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중얼중얼 설명하고 때로 반성하는 일기 같은 에세이(라고 우기고 있는)를 쓰며 생각한다.
에세이는 일기와 달리 한층 더 내밀한 일상의 한 장면을 중심이 되는 뼈대와 장식적인 살로 잘 분리하여 재료로 가공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그걸 다시 팩트와 의견으로 잘게 쪼개어 가루를 만든 뒤 다양한 단어라는 디테일을 더해 정성 들여 반죽을 해서 재조립하는 솔직함으로 만드는 빵 같은 거라고 한다. (빵 최고!)
그래야 그 글을 읽은 독자가 이거 뭐 싸이월드에나 끼적이지 하는 글이 아닌, 이런 의견(혹은 삶)도 있구나라며 글에 어느 정도 납득을 해준다고 하는데... 독자를 설득하고 매료시키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기보다 훨씬 솔직해야 하고 그 주제는 보편적이어야 하면서도 곁들인 에피소드는 나름대로 유니크해야 한다고 한다. 그 생각을 하고 나니 과연 한 명의 독자에게라도 내 삶의 태도를 납득시키는 게 가능하기는 한 걸까?
아무튼 솔직하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어떤 에세이는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하고, 어떤 글은 결혼이 싫다고 한다. 누군가는 자기가 정신장애가 있다고 했고, 어떤 이는 환경에 대해 설파했다.
그럼 나는 어떤 이야기를 솔직하게 할 수 있을까? 기다리는 이는 없는데 쓸 데 없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어쩌면 더 이상 솔직해지지 못해서 영영 에세이가 아닌 멋 부린 일기장에 머무르게 되는 건 아닐까 하면서..
미안해. 솔직하지 못한 내가. (미안해 라떼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