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학교 산책
대학에 입학하던 그 해
아버지는 내게 천연 옥도장을 선물해 주셨다
선택을 하고 살아라
책임을 지고 살아라
마음을 담아 주신 것 같아 눈물이 났다
도장은 하얀빛 노란빛 회색빛 가지의 여러 빛이 났다
평생 농사지으신 투박한 아버지의 엄지손가락과 닮아서
도장을 찍는 순간이 더 신중해지고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혼자 처음으로 은행에 들러 통장을 만들고 도장을 찍을 때
아버지의 마음이 생각나 코끝이 울컥했다
빨간 동그라미 한자로 된 내 이름이 대단해 보이긴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적금 통장을 만들고 혼자서 부동산 원룸 월세 계약을 해 냈을 때
아버지와 함께하는 순간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안정되었다
도장이 사인으로 대체되고
혼자 해 내는 일이 많아질수록
잃어버린 도장처럼 아버지는 멀어져 갔다
내 인생이니 내가 알아서 한다며 소리 높이는 일도 많아졌다
더 이상 선택에 아버지가 함께 하고 있지 않음을 깨달았을 때
아버지는 이미 늙어졌다
늙은 아버지의 엄지손가락을 닮은 옛 도장은 어디 있을까
- 달콤한 게으름
제주대학교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