이 그저 음악과 영화가 아닌 당신들의 청춘이었고, 시절이었음을 이제 더 이상 어리지가 않은 나이가 되어서야 깨닫는다. 2013년 12월 28일. 이제 나흘 뒤, 우린 마흔이 된다. 대한민국 모든 마흔 살 청춘들에게 그리고 90년대를 지나 쉽지 않은 시절들을 버텨 오늘까지 잘 살아남은 우리 모두에게 이 말을 바친다. 우리 참 멋진 시절을 살아냈음을, 빛나는 청춘에 반짝였음을, 미련한 사랑에 뜨거웠음을, 기억하느냐고. 그렇게 우리 왕년에 잘 나갔었노라고. 그러니 어쩜 힘겨울지도 모를 또 다른 시절을 촌스럽도록 뜨겁게 사랑해 보자고 말이다. 뜨겁고 순수했던, 그래서 시리도록 그리운 그 시절. 들리는가.

들린다면 응답하라, 나의 90년대여..."


-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엔딩 내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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