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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월 Dec 15. 2020

우리 집 욕실을 소개합니다

지긋지긋해도 좋은 걸 어떡해

인스타그램을 하며 살림에 관심이 많은 분들을 여럿 보았다. 모두 각자의 입맛과 취향으로 살림살이를 꾸려나가지만 이들의 특징을 하나 꼽아보라 한다면 집 안에 유독 공들이는 공간이 하나쯤 있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는 욕실이 그러한데 깨끗한 욕실이 주는 청결함은 다른 공간과는 유독 다르게 느껴져서 인 듯하다.


욕실을 사용하고 나면 늘 세면대엔 물때가 끼고 수전엔 물자국이 남는다. 이뿐이랴. 배수구엔 머리카락이 쌓이고 늘 물기가 흥건한 욕실 구석엔 어느새 곰팡이가 핀다. (깨끗한 곳에서 씻어야 하는데 씻을수록 더러워지는 아이러니라니) 쉽게 더러워지는 공간이다 보니 유독 욕실에 더 손이 많이 가고 신경이 쓰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욕실에 투자하는 에너지가 많아지고 다양한 욕실용품으로 나만의 루틴이 완성되어 가는 장소가 됐다.


@ 필터를 설치한 세면대 수전 모습


개인적으론 마시는 물만큼 씻는 물도 중요하다 생각해 세면대와 샤워기 모두 필터를 사용했었다. 지금은 샤워필터만 사용 중인 상태로 비타민 필터 제품을 몇 년째 사용하고 있다. 이 샤워필터는 필터 기능과 함께 보습과 향기까지 같이 느낄 수 있어 주변 지인들에게 종종 선물하거나 집들이 선물용으로 늘 추천하는 제품이다. 시즌마다 새로운 향을 출시하는데 한때는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사들여 쟁여놓기도 했을 정도. 현재는 세면대 필터는 사용하지 않지만 한 때 사용하던 제품은 수력에 의해 불이 들어오는 기능을 겸비한 제품이었다. 몇 번 사용하지 않았는데 금방 고장이 나서 그 후 한동안 필터만 교체하여 사용하다 지금은 모두 분리한 상태.



기분 좋은 욕실이 지긋지긋 해 지는 건, 물때랑 곰팡이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샤워를 한 후나 간단히 세수만 한 뒤에도 욕실을 나오기 전 욕실 전용 수건으로 물기를 전부 제거했었다. 결혼 전엔 이것이 하나의 루틴이었던 터라 씻고 나오기 전에 으레 하던 일이었는데 남편과 같이 생활하니 이마저도 바뀌게 되었다. 나 혼자 열심히 닦아도 남아있는 물기를 보고 나면 매일 닦는 건 고사하고 '나중에 몰아서 한 번에 청소해버리자'라고 변해버린달까? 청소에 스트레스받을 바엔 흐린 눈으로 쳐다보기로 마음을 바꾼 상태다.


@욕실 곳곳에 생긴 곰팡이와 전쟁 중


착붙락스, 곰팡이 제거 젤, 안 쓰는 샴푸, 치약, 구연산 등등 욕실 청소엔 정말 안 써본 제품이 없는 듯하다. 물론 곰팡이가 생기기 전 꾸준한 청소가 해결책이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가 가지고 있는 시간적인 이유로 욕실 청소가 우선순위에서 조금이라도 밀리면 곰팡이가 순식간에 생기는 건 흘러가는 세월만큼 피할 수가 없는 현실이다. 지금은 제품들에 의존하기 전에 시간 내어 미리 하자고 다시 마음을 고쳐가는 중이다.


@ 스퀴지를 사용해 최대한 물기를 제거한다


욕실 전용 수건으로 수전의 물기를 꼬박꼬박 제거하는 건 못하고 있지만 빠짐없이 하고 있는 건 스퀴지를 이용해 물기를 제거하는 거다. 샤워 후 벽면과 바닥 타일에 묻은 물기를 스퀴지를 이용해 제거해 주면 건조 속도가 빨라지고 곰팡이가 발생하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다. 다행히 스퀴지는 남편도 잘 사용해 주고 있어 버리지 못하는 욕실 애정템.


@청소 직후의 욕실 모습


한바탕 요란스럽게 욕실 청소를 하고 나면 정말 뿌듯하다. 내가 유독 신경 쓰여하는 곳이라 그런 것도 있겠으나 욕실 청소 전후 모습은 가히 드라마틱하다. 깨끗해진 욕실을 보면 샤워하러 들어가기 아까울 정도. 늘 이런 상태가 유지되면 좋겠지만 게으른 나를 탓해야지 별 수 있나.


@레지던스에나 있을 법한 디스펜서가 우리 집에 있다


위 사진 속 제품은 출장 간 저녁, 숙소에서 인터넷으로 주문한 제품. 업무 마치고 숙소에서 샤워하다 '디스펜서가 꼭 숙박업소에만 있으라는 법은 없지!'라고 번뜩 깨달으며 바로 주문해버렸다. 그 기간에 나는 자취방 욕실 바닥에 놓아둔 샴푸, 린스, 바디워시 바닥에 생기는 물때와 곰팡이에 질릴 대로 질려 버린 상태였던 터라 유레카를 외치며 삶의 질의 달라지겠다 확신했던 순간. 순서대로 샴푸, 린스, 바디워시를 채워놓고 현재까지도 매우 잘 사용하고 있는 상태다. 삶의 질이 달라진 부분은 욕실 물건의 가짓수를 줄여 바닥에 닿는 물건은 최소화해 욕실 청소에 투자되는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다. 우리 집에 놀러 온 지인들은 무슨 가정집에 디스펜서냐고 했지만 한 번 써본 뒤 홀딱 반해 홀린 듯 구매하고 갔다. 이뿐 아니라 인스타그램 피드를 통해 정말 많은 질문을 받았던 제품으로 디스펜서의 효과를 정말이지 강력 그 자체였다.


@남편의 그루밍 도구들


위 사진은 다이소에서 구입한 연필꽂이로 남편의 면도기, 코털 가위, 족집게를 보관하고 있고 제일 아래 칸엔 치간칫솔을 넣어뒀다. 이렇게 작은 소품은 한꺼번에 담아두면 사용할 때마다 골라서 써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데 연필꽂이를 활용하니 그런 불편함은 줄여주고 세로 수납을 통해 수납장 공간도 확보되어 만족하며 사용하는 제품이다.



욕실은 우리 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면서도 힘들어하는 말 그대로 애증의 공간이다. 물때와 곰팡이로 관리와 청소가 힘들지만 깨끗한 욕실은 언제나 나를 기분 좋게 한다. 지긋지긋하지만 깨끗한 욕실이 기분 좋은 걸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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