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이 알려준 특별한 진실

by 이음하나

공황을 약 없이 버틴 지 10년.
누군가는 이렇게 묻는다.
“약을 안 먹어도 될 정도면, 애초에 공황이 약했던 거 아니냐”라고.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감기라고 해서 모두 병원에 가는 건 아니니까.
하루이틀 푹 쉬면 자연스레 낫는 감기처럼,
가벼운 공황도 어딘가엔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공황을
가볍다·무겁다의 무게로 나눌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공황을 버티기 위해 선택한 건 단 하나,
나에게 집중하고 건강한 마음을 다시 찾는 일이었다.

약은 그 과정을 조금 더 빠르게 돕는 역할일 뿐이라고,
나는 그렇게 믿었다.

결국 나를 치유할 수 있는 건
늘 나 자신이었다.

에피소드도 참 많았다.

나는 어둠과 닫힌 공간을 무서워한다.
그걸 알면서도 남편은
꼭 나를 데리고 세차를 하러 갔다.

그 깊고 긴 터널 속에서
사방에서 거품이 뿌려지는 순간이 되면
한겨울에 겪었던 그 공포가 그대로 되살아나는데도
남편은 태연했다.
아니, 오히려 “별일도 아니잖아”라는 식이었다.

가기 싫다고 말했는데도
늘 자기 멋대로였다.

그래서 어떤 날은
이 사람에게도 이 공포가 한 번쯤 찾아오길 바라기도 했다.
“그게 뭐 별거라고 그러냐?”는 듯한
거만한 뒷모습을 보면
뒤통수를 한번 쳐주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그래서 나는 상상 속에서라도 복수했다.
앞 창문이 갑자기 열려
물과 거품이 온몸에 쏟아져 내리는 장면.
날벼락은 남편이 받는 걸로.
그러면 묘하게 속이 시원했다. 샥ㅡ하고.

그 이후로는
세차장에 갈 일이 있으면
나는 그냥 밖에서 기다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아니 감사하게도
공황은 남편 앞에서는 아주 약하게 오거나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내 공황은 편안한 순간에 와주는 특별한 공황.

남편이 편하지 않는 존재라는 것을

잘 알려주는 공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