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은 일이 모여 삶이 된다.
새벽 일찍 눈이 떠졌다. 다시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으려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고작 하루 일찍 일어난 걸 가지고 나는 괜히 부지런해진 기분이 들었다.
길-게 기지개를 펴고 일어나서 이부자리를 정리한다. 날이 추워져 창문을 닫고 잠들었기 때문에 체취 함유량이 높아진 방 안을 환기한 뒤 좋아하는 룸 스프레이를 베겟잇에 한 번 뿌려둔다.
보통의 아침에는 핸드폰 알람이 몇 차례 울리기 때문에 문을 열고 나가면 고양이가 이미 문 앞에 와있다.
오늘은 알람 없이 일어난 날이라 고양이 소리가 들리지 않기에 조용히 문을 열고 방에서 나온다.
거실에는 나보다 부지런해 이미 깨어있는 남편이 유튜브로 뭔가를 보고 있다.
나는 선반 위에 혹은 티비 앞에 동그마니 자리 잡은 채 잠들어있는 우리 집 막내 고양이 사호의 시옷('ㅅ')모양 입을 보고 있다. 세 마리의 고양이들이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평안하다. 가만히 잠자고 있는 막내 사호의 눈곱을 괜히 꼼꼼하게 닦아주고 싶어져, 안그래도 얕은 사호의 잠을 결국 깨우고 만다.
사호는 곧 다시 잠들거고 나는 출근길에 나설 것이다.
가을에서 겨울로 지나가는 계절인 요즘은 해가 느지막이 뜨기 때문에 일출 보기가 어렵지 않다.
때론 회사 거의 가까이에 와서야 하늘이 밝아지는 게 느껴지는 그런 날도 있다.
출근 길 마지막 터널을 지나면 눈앞에 계란 노른자 같은 아침 해가 떠있곤 하는데, 오늘은 시간이 일러서 그마저도 아직 산 너머에 있었다.
때론 하기 싫은 일이 모여 삶이 된다고 한다.
그렇게 하기 싫은 작은 일들을 그래도 제법 하고 싶다고 마음을 단단히 고쳐먹은 다음 자리에 앉아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