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모든 것이 힘에 부쳤다.
사람들의 태도에 일일이 신경 쓰는 스스로에게 질려버렸고, 일에 대한 회의감은 해소되지 않아 짜증이 되어 찾아왔다. 나는 이 기분이 모두 PMS때문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몇몇 사람을 귀찮게 하고 말았다. 퇴근을 하고 샤워를 한 뒤 창문을 열어둔 채 가을밤 공기를 느꼈다. 근처를 지나는 도로에서 간헐적으로 들리는 자동차 소리와 낮게 깔아 둔 음악이 어우러져 묘하게 나른해졌다.
방금 마신 맥주 때문이다. 나는 맥주캔을 손에 든 채 책을 펼쳤다. 누구나 자신만의 동굴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마 오늘은 여긴가보다.
자연은 축복이다. 자연 속에 있을 때 허망과 무기력을 떨쳐버릴 수 있다. 계절마다 그 변화를 느끼며 바람처럼 마음을 달려보면 인생의 중력은 한없이 가벼워진다.
설령 가련하게도 인간을 싫어하는 사람이나
심한 우울증에 고통받는 사람이라도
자연 속에서는
기분 좋은 상냥함과
깨끗하고 힘에 넘치는 사랑을 찾을 수 있다.
자연 속에 살며 오감을 갈고닦으면
깊고 어두운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다.
건강하고 순수한 귀에는
폭풍조차 아이올로스의 거문고 음률처럼 들릴 것이다.
그 누구도 순수하고 용기 있는 자를
천박한 슬픔에 빠뜨릴 수 없다.
사계절과 마음을 주고받으며 즐길 수 있을 때
인생은 무거운 짐이 아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고독의 즐거움’
가을 저녁 바람이 제법 좋다.
시간을 내서 숲으로 가자.
숲에 가면 많은 친구를 만날 수 있다.
그들은 모두 고독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고독의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