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사람을 알아본다

by 도토리




작업을 위해 사용하는 클라우드가 계속 먹통이다. 어제저녁에도 계속 그랬다. 보안을 풀어줘야 하는데 보안 설정 알럿이 뜨질 않는다. 뭔가 시스템상 오류가 발생했는데,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범주의 일이 아니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더 이상 작업을 진행 못하고 컴퓨터를 완전히 종료해둔 뒤 퇴근을 해버렸다.

시간이 해결해줄 거야. 내일 아침이면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되겠지.. 하고 긍정 회로를 돌리며.



그러나 아침에 출근했는데 전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이러면 작업 파일을 일일이 다운로드하여서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다운로드할 자료도 한두 개가 아닌데, 백업 쉽게 하려다가 번거로워졌다 싶어서 이것저것 만져본다. 어쩔 수 없이 계속 시도를 한다. 한편으로는 일단 파일 다운로드를 눌러둔 채로..

프로그램 삭제 후 재설치도 해보고, 재시동도 해보고 모든 것을 해봤다.

클리너 앱으로 성능 최적화도 진행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지만, 되지 않는다. 할 거 많아서 일찍 왔는데.. 이러다 오전 다 날리겠네 싶은 생각이 드니, 우선 필요한 자료만 웹 드라이브에서 다운로드되는 동안 머리나 식히러 커피나 마시고 와야겠다 하고 1층 카페에 내려갔다.

마침 개발자 동료가 바 테이블에서 간식을 먹고 있다. 반갑다.




'뭐 그렇게 맛있게 먹고 있어요?'

'빵이요. 드릴까요? ^^'


'아뇨. 빵은 괜찮고요. 전임님, 혹시 맥 캐시 완전히 지우는 법 알아요? 데스크톱용 드라이브 계속 오동작이에요. 저는 아무리 해도 안되네요.... 컴맹이라서..'

'저도 잘은 모르겠는데, 좀 있다 올라가서 한 번 봐드릴게요.'


'네, 고마워요.'



그리고 먼저 자리로 돌아왔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번 더 시도했다. 어라?

된다? 왜 돼? 왜 해? 봐달라고 부탁까지 하고 왔는데 말이야.

아무래도 G사에서 어딘가에서 내 얘기를 듣고 있는 것 같다. 이건 합리적인 의심이다. 아니라면 내가 개발자의 기운을 받고 와서인가? 개발자 동료에게 메시지를 남긴다.


'개발자님께 문의만 했는데 G사 시스템이 그 기운을 받았는지 스스로 해결됐네요.:P

신묘한 프로그램의 세계.. 혹시 이것때문에 시간 쓰실까봐 말씀드려요.'

'ㅋㅋㅋㅋㅋ 다행이네요.'



오늘도 나는 이렇게 마이너스 손에 등극하고 말았다.

아무래도 기계가 사람을 알아보는 것 같다. 코드들에게도 나 호구라고 소문이 났나..?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넌 나의 행운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