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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Oct 19. 2021

버리고 비워도 즐겁다; 미니멀리스트

정리의 맛은 꽤 달콤하다


인간관계든 물건이든 정리하려면 꽤 큰 결심이 필요하다.

나 같은 경우에는 무엇이든 한번 정 붙이면 애착을 잘 느껴서 쉽사리 비워내기가 힘든 스타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채우고 나서 유지만 할 뿐 버리거나 비워내려는 노력은 딱히 하지 않았다.

내 손에 들어온 이상 소유하고 있는 자체에 더 의미를 두었다.


지금 나에겐 짐만 되는 물건도,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까지도 그냥 내 곁에 두며 지내곤 했다. 현재 당장의 쓸모보단 자꾸 나중 언젠가에 포커스를 맞추니까 아까운 마음에 더 비우지 못하고 유지했다.           


한동안은 쟁임병에 걸려서 한 번에 잔뜩 쟁여두는 습관도 가지고 있었다. 화장품부터 옷, 패션 아이템, 책, 간식 이외에도 이것저것 우선 쟁여두고 봤다. 곧 필요해질 거란 생각과 더불어 할인할 때 사야 한다는 집착들로 인해.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아끼다 똥 된 물건들도 나오고, 있었는지도 까먹고 있던 것들도 나오고, 한 번도 쓰지 않은 새 것들도 엉켜있었다. 사실 정리자체도 귀찮은 구석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있는 지금에 와선 왜 진작 버리고 비워내지 않았을까 후회가 되지만

저땐 채움이 주는 만족감과 안정감에 빠져 있었다.

뭔가 허전하고 아까운 생각들 때문에 버리지 않으니까 짐은 늘어서 자리만 차지했다.

분명 내가 평소 찾지 않았던 물건들은 결국 내일이고 모래고 한 달이고 1년이고 또 안 쓰게 될 텐데도 말이다. 조만간 다시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 라는 생각이 발목을 잡았다.

         


한창 미니멀리스트가 유행일 때도 관심 없던 내가 미니멀한 삶을 실천하게 된 계기는 바로 이사 때문이었다. 이사 준비를 하려면 당연히 내 주변 정리를 할 수밖에 없다. 그 전에는 머리로만 깨닫고 있었다면 이사는 진짜 내 몸을 움직이게 했다.

그제서야 쓸데없는 물건을 하나씩 정리하고 점점 깨끗해지는 걸 보니까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고 홀가분해졌다. 추억을 핑계로, 아깝다는 핑계로 쉽게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었던 것들을 싹 치우면서 마치 자유로워진 느낌도 들었다. 그 전에는 잘 몰랐던 정리의 맛을 제대로 느꼈다.


         

그때 이후로는 쓰지도 않을 물건을 소유하는 것보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물건만 두며 조금 가볍게 살아도 좋은 거라는 걸 깨닫고 나서 아예 라이프 가치관이 바뀌었다.

나에게 필요가 없는 것들을 굳이 다 가지고 있으려 하는  게 오히려 낭비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주기적으로 집안 곳곳 정리를 통해 물건을 버리고, 즉흥적으로 소비하는 건 지양하게 되었다.

이제는 조금만 물건이 늘어도 답답해서 자주 청소하는 버릇이 생겼고, 버려야 하는 건 미련 없이 비웠다. 중고로 팔거나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 주는 것도 꽤 뿌듯했다.



사람마다 삶의 방식은 다 다르니까 꼭 미니멀리스트로 사는 게 더 좋고 옳다는 건 아니다. 다만 직접 경험해보니 어떤 것이든 주기적으로 정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살면서 내 인생에 불필요한 것들을 정리하는 건, 나의 삶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중요한 일이다. 모든 걸 소유하고 있어야만 행복한 것도 아닌 것 같다. 때론 버리고 비우는 즐거움을 통해 얻은 간결해진 삶도 긍정적인 변화로 다가오기도 한다는 걸 잘 기억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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