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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른디귿 Apr 20. 2021

문 밖

모모의 시집

<이미지 출처 - pixabay>



문 밖

-정혜서



들꽃조차 자라지 않는 전쟁같이 폐허가 된 마음에 

토끼 같은 작은 모습을 하고

똑똑

벽장 속에 단단히 숨겨놓은 문을 두드린다

닫힌 문을 살짝 열으니

한 옴큼의 빛이

차차 방 안으로 스며들듯 번진다


춤출까요?

문틈으로 베어 나온 말들이

빛 안개처럼 춤을 춘다

벽 같은 창문을 열지 않아도

바람보다 가벼운 자유가 느껴진다

두 발아래 연둣빛 잔디가 깔리고

배추흰나비 한 쌍이

노란 꽃 주변을 맴돈다

사랑은 봄처럼 따뜻하게 다가와

암울에 말라 튼 일상에

습생 잡초 같은 환영을 남겨두고 떠난다


밖에는

농부가 애태웠을 

오월의 단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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