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약과 궁상의 한 끗 차이
구멍 난 양말을 보니 엄마와 나눈 대화가 생각난다.
엄: 어휴 흰 양말 때 타서 어떻게 신어?
나: 때 타는 대로 그냥 신어
엄: 그거 세탁 어떻게 해? 전부 손빨래해야 할 거 아냐
나: 과탄산소다 넣고 휘휘하면 돼. 그리고 엄마,
요즘 양말은 때 타는 거보다 구멍이 먼저 나더라
엄: 맞다 맞다. 요즘 양말은 구멍이 잘 나더라
말이 씨가 됐나. 얼마 지나지 않아 양말에 구멍 났다.
내 양말은 흰 양말뿐이다. 같은 양말로 전부 통일해놔서 양말의 짝을 맞출 필요도, 무얼 신을까 고민할 필요도 없다. 그러려고 흰 양말만 신는다. 그래서 구멍 난 쪽이 오른발인지 왼발인지도 모른다.
이리 보고 조리 봐도 구멍이 뽕하고 났다. 구멍 난 양말로 청소하도 하던데 왠지 그렇게 쓰고 버리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꿰매어 신기로 했다.
양말 꿰매는 방법은 사실 잘 모른다. 뒤집어서 꿰매야 겉에 꿰맨 표시가 잘 안 난다는 것만 안다. 그냥 어떻게 꿰매다 보면 되겠지.
흰 양말이니까 흰색 실 골라서 바느질을 해준다. 구멍 메꾼다는 생각으로 위아래로 열심히 바늘을 움직여본다. 풀리지 말라고 쉭쉭 감아서 야무지게 매듭지었다.
어색한 솜씨지만 잘 꿰매어진 거 같다. 구멍 난 자리가 어디인지 사진으론 못 찾겠다.
살짝 기울여보면 흰색 실 자국이 조금 남았다. 이 정도면 아주 훌륭하다.
잘 꿰매졌나 신어보니 단단하게 잘 됐다. 조만간 엄지발가락 쪽이 구멍이 날 거 같지만.
절약과 궁상의 한 끗 차이는 바라보는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일거다.
고작 천 원짜리 양말을 구태여 꿰매 신는 게 누군가에겐 궁상맞게 비칠 수도 있다.
그래도 난, 양말을 꿰메어 신을 줄 아는 내 모습이 참 좋다.
당분간 몇 번은 더 신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