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이상한 사람

컵은 안씻는 조용히 선생님

by 이음하나

결혼 후 일한 직장은
여직원들만 있었던 피부과였다.

피부과는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곳이었는데
입소문이 제대로 터져
그야말로 대박 피부과가 되었다.

일하는 인원이 모자라 매번 사람을 모집했는데
특이하게 간호사 자격이 있는데 관리사로
취직한 사람이 있었다.

그 선생님은 키도 작고 살짝 통통하고
화장기 없고 순수해 보였다.

말도 조곤조곤 정말 들릴 듯 말 듯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귀를 쫑긋 하고
가까이 가야 들릴 정도였으니까
시끌벅끌한 우리 팀과는
전혀 결이 다른 사람이었다.

너무 조용해서

옆에 슥- 다가와도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 였으니까

그런데 좀 특이했다.
수줍음과는 전혀 다른 특이 함이..

1. 야간 진료가 있는 날이면
저녁식사를 시켜 여럿이 나누어 먹었는데
거의 혼자 다 먹을 정도로 식탐이 엄청났다.
짬뽕을 나와 나누어 먹는데
내가 한 젓가락 덜 고나니 그릇을 통째로
자신의 앞을 가져가 입에 면을 쭉쭉 넣었다.
본인은 나누어 먹는거 별로 안좋아한다고...


2. 치료 끝난 환자들 진정해 주는 관리를 하는데
치료받은 곳 말고도 엉뚱한 곳까지
진정시켜주었다.
기억나는 에피소드 중에 여드름 치료 끝난 환자에게
기미 레이저 진정관리를 덤으로 해주고
관리실 불을 다 꺼버리고 나와서
그 어두운 관리실에 환자가 혼자 누워있다가
놀란적도 있었다.

연고를 진정크림 마냥 우아한 손짓으로

발라줘서 주변 선생님들이 웃음이 터진적도 있었다.



3. 여러 선생님이 개인컵을 쓰고 있었는데
씻어둔 다른 선생님컵을 자기 것처럼
쓰고 있었다.
주의를 주었지만 계속 그런 행동을 반복했다.
좋다. 쓰는 것까진 그럴 수 있는데
물을 마시고는 그냥 엎어놓길래 깜짝 놀랐다.
여태 물을 마시고 안 씻어둔 거냐 물으니

"제가 더러우세요?" 했다.
그 말에 아무도 답을 못했다.



다들 이상하다고 했다.
느껴지는 기운도 이상해서 모두들 거리를 두었다.

어느 날도
평소처럼 출근을 했고
평소처럼 일과를 준비하며

모두들 단정하게 유니폼을 갈아입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일을 하고 있었다.

오전 11시 좀 지났을까?
갑자기 뭔가 휙 지나가면서

"저는 더 이상은 흑..."

인포에는 나와 실장님이 있었다.

"실장님! 방금 뭐 예요?"
"뭐야 뭔데 "

인포에서 실장님은 무전을 했다.

"취익췩익, 혹시 방금 나가신 분 누구죠?"
"저는 안 나갔어요"
"저는 1 진료실이에요"
"저도 관리실입니다"
"저도요.."저도요~~"

모든 선생님들이 무전을 받아주었다.

보통은 동료나 팀장에게
이야기를 하고 나가는데 아무도 나간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고 있었다.

나간 사람은 그 이상한 선생님있었다.

병원이 발칵 뒤집혔고
사라진 약이 없는지 없어진 물건이 없는지
확인했다.

모든 게 그대로인데
딱 그 선생님만 사라졌다.

전화도 문자도 연락을 안 받고 안 해주었다.

다들 어쩐지 이상했다~
기분이 싸했다~
사고? 칠까 걱정되었는데...

하며 선생님의 퇴사를 반겼다.

그렇게 내가 만난 네 번째 이상한 사람은
정말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한 석 달쯤 지났을까?
우편물 하나가 도착했다.
받는 사람 이름이 그 선생님있었고
한동안 찾아가는 주인 없는 우편물은
데스크에 꽂혀 있었다가
또 몇 달이 흘러
드디어 열리게 되었다.

계절이 바뀌어 버릴 건 버리고 해야 하는 시기라
뜯어보았더니

'ooo님 후원을 감사합니다.'

한 달 3만 원쯤 기부하는 내용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다름을 이상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우리가 쓴 이상한 색안경..

우리가 했던 아무렇지 않은 행동들이
그 선생님은 불편하고 배려받지 못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식대를 아껴 기부를 하고
환자를 정성껏 돌보려는 마음을
우리와 조금 다르게 표현한다고
이상하게 생각한 우리들.
철이든 지금 생각하면 그렇다.

지금은 왠지 어디선가 좋은 일 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 같은

내가 만난 이상한 아니 나와 다른 사람.



아니 그래도 컵 사건은 아직도 이해 안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