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이후로 이렇게 짧은 머리는 처음이긴 했다.
남자들 이발하듯 한 달 만에 미용실에 간다. 나는 요즘 머리 자르는 데에 재미가 들렸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플 때 미용실 스태프의 정성스러운 샴푸를 받는다. 민트 오일을 두피에 발라 문질러주는 시원한 마사지를 받고 나서 머리카락을 삭삭삭 잘라내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게다가 난 언젠가부터 짧은 머리가 두렵지 않아 졌다. 어차피 길러도 안 예쁘다는 걸 깨닫고 난 뒤 그렇게 되었다. 그래서 이젠 미용실에 가서 씩씩하게 말한다.
"짧게 잘라주세요. 시원하게요."
한 시간 뒤 내 머리는 전에 없는 상고머리가 되었지만.
올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4월부터 선풍기를 찾는 그는 날이 더워지자 거실에서 에어컨을 쐬며 자기 시작했다.
나는 아침 출근 준비중었고, 그는 아직 자고 있었다. 뉴스를 틀기 위해 거실 반대쪽으로 리모컨을 가지러 가야 했다. 좁은 거실에 큰 대자로 모로 누운 그를 빙 돌아가기가 조금 귀찮아져서 퐁당퐁당 건너려고 다리를 들어 그를 넘는 순간 자고 있던 그가 아래에서 눈을 게슴츠레 뜨고 말했다.
"못생겼어. 안경 되게 안 어울려..."
잠꼬대인가싶어서 "뭐라고 했어?"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안경 진짜 안 어울린다고... 너는 안경 쓰면 못생겨진다고."라고
한번 더 확실히 말했다.
야... 너... 이....
나는 눈이 꽤 나쁘다.
사실 안경이 안 어울린다는 건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평소 외출 시에는 무조건 소프트렌즈를 낀다. 눈이 많이 아프지 않은 날에는 대부분이 그렇다. 집에 오면 씻고 안경으로 눈알을 교체하는 게 루틴이다. 가끔 피곤한 날에는 렌즈를 빼는 걸 깜빡하고 쓰러져 잠들기도 한다. 그런 나의 요즘 가장 큰 궁금증 하나는 소프트렌즈는 과연 몇 살까지 낄 수 있냐는 것이다. 아무튼 안경과 렌즈 사이를 오가는 반 뺑글이 생활은 오래된 내 생활 패턴이다. 당연히 결혼 전에도 후에도 쭉 그랬고. 그런데 지금 새삼?
어느 날엔 그가 나보고 짧은 머리가 싫다고 했다. 왜 자꾸 머리를 자르냐고.
한 번 자르고 나니 짧은 머리가 편한 걸 어쩌니? 아침에 머리 말리는 시간도 아깝기도 하고. 손질도 잘 못하고. 긴 머리가 좋으면 네가 드라이를 해주던가.. 다이슨을 사주던가... 어차피 기른다고 청순하지도 않은 육신인데 말이야. 아무래도 멋대로 머릴 자른것에 대한 복수인 것 같다.
그러나 익히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아침 댓바람에 들은 못생겼다는 말은 이성을 누르고 감정이 앞섰기 때문에 기분은 별로 좋진 않았다. 아침엔 좋은 기분으로 시작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너는 곧 잠에서 깨어 정신을 차리고 이런저런 부연설명을 덧대었지만 늦었다 늦었어. 눈치 챙기자.
그를 나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는 내 친구들아. 제발 이 글을 읽도록 하자.
이게 바로 리얼리티 넘치는 쀼의 세계란다.
추신:
이 글을 보고 있는 남편님아. 내가 이렇게 증거를 남겨두겠다.
그러니 알아서 잘하도록 하자.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