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6

by 도토리



조금 어려운 것 같아요.


남자가 말했고 여자는 어떤 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여자는 남자의 손을 잡아 이끌고 과거로 갔다가 현재에 머물렀다가 미래로도 향했으며 낯선 행성에도 닿곤 했다. 사실 여자는 어떤 것이든 미지근하게 좋아하지만, 남자에게 설명할 때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듯 열심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여자가 설명하는 그것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날이 많지 않았다. 왜냐하면 남자에게는 대체로 여자가 말하는 대상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다만 남자는 여자가 그 어떤 것에 대해 말할 때 하는 특유의 꼼꼼하고도 정밀한 묘사가 좋았고, 상대방이 이야기를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중간중간 되묻는 그 목소리를 듣는 걸 좋아했다.


여자는 작은 보폭으로 남자를 부지런히 따라 걸으면서 믿을 수 없을 만큼 섬세한 것들에 대해 또 어떤 날은 너무나 새로운 것들에 대해 재잘대며 이야기했다. 남자가 보기에 여자가 이야기하는 것이 많이 즐거워 보였기 때문에, 기꺼이 이야기를 듣고 있었으나 여자의 목소리가 그에게는 단지 노랫소리처럼 들렸고 내용은 어쩐지 이해하지 못하는 날들이 많았다는 사실을 한 번도 말하지 못했다. 남자는 그저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곤 했을 뿐이었다.


어떤 날은 그런 생각의 끝에 남자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곤 했는데 그럴 때 여자는 잠시 말을 멈추고 드디어 이해했다는 듯 웃는 남자를 보며 밝게 웃었다. 하지만 여자는 정말 모르고 있다. 무언가의 매력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대부분의 날들 동안 완벽히 실패했다는 사실을.


남자가 여자가 설명하는 그것을 이해하는 이변은 대체로 일어나지 않았지만 여자는 미래의 어떤 날에 이 순간을 떠올렸을 때 그 어떤 것에 대해 그녀가 이야기하고 그를 이해시켰던 순간이라고 생각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다행히 남자는 그 어떤 것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여자가 그 어떤 것을 좋아한다는 것은 이해한 것 같다.


남자와 여자는 나란히 걷고 있지만 둘은 그렇게 멀리 있었다. 각자의 동그라미 안에.

그렇지만 언젠가는 서로의 세계가 낯설지만은 않은 시간이 오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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