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늙는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노화의 현상인데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해 부쩍 흰머리가 늘었다. 거울을 보면 얼굴보다 새치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어느새 멋 내기 염색이 아니라 새치 염색을 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난 아직 젊다. 다만 또래보다 조금 새치가 빨리 찾아왔을 뿐이라 생각한다. 브릿지처럼 멋지게 늘어나는 흰머리를 보면 차라리 더 빨리 하얗게 변해버렸으면 좋겠다. 그런 날이 오면 멋스럽게 금발로 염색하고 룰루랄라 다닐 것이다.
요즘은 젊은 사람들도 나이 든 사람들도 다 젊어 보인다. 다들 옷차림을 젊게 입는 센스도 있고 피부도 어쩜 다들 좋은지 요즘 이십 대는 십 대처럼 젊고 요즘 삼십 대는 이십 대처럼 젊어 보인다. 그래서인지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다. 마흔을 목전에 둔 나도 젊어 보인다. 겉으로 보이는 노화는 어느 정도 충분히 케어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마음이 늙어가는 건 나이와 주름과는 지극히 상관없는 영역인 것 같다. 몸의 노화는 어쩔 수 없다지만 마음만은 투명하게 가꿀 일이다. '눈은 마음의 호수요.'라고 어릴 적 배운 비유법이 딱 들어맞다. 내 눈동자에 무엇을 담을지는 나만 아는 일이다. 그러니 앞으로 더 좋은 것을 보고 좋은 말을 담고 또 좋은 생각을 하며 내 눈동자의 빛을 채워나가야겠다. 내 그릇은 내가 챙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