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이 무지 아팠던 그날.
마킹이 밀리까 손이 덜덜 떨리던 그날.
생전 처음 본 문제에 당황도 되었다.
다음날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은 지긋한 고3이 벌써 끝난 것 같았다.
미용실도 가고 카페도 가고 그동안 억눌린 모든 것을 풀어내기라도 하겠다는 각오로
신나게 보냈다.
예체능은 이제 시작이다.
나는 이제 매일 물감밥만 먹어야 한다.
성적은 가채점으로 계산했는데 평소 성적보다도 훨씬 낮았다.
실기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하기도 싫고
우리 집이 9층이었는데 그냥 여기서 확~!! 하는 나쁜 생각도 했다.
재수는 자신이 없었다.
그 학원을 1년을 또 다녀야 하는데게 정말 악몽이었다.
아침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아침점심저녁 야식까지 학원에서 먹어가며 그림만 그렸다.
대망의 성적표날.
가고 싶은 학교는 물 건너갔고 성적에 맞춰서 학교를 준비해야만 했다.
그리고 수학 등급이 매우 높았다.
학원 선생님은 성적표를 받더니 내 앞에서 쫙쫙 찢었다.
“넌 끝까지 쓸데없는 수학만.. 어후 이걸 …”
그렇게 욕을 한바탕 먹고 죽어라 맞아가며 그림을 그렸다.
가고 싶지도 않았고 생각하지 않았던 학교를 희망하고는 아니지.. 희망을 아니지
적어내고는 그 학교가 원하는 실기에 나를 맞추고 있었다.
아침에 안개를 보고
새벽에 별 보고
그렇게 지내다 보니 보기 좋게 2군데는 불합격. 한 군데만 예비 합격이 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문대 한 군데만 실기를 보았다.
합격한 친구들은 모두 떠나고
불합격한 친구들은 재수를 준비한다고 했다.
나는 예비였고 생각하지도 않은 학교라 혹시라도 붙어도 안 갈 생각이었다.
재수도 안 할 거면서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미술에 ‘미’ 자도 보기 싫었다.
무조건 미술이 없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매일 눈이 퉁퉁 붓게 울었다. 며칠을 굶기도 해서 엄마 속을 썩였다.
아니 왜 나는 그게 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을까.
대학은 아주 작은 일부인데 나는 내 인생이 끝난 것 같았다.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oo 전문학교인데요~ 저희가 신설과가 생겨서 연락드렸어요~”
전문학교가 뭐 하는 곳인지도 모르겠고
신설 학과라는 거 보면 학교겠지 싶어 엄마 몰래 상담을 받으러 갔다.
학교라기보다 두 채의 건물이 다인 그런 곳.
뭐에 씐 듯 그냥 접수까지 하고 나왔다.
돈만 내면 가는 곳이니 당연히 합격이고 그 결과까지 듣고는 엄마에게 말했다.
“나 미술 안 해. 이 학교 갈 거야”
“그래~ 그럼”
엄마는 말리지도 않았다.
혹시라도 엄마가 안된다고 하면 어쩌나 했는데
엄마는 흔쾌히 그러라고 했다.
학교에 입학 첫날.
학과에 들어서니 이 세상 꼴통들 다 모아뒀나 싶었다.
여기는 뷰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