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여전히 팥쥐다.
내 마음의 모나고 못난 부분에 '팥쥐'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오늘의 글은 그래서 '팥쥐의 일기'이다.
누구에게나 살갑게 굴 수 있는 나 자신이 엄마에게 하는 무뚝뚝한 행동들을 볼 때면... 나는, 콩쥐의 가면을 쓴 팥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엄마에게 잘해야지 나중에 울어봐야 소용없지... 하고 생각은 하는데 한 번도 '엄마, 사랑해' 하고 살가운 말을 내뱉은 적이 없다. 경상도 여자인 울 엄마는 분명 '얘가 왜 이래' 하면서 세상 해맑게 웃어줄 텐데.
울 엄마는 몇 해 전, 두 번째로 찾아온 뇌출혈에 몸이 불편해지셨다. 아들 딸을 모두 출가시키고 이제 막 홀가분해진 그녀의 나이는 61살이었다. 젊은 취향의 패션센스를 가진 마냥 소녀 같고 예뻤던 울 엄마. 마냥 여자 같던 그녀는 아프면서 종종 아기가 되곤 했다.
200일 정도 된 둘째를 안고 지하철과 버스를 탔다. 1시간이 넘는 거리의 병원을 점심 면회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종종거리는 마음으로 다녔더랬다. 땀 범범으로 찾아간 내게 엄마는 한 번도 힘드니까 오지 말라는 말을 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주위 사람의 만류에도 내가 밥을 먹여주는 걸 원하셨더랬다. 매일 오지 않으니 이거라도 해야 한다고 하셨었다. 짧은 면회시간을 뒤로하고 첫째 아이의 하원 시간을 맞추기 위해 또, 종종거리는 마음으로 돌아설 때마다 왠지 섭섭한 마음이 조금씩 자라났다. 그래 아프시니까 아기가 될 수 있지라고 생각하며 팥쥐의 마음을 덮어두었다.
여차저차 이제는 한 집에서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3년쯤 함께 살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팥쥐고 엄마는 가끔 아기가 되신다.
팥쥐는 언젠가 불효자는 웁니다를 부를 것 같지만 그때는 소용없겠지.
콩쥐의 마음을 훔쳐와야 할 텐데... 방법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