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나른한 늦은 오후에는 일이 잘 되지 않아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 휴게실로 향했다.
콜롬비아산 원두를 갈갈- 갈고 드리퍼를 꺼내어 오후 동안 마실 커피를 내렸다.
드립용 주전자의 물을 졸졸 따르다 보니 어느새 500ml짜리 투명 컵이 절반 이상 채워졌고
금방 내린 따끈한 커피에서는 어쩐지 군밤 향이 났다.
늘 계절의 변화는 코 끝으로 먼저 느껴졌다.
조용하게 밀도있는 공기가 견디기 힘들어 음악을 작게 틀어본다.
몽글몽글하고 고소한 베이직한 스콘 한 조각을 곁들일 수 있다면 더 좋겠다고 잠깐 욕심도 부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