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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옥수수를 삶는다

by 어거스트


여름이면

옥수수를 삶아야 그 계절이 채워지는 기분이다.

반복되는 살림 속에서 계절의 냄새를 느끼는 일.

그건 생각보다 든든하다.


며칠 전,

장을 보다가 마트 한쪽에서

탱글탱글한 찰옥수수가 수북하게 쌓인 걸 보았다.

한참을 고르다가 다섯 개를 골라 담았다.


겉껍질은 다 떼고

속껍질은 두세 겹 정도 남긴다.

옥수수수염도 깨끗한 건 그대로 둔다.

같이 넣으면 은은한 향이 나고

옥수수가 더 촉촉하게 삶아진다.


물을 넉넉히 붓고,

옥수수가 잠길 만큼 채운 뒤

소금 반 스푼, 뉴슈가 두 스푼을 넣었다.


센 불에서 끓이다가

중불로 줄여 30분,

불을 끄고 뚜껑을 덮은 채

10분 더 뜸을 들였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올 때

하얀 접시에 담긴 노란 옥수수는

그 자체로 여름이었다.


뜨거울 때 손으로 들고

가만히 한 알씩 베어 먹는 맛.

톡 하고 터지는 그 식감이

괜히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특별할 건 없지만

꼭 이렇게 한 번은 먹어야 한다.

옥수수 다섯 개로 충분했던 오늘,

여름이 좀 더 괜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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