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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 가르쳐준 단단함"

글쓰기로 자신을 다시 세운 한 직장인의 성찰 이야기

"불안이 가르쳐준 단단함"

글쓰기로 자신을 다시 세운 한 직장인의 성찰 이야기


불안이 가르쳐준 단단함_글쓰기로 자신을 다시 세운 한 직장인의 성찰 이야기 1

1년의 시간, 다시 나를 바라보다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중국으로 이동한다고 한 게 엇그제 같은데 벌써 일 년이 지나셨네요."


오랜만에 만난 사부장의 인사였다. 일요일 저녁, 모처럼 한국에서 온 손님과 식사를 함께했다. 베트남 근무 시절 알게 된 거래처 관리자였다. 사부장은 해외 주재 생활 20년 경력이 있어 내 상황을 짐작하고 있었다. 성과 없이 자리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아는 사람이다. 그는 3년 전 귀임 후 한국 본사에서 근무 중이었다. 흔치 않은 경우이다. 오랜만에 마주한 얼굴 앞에서 나의 지난 1년이 떠올랐다. 중국 리턴 후,근무 1년, 낯선 환경 속에서 버텨온 시간이었다.



불안이 가르쳐준 단단함_글쓰기로 자신을 다시 세운 한 직장인의 성찰 이야기 2

불안 속에서 버티는 직장인의 하루

조직생활이 길어지면 누구나 체감하게 된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자리를 지키기 어렵다. 위로 갈수록 자리는 줄어든다. 의자 뺏기 게임처럼 음악이 멈추면 누군가는 자리를 잃는다. 30년 가까운 직장생활 동안 수많은 경쟁을 지켜봤다. 성과를 내도 잠시의 안도감뿐, 다시 새로운 불안이 찾아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불안은 일상이 되었고, 일의 동기가 되었다. 성과가 없을 때는 불안했고, 성과를 내면 잠시 안심했다가 또다시 불안해졌다. 불안은 늘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불안이 가르쳐준 단단함_글쓰기로 자신을 다시 세운 한 직장인의 성찰 이야기 3

무너짐이 남긴 질문

10년 전, 회사에서 나는 조직에서 배제되는 실패를 경험했다. 3년간 온 힘을 기울여 기획하고 진행했던 브랜드에서 제외됐다. 무너지는 경험이었다. 나의 인생 전체 경력과 노력이 무시당하고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자신감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존재의 이유를 잃은 듯한 공허함이 몰려왔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살았을까?" 삶 전체를 의심하게 되었다. 무너짐의 이유를 알고 싶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고 싶었다.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왜 늘 불안한지 이해하고 싶었다. 답을 찾지 못하면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았다.



불안이 가르쳐준 단단함_글쓰기로 자신을 다시 세운 한 직장인의 성찰 이야기 4

책을 펼치며 시작된 새로운 길

나는 책을 집어 들었다. 누가 시킨일도 아니었고, 의미감도 없었다. 유튜버의 독서 권장 영상을 보고 결정한 일이었다. 원인을 알고 싶었다. 책 속에서 나의 과거를 비추며 원인을 찾기 위해서 독서에 열중했다. 위로를 주는 책은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읽을수록 마음만 흔들렸다. 위로보다는 팩트를 정확하게 이야기해주는 책이 도움되었다. 도움 받은 책들은 대부분 철학, 역사, 심리학, 뇌과학 책이었다.


읽는 동안 마음속에서 낯선 질문이 떠올랐다.

"왜 나는 타인의 기준에 관심을 두지 않았을까?"

"왜 나는 인정받지 못할까봐 늘 불안했을까?"

책 속의 저자는 나보다 먼저 경험했고 경험을 바탕으로 질문했다. 그들의 통찰이 나의 거울이 되었다.


독서는 나를 관찰하게 했다. 이전에는 외부 탓을 했다. 환경, 상사, 조직, 운명을 원망했다. 책을 읽으며 비로소 마음의 초점을 안으로 돌렸다. 변화를 이끄는 힘은 환경이 아니라 인식이었다. 읽기만으로는 부족했다. 생각은 떠오르지만 금세 흩어졌다. 책쓰기를 배우기 위해 입과한 클래스에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불안이 가르쳐준 단단함_글쓰기로 자신을 다시 세운 한 직장인의 성찰 이야기 5

글이 마음의 지도

시작부터 서툴렀다. 단 세 줄 문장도 쓰기 어려웠다. 일기쓰기를 하기로 했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 그저 감정이 이끄는대로 썼다. 쓰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정리하다 보니 감정이 드러났다. 감정을 기록하다 보니 문제의 근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글은 내면을 해부하는 도구였다.


한 줄, 한 문단이 마음의 구조를 드러냈다. 두려움, 후회, 분노, 미련이 종이 위에 올랐다. 읽으며 스스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문제의 원인이 외부에만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글은 진실을 숨기지 않았다. 감정이 정리되자 현실이 명확하게 보였다. 해결책이 조금씩 떠올랐다.


글을 쓸수록 마음이 단단해졌다. 문제의 본질을 언어로 정리하면 통제가 가능했다. 글쓰기는 기록만의 의미가 아니라 회복의 과정이었다. 하루하루 기록이 마음의 구조를 바꾸기 시작했다.



불안이 가르쳐준 단단함_글쓰기로 자신을 다시 세운 한 직장인의 성찰 이야기 6

상식과 설득의 철학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의 세 가지 조건을 말했다. 말하는 사람의 인성, 듣는 사람의 감정, 말에 담긴 논리.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사람은 움직인다. 논리보다 감정이 먼저 설득을 만든다.


직장생활의 경험이 아리스트텔레스의 말을 증명했다. 데이터로만 말하려고 했던 나는 신뢰를 얻지 못했다. 인간적인 태도로 다가오는 사람은 몇 마디로 마음을 움직였다. 말의 힘은 논리보다 온기에 있었다.


설득의 출발점은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태도다. 나는 그동안 나의 논리를 앞세웠다. 상대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통찰을 읽으며 관점을 바꿨다. 내가 옳다고 믿는 상식이 모두에게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나의 기준은 나에게만 통한다. 타인의 세계를 이해해야 소통이 가능하다.


철학적 사실을 이해하면서 일뿐 아니라 글쓰기에도 변화가 생겼다. 글을 쓰는 이유가 달라졌다. 이제는 나를 위한 기록이 아니라 누군가의 이해를 위한 글을 쓰고 싶어졌다.





불안이 가르쳐준 단단함_글쓰기로 자신을 다시 세운 한 직장인의 성찰 이야기 7


식사 자리에서 얻은 배움

한국에서 온 손님과의 저녁 자리에서 나는 나의 이야기를 했다. 중국에서의 1년, 불안한 자리, 글쓰기로 버텨온 시간. 식사 자리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인생 이야기로 이어졌다.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어떻게 달라졌는지 설명했다.



이야기를 들은 사부장이 말했다.

"저도 글쓰기 한 번 해보고 싶네요. 이야기를 들으니 저도 부장님처럼 문제가 있는데 문제를 해결하셨다고 하니 저도 글쓰기를 통해서 해결하고 싶습니다."


뜻밖의 반응이었다. 단지 나의 실패 경험을 말했을 뿐인데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마음에 닿은 순간이었다. 실패담이 공감으로 이어지고, 공감이 희망으로 바뀌었다.


이제 글은 나만의 회복 도구가 아니다. 다른 사람의 내면에도 불을 켤 수 있는 언어이다. 나의 결핍이 타인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불안이 가르쳐준 단단함_글쓰기로 자신을 다시 세운 한 직장인의 성찰 이야기 8

새로운 시선으로 본 불안

불안은 늘 삶의 그림자처럼 따라 붙는다. 한때는 불안을 없애고 싶었다. 글쓰기를 하며 생각이 달라졌다. 불안은 사라져야 할 존재가 아니라 성장의 신호다. 불안이 찾아올 때마다 글쓰기를 하며 마음을 들여다 본다. 무엇이 나를 흔드는지, 어디에서 오는 감정인지를 살핀다.


들여다보는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불안은 두려움이 아닌 나침반이 된다. 두려움의 방향이 내가 성장해야 할 지점이다. 회피보다 관찰이 필요하고 관찰은 글쓰기에서 시작된다.


삶에서 중요한 일은 완벽한 자리를 지키는 일이 아니다. 무너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기르는 일이다. 내면의 힘은 글을 통해 단련된다. 글쓰기는 생각의 근육을 만드는 일이다.



불안이 가르쳐준 단단함_글쓰기로 자신을 다시 세운 한 직장인의 성찰 이야기 9

인생의 언어를 다시 배우다

30년을 일에 매달리며 직장인으로 살아왔다. 성과와 결과만이 나를 증명한다고 믿었다. 삶의 가치는 일의 크기가 아니라 마음의 깊이에 있었다. 글쓰기를 통해 나를 다시 배운다. 이전에는 직장인으로만 살았다면, 지금은 삶을 기록하는 사람이다.



사부장의 인사말이 여전이 마음속에 남아있다.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이제는 안부 인사 질문에 답할 수 있다.

"글을 쓰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환경이 바뀌지 않아도 태도는 바꿀 수 있다. 태도가 바뀌면 시선이 달라지고, 시선이 달라지면 삶이 달라진다. 하루의 기록이 마음을 회복시키고, 회복된 마음이 다시 일을 이끈다.


글쓰기는 나를 세우는 행위이자 나 자신을 다시 믿게 만드는 과정이다. 오늘도 한 문장을 적으면 마음을 다진다.

"나는 지금, 잘 지내고 있는가."

질문에 흔들리지 않고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나의 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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