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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Nov 27. 2023

ep.44 가위로 잘라버리기



서걱서걱.. 가위로 앞머리카락을 잘랐다. 아무리 똑바르게 잘라도 앞머리는 비뚤어 보였다. 

잘라도 잘라도 일자가 아니다. 계속 자르다가 내 헤어라인이 삐뚤어진 건가 싶어서 결국 일자로 자르길 포기해 버렸다. 나중에 미용실 가서 다시 정리해야지 하면서.


월요일아침 출근 준비를 하며 이미 샤워를 마치고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던 중이었다. 앞머리가 너무 길다는 생각은 며칠 전부터 했으니 당연히 오늘은 그날보다 더 길었을 터. 뿌리염색을 하러 미용실에 갈 거라며 자르지 않고 버티던 나날들이다. 헤어롤을 말아 드라이를 해도 앞머리는 금세 축 쳐졌다. 앞머리가 커튼처럼 눈앞을 가리니 답답하다. 


오늘 일정과 이번주 일정을 곱씹어본다. 도무지 미용실에 들를 짬이 나지 않는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마음에 여유가 없는 걸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욕실에 들어가 가위를 꺼내 들고 얇은 빗으로 앞머리를 곱게 빗어내린다. 거실 창을 통해 밖에 비가 내린 다는 걸 확인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날은 머리카락도 지금 기분처럼 푹 가라앉고 말 것이다.


앞머리를 삼각형으로 가른 뒤  옆머리는 귀에 꽃아 넘기고, 앞머리만 잡아서 곱게 결을 정돈하여 자르면 된다. 유튜브에서 보고 배운 셀프 앞머리 자르는 법이다.

앞머리를 잡아 가위질을 할 때엔, 앞머리에 눈의 초점이 맞지 않아 이것이 노안인가 생각했다. 게다가 삼각형으로 잡아낸 앞머리와 귀에 꽂은 옆머리 사이 가르마에 흰머리가 두어 개가 삐죽이 올라와있었다. 젠장.


아무튼 가위질은 계속되고 머리카락이 서걱서걱 잘려나간다. 자르기를 마친 뒤 단단한 팩 브러시로 얼굴에 내려앉은 머리카락을 털어내었다. 세면대에 떨어진 머리카락들은 샤워기를 틀어 물로 씻어 내린다.

어젯밤에 채 지우지 못했던 불안한 기분도 조금은 사라졌을까.


아무튼 피곤한 월요일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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