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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월 Dec 08. 2020

사고 싶다고 전부 살 수는 없다

구입의 원칙

이번 글에선 불필요한 물품의 구입을 예방하는 방법 즉, 구입의 원칙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 지금 당장 여러분의 스마트폰 쇼핑 어플들의 장바구니를 한 번 들여다보자. 혹시 사고 싶은 물건들이 가득 담겨 있지는 않은가? 아마 한 두 개가 아니라 여러 개 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따금 가지고 있는 물건들 중에 왜 구매한 건지 정확히 기억이 잘 나지 않을 때가 있다. 당시엔 엄청 필요했다고 느꼈거나 혹은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에 구매를 했지만 지나고 보면 나에게 필요한 물건이었나? 내가 이걸 반드시 샀어야 했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다. (나 역시 유명한 인스타 인플루언서의 요리 동영상을 보다 '요리용 핀셋'을 구입한 적이 있는데 이제 와 생각해보면 이걸 왜 샀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이처럼 우리는 때때로 물건을 충동적으로 구매를 할 때가 있다. 충동구매는 금세 후회로 이어진다. 공간에 물건은 넘치는데 잘 버리지 못해서 전전긍긍하거나, 결국 버리지 못해서 물건을 모시고 살아야 되기도 한다. 정리의 시작은 비움이라지만 사실 가지고 있는 물건을 버리는 건 쉽지가 않다. 그렇다면 처음 물건을 구입할 때 또는 누군가 나누어주는 물건을 받게 될 때부터 제대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1 필요한가 vs 원하는가

인터넷을 하다 보면 '어머 이건 꼭 사야 돼'라는 광고 카피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 광고 카피를 보는 순간 마치 나에게도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꼭 사야 한다.라는 느낌을 들게 한다. 해당 카피가 붙은 카테고리는 상당히 다양하다는 걸 알 수 있는데 화장품, 식품, 전자제품, 가방, 옷 등 셀 수 없는 다양한 물품들이 마치 '반드시 있어야 한다'라는 느낌을 풍기며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지금은 잘 사용되지 않지만 한때 'must have item'이라는 말도 광고계에서 즐겨 사용하던 문구로 통했다. 직역하자면 이 말도 역시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하는 물건'이라는 뜻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생필품 광고에는 해당 문구가 없다. '머스트 해브 치약'이라는 카피 문구를 본 적이 없는 것처럼 광고계에서 말하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은 역설적으로 '반드시 가지고 있지 않아도 되는 것을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는 의미이다. (광고업계 여러분 죄송합니다. 디스 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문구에 너무나도 쉽게 현혹된다. 마치 나에게 꼭 필요한 아이템인 양 착각에 빠져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극도로 편리화된 시스템을 통해 너무나도 쉽게 순식간에 결제를 해버린다.

 

@진정한 머스트 해브 아이템은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 우리에게 필요한 첫 번째 구입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바로 물건을 구입하기 전 '꼭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필요란 반드시 어딘가에 사용이 될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을 말한다. 필요의 기준은 다음의 상황을 대입해보는 것이 좋다. 첫째, 이 물건이 없어서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지. 둘째, 지속적인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지이다. 만약 여러분이 '그 물건'이 없어 일회성의 불편함만 느꼈다면 그것은 불필요한 물건이다. 단 한 번의 불편함을 위해 새로 물건을 구입하기보다는 누군가에게 빌려서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재작년 여름 워터파크로 놀러 가야 할 일이 있었다. 당시 난 수영복이 없었던 터라 구입을 망설이고 있었는데 (사면 왠지 계속 쓸 거 같은 그 기분) 이런 고민을 옆자리 동료에게 이야기하니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 나왔다. '내가 빌려줄게. 내 거 입고가'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덕분에 난 워터파크도 잘 다녀올 수 있었고 수영복 구입 비용을 세이브했으며 수영복을 보관할 공간을 내어주지 않아도 되었다.


이렇듯 단순하게 '갖고 싶다'라는 욕구보단 '필요에 의한 소비(또는 반입)'이 중요하다. 우리는 마트를 가기 전 필요한 물품을 메모하고 방문해야 한다는 건 익히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더 많이 장을 봐 왔다면 그건 아마 마트 밖에서 미리 계획했던 목록보다 마트 안에서 노출된 정보에 의한 비 계획적인 구매로 인한 것일 수 있다. 마감 세일, 1+1 등 저렴한 물건이라 할지라도 꼭 필요한 물건인지 먼저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지금 저렴할 때 사두면 어차피 나중에 다 쓰게 되어 있다.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바로 그 생각 때문에 여러분의 집이 사람이 아닌 물건이 주인인 상태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 물건이 차지하는 공간은 우리의 생각보다 크다. 그런 물건의 홍수 속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구입의 원칙인 '필요한가'를 먼저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보자.




2 어디에 둘 것인가

구입의 원칙 두 번째는 바로 '어디에 둘 것인가'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물건이 차지하는 공간은 우리의 생각보다 크다. 치열한 고민 끝에 애써서 구입했지만 둘 곳이 없다면 그 또한 문제가 된다. 내가 로봇청소기를 구입하기 전에도 가장 망설였던 점이 바로 '보관'이었다. 로봇청소기를 충전할 고정적인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10평 남짓한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나는 바로 이 점 때문에 로봇청소기를 1년여 시간을 들여 알아보면서도 쉽게 구입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작은방에 두고 사용하고 있지만)


늘 노출되어 있는 물건도 어디에 두고 사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지만 특정 시즌만 사용하는 계절가전도 반드시 보관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여름만 사용하는 선풍기는 꺼내어 사용하고 다른 계절엔 어디에 보관할 것인지, 김장 때만 사용하는 스테인리스 대야는 어디에 보관할 것인지 등 필요에 의한 구매 이후에 생각해야 하는 구입의 원칙은 '보관'이다. 보관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그 순간 물건이 '짐'으로 전락하게 되며 당장이라도 처분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제아무리 미니멀 라이프라고 해도 사람은 아무것도 없는 빈 집에선 살 수 없다.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물건들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내가 구입한 혹은 나눔 받은 물건들이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고 또는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아 스트레스를 유발한 경험이 있다면 오늘의 '구입의 원칙' 글을 통해 앞으론 물건을 집에 들이기 전부터 계획적인 반입으로 관리하여 보다 쾌적한 공간을 가꾸어 나가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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