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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뛰는마음

시간의 밀도

완결성과 지속성

by 도토리



다니던 회사에 마라톤 동호회가 막 생겼을 때였어요.


디자인팀 막내였던 까닭으로 사내동호회에 지원해주는 유니폼 디자인을 맡게 되었습니다. 회사 로고파일을 리사이징하고 회사 메인 컬러값을 제작업체에 전달해주는 정도의 작업이라 간단했는데, 동호회를 개설한 동료분은 적극적으로 저를 회원으로 유치하기 시작했습니다.


동호회라고해도 가끔 평일 저녁 회사 근처 안양천 주변에서 달리기를 연습하는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흔한 러닝크루같은. 그 때의 우리는 크루라고 할 것도 없을만큼 멤버 수는 적었지만요.


아주 가끔 달리기를 하고 맥주를 마시고 헤어지는 루틴. 어느 좋은 계절에는 구청에서 주최하는 10km 마라톤대회도 참가하게되었습니다. 스스로 장거리레이스에 약하다고 생각하는데 어쩌다보니 뛰어지는 내가 무척 신기했어요. 그 때 페이스메이커의 중요성을 크게 깨닫기도했습니다. 혼자였다면 분명 포기해버렸을텐데, 함께 달리며 완주가 가능해지는 경험을 했거든요.


사회인지이론에서 자기효능감의 개념에 따르면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은 사회적 설득 즉, 심리적 지지와 신뢰의 영역이라고 합니다. 신뢰 가능한 사람(또는 출처)의 피드백과 격려가 해낼 수 있다는 실행 신념을 보강해주거든요.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믿음을 키울 수 있었어요.


이후 생각보다 오래 달리기를 했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다이어트가 필요하기도했고요. 달리기의 매력을 적극 어필하며 도심에서 진행하는 10k 나이키런도 친구와 함께 참가했습니다. 땀을 뻘뻘흘리며 어찌어찌 완주를 하고난 후 메달과 기록지를 받을 때의 성취감이 좋더라고요.


당시 일에서는 노력과 성취가 비례하지않아 좌절하던 때였는데, 오로지 달리기만 하면 메달을 준다니.

그게 뭐라고 완주인증서를 받았을 때에는 스스로 대견해졌습니다. 그냥 혼자 달리는 것보다 대회에 참가하는 게 더 재미있었어요. 너무 하기 싫은 달리기를 하는 마라톤을 자꾸 신청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인증'에 있었습니다. 애플워치가 없었던 시절이거든요. 초 단위의 기록을 남겨주는 기록지를 받는 게 저의 도파민을 돌게했던 겁니다. 점점 나아지는 기록지. 데이터의 변화를 즐기게 된거죠.

기록에 대한 강박으로 이어진 건 아니어서(사실 실력이 안늘어서?) 다행이었지만요.


그보다 저는 완결성이 있는 프로젝트를 선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운완이라는 키워드처럼 매일의 러닝은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단기성취를 이룰 수 있는 좋은 목표가 되어주었습니다. 그 덕에 한껏 떨어져있던 자기 효능감을 조금쯤 높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 오늘도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소리내어 말해보세요.

'할 수 있어!'라고요.






애쓰고 애쓴 건 사라지지않는다. 모두 내 안에 남아있다.
최인아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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