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가을의 일기
나 어릴 때 소풍 전날 밤이면
히죽히죽 잠 못 들던 설렘이 있었지
다음날엔 김밥 도시락 싸는 엄마보다
더 일찍 일어나 학교 가겠다던 꼬맹이가
이제는 제 딸아이 도시락을 챙기고 있네
내 생애 첫 미라클모닝은
그때의 소풍날이었구나 싶어
피식 그리운 웃음이 나기도 해
요즘은 현장학습이라 부르지만
초등학교 입학 후 도시락은 처음이라
아침 내내 아이도 나도 함께 들떠있었지
필기구, 돗자리, 과자 간식, 손수건까지
작은 손가방 하나에 잘 챙겨 담아 들고
다녀오겠습니다 인사하는 예쁜 내 새끼
근처 공원 반나절이지만
가을 햇빛에 마음껏 뛰어놀고
옹기종기 친구들과 모여 앉아
도시락 까먹는 재미도 느껴봐
짧은 여행하듯
특별한 오늘 하루 보내기로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것들
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말 것들
엄마의 마음은 그런 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