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납의 10원칙-1
결혼 전 월세를 전전하며 자취하던 시절에 난, 단 한 번도 풀옵션에서 지내본 적이 없다. 이유는 다름아닌 옵션 물건들 때문이었는데 내가 입주하기 전 어느 누가 살았는지도 모르거니와 앞선 세입자들이 얼마나 청결하게 옵션 물품들을 사용했는지 보증되지도 않을뿐더러 이 손 저 손 탄 물건이 마침 재수 없게 내 차례에서 고장 나는 경험도 하고 싶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다. (모든 세입자들이 옵션 물건을 함부로 대하고 지저분하게 사용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1년의 월세 계약이 끝나 이사를 갈 무렵엔 1인 가구 치고는 제법 많은 짐들을 늘 이고 지고 다녀야 했다. 대형 가전부터 소품까지 싣고 다녀야 하는 부담을 안고 살다 보니 이사 횟수가 늘어갈수록 에너지도 고갈되고 꾀가 늘어나 짐을 간소화하기 시작했다. 나중엔 이사 시간마저 단축할 수 있도록 복사 붙여넣기 수준으로 짐을 관리했다. 그러면서 깨우친 것이 수납에도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편에선 최적의 수납 상태를 알고 정리하기에 용이한 10가지 방법을 소개하려 한다.
수납의 10원칙 중 첫 번째는 수납공간의 분할이다. 어떤 물품을 어느 공간에 수납할 것인지 계획하는 것은 일컫는다. 이전 편에서 기재한 대로 물품의 기능이나 사용하는 사람(이하 사용자)에 따라 나누는 방법이 있다. 물품이 가능 특정 용도나 기능을 기준으로 공간을 나눌 것인지, 또는 특정 사용자의 공간으로 나눌 것인지 계획한다. 우리 집은 현관문을 열자마자 오른 편에 작은방이 있다. 이 방은 정말 작은방이라 드레스룸으로 사용 중인데 방이 작아 드레스룸으로 쓰기로 결정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 방엔 붙박이장이 있는 데다 현관에서 들어오자마자 바로 옷을 벗어서 걸어둘 수 있는 동선이 최적화된 장소라 드레스룸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남편과 나의 옷이 이곳에 수납, 관리되고 있어서 우리 집의 모든 옷은 다른 곳을 뒤적거릴 필요 없이 이 방에서 전부 찾을 수가 있다. 이렇듯 특정 공간을 기능 또는 사용자에 맞춰 분할하면 어떤 물품이 어디에 있는지 기억하기가 쉽다. 또한 재고 파악이 용이해져 불필요한 소비를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수납의 10원칙 중 두 번째는 짧은 동선이다. 앞서 1원칙에서 이야기한 대로 우리 집의 작은방이 드레스룸이 된 이유 중엔 동선도 포함되어 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바로 작은방으로 들어가 옷을 벗어둘 수 있다. 또한 작은 방문 옆엔 스타일러를 비치해두어 스타일러가 완료된 옷을 정리하는데도 용이하도록 동선을 계획했다. 거기에 우리 부부의 사계절 모든 옷이 이 방에 있다는 것 또한 동선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함께 사용하는 물품을 한곳에 모아두니 다른 방을 넘어가지 않더라도 옷에 관련된 것은 이 안에서 모두 해결할 수가 있다. 동선이 짧게 계획된 곳이 한 곳 더 있는데 바로 욕실이다. 욕실 문 바로 옆에 화장대(라고 하기에도 민망한)가 마련되어 있어 샤워를 하고 나오자마자 얼굴에 스킨로션을 바를 수 있도록 계획해두었다. (사실 집이 너무 작아 딱히 둘 공간도 없다.) 이처럼 함께 사용하는 물품이나, 동작이 이어지는 물품의 사용 순서를 생각하고 동선을 짜두 면 훨씬 효과적으로 배치하여 사용할 수 있다.
수납의 10원칙 중 세 번째는 사용자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특정한 사용자만 사용하는 물품이라면 그 사용자의 다양한 상황들을 반영해본다. 연령이나 직접, 성향이나 취향, 기호 등 상황에 맞추어 수납을 한다. 예를 들어 영·유아가 있는 집이라면 어린이 도서나 장난감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이를 장난감 방에 모아 둔다거나, 서재를 따로 두고 있는 집이라면 서재에서 업무 처리를 할 수 있도록 노트북 충전기나 USB 따위를 모두 서재에 수납하는 형태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 집은 안방이 거실과 침실, 서재의 역할을 모두 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TV 서랍장에 바스켓으로 물품을 구분 지어 수납해두고 있다.
수납의 10원칙 중 네 번째는 물건을 분류하는 것이다. 세 번째 원칙에서 이야기한 대로 안방이 거실과 침실, 서재의 역할을 모두 소화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각각의 역할에 맞는 수납이 모두 이곳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를 해결하는 것이 바로 물건을 분류해서 수납하는 것이었다. 카테고리 별로 물건을 나누고 이를 바스켓에 담아 수납을 한다. 카테고리를 나누는 기준은 매우 다양하다. 누가 사용하는지, 언제 사용하는지, 자주 사용하는지 등의 기준을 바탕으로 분류한다. 물건의 종류는 용도 → 형태 → 크기를 고려하고, 사용 빈도를 따져 자주 사용하는 것은 중부 공간과 앞쪽에 배치하고, 상대적으로 자주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상부 공간과 뒤쪽 공간에 배치를 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밖에 계절에 따라 물건을 분류하는 방법도 있다.
수납의 원칙 다섯 번째는 비 노출 수납, 즉 보이지 않는 수납이다. 흔히들 하는 생각에 '눈에 보이게 두면 자주 사용하고 잘 치울 것'이라는 것이다. 현실은 다르다. 집 꾸미기에 열중이던 시절 월급 날마다 한 병씩 사 모으던 향수병들을 선반 위에 잔뜩 올려두고 사용한 적이 있다. 매일매일 향수를 골라가며 사용하는 재미는 있었지만 내려앉는 먼지는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았다. 이렇듯 노출 수납은 사용적인 측면에선 편리할 수는 있지만 관리의 측면에선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노출 수납보단 가급적 비 노출 수납이 유지관리가 더 용이하다. 이때 가지고 있는 물품 전부를 비 노출 수납으로 하지 않아도 된다. 비 노출 7~8 : 노출 3~2 비율 정도로 정해두거나 본인의 성향에 따라 비율을 조절하는 편이 좋다.
수납의 10원칙 중 다섯 가지를 알아보았다. 물건을 비우고 비워낸 자리를 청소하여 수납할 준비가 되었다면 이번 편에서 알게 된 수납의 10원칙 중 다섯 가지를 적용해 공간 분리 → 동선 → 사용자 → 물건 분류 → 노출/비 노출을 결정하여 어떻게 수납할지 계획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보다 체계적으로 수납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없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