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의 시집
문 밖
-정혜서
들꽃조차 자라지 않는 전쟁같이 폐허가 된 마음에
토끼 같은 작은 모습을 하고
똑똑
벽장 속에 단단히 숨겨놓은 문을 두드린다
닫힌 문을 살짝 열으니
한 옴큼의 빛이
차차 방 안으로 스며들듯 번진다
춤출까요?
문틈으로 베어 나온 말들이
빛 안개처럼 춤을 춘다
벽 같은 창문을 열지 않아도
바람보다 가벼운 자유가 느껴진다
두 발아래 연둣빛 잔디가 깔리고
배추흰나비 한 쌍이
노란 꽃 주변을 맴돈다
사랑은 봄처럼 따뜻하게 다가와
암울에 말라 튼 일상에
습생 잡초 같은 환영을 남겨두고 떠난다
밖에는
농부가 애태웠을
오월의 단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