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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Aug 11. 2021

이너공주




연애소설을 쓰고 싶었다.

마음이 간질간질 몰캉몰캉해지는 그런 글. 현실에서 연애라는 걸 한 지가 너무 오래되어 눈치 없이 나대는 심장을 적절히 표현할 자신이 없어서 시작을 못했다.


그러던 중 이번엔 브런치에서 공모하는 안데르센 동화 공모에 도전하고 싶었다.

내가 각색하고 싶은 동화는 '인어공주'였는데, 가물가물한 기억 속 인어공주란 동화는 왕자에게 반해서(=얼빠&금사빠) 가족 친구 주변 사람  다 버리고(=개인주의) 왕자님을 만나러 가지만(=순정파), 딴 여자랑 결혼하는 남자 때문에 결국 물거품이 된다는 슬픈 내용으로 기억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그렇게 홀딱 반해본 적은 없어서 솔직히 인어공주의 마음을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내가 각색하고 싶었던 건 사실 그 내용이 아니라 그냥 제목만 좀 차용해서 쓰려했는데 그 제목은 "Inner Princess"였다.


누구나 가슴속에 삼천원.. 아니.. 공주 하나쯤은 있는 거예요!


태어나기를 튼튼한 장군감이라 어디 가서 여자랍시고 도움을 청해본 적 없지만은 어른이 되면서 점점 더 그저 가족, 동료 혹은 그저 인류..? 로서의 삶을 씩씩하게만 살다 보니까 더욱.

나 사실 내면에 여린 공주 하나 품었던 시절이 있지 않던가.. 싶은 생각이 가끔 들었기 때문이다. 어른이란 게 되고 보니 주변의 모두가 누군가의 엄마로, 직장 동료로 혹은 아내로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걸 보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내 주변의 여자들은 생존력이 뛰어나서인지 몰라도 각자의 생을 아주 잘 책임지고 살고 있다. 하지만 그런 우리도 지칠 때가 있고 때로는 배려 혹은 케어라 불리는 것을 원한다는 점이다.

손도 까딱 안 하는 유토피아적 삶을 사는 유니콘 같은 사람이 현실에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젊고 여리고 드레스가 어울리는 유형은 아니라 해도 마음속에 일 년 중 하루 이틀 정도는 공주처럼 어화둥둥 대접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니 사실 공주라는 게 여러 유형이 있고. 동화 속 왕자들은 어쩐지 별로 활약이 없기도 하고. 게다가 요즘 멋있는 여자들이 좀 많아야지. 왕자님보단 역시 공주님이 매력 있지! 동화 속 공주들이 딴 건 몰라도 모험심 하나는 끝내주거든.



그럼에도 내 취향은 드레스를 갖춰 입고 애프터눈 티와 달콤한 디저트를 씹으며, 우아한 오후를 보내는 유형이다. 그러나 그런 삶이여. 안녕, 다음 생애에.



역시 마무리가 안되기 때문에, 결국 그 글은 쓰지 못했다고 한다.

이너 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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