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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반복만이 살길"

단단함은 느리게, 그러나 반드시 자란다

"꾸준한 반복만이 살길"

-단단함은 느리게, 그러나 반드시 자란다-


꾸준한 반복만의 살길 1

갑작스러운 추위, 뜻밖의 불편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졌다. 어젯밤에 샤워를 하려는데 찬물이 쏟아졌다. 아무리 기다려도 온수는 나오지 않았다. 보일러에 문제가 생긴 듯했다. 샤워실 안에서 찬 기운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추운 날에 온수가 안 나오는 건 생각보다 큰 고통이다. 날이 밝자 부랴부랴 집주인에게 연락했다. 곧바로 관리실을 통해 보일러 기사가 오겠다는 답을 받았다. 오전 중에 온다고 했지만 점심이 지나도 기척이 없었다. 오후 두 시가 넘어서야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꾸준한 반복만의 살길 2

문 앞에 선 기사는 낯익은 얼굴이었다. 작년에 보일러가 고장 났을 때 새 보일러 교체를 도와준 사람이었다.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는 장비가 든 큰 가방을 들고 익숙한 동작으로 외부 베란다 쪽으로 이동했다. 보일러는 중앙 욕실 창문을 타고 넘어가야 했다. 키작은 기사의 허리춤보다 높은 담을 넘어야 접근 할 수 있었다. 키가 작은 기사는 창문 틀을 짚고 왼쪽 다리를 창문틀에 간신히 올리며 담을 넘었다. 보일러 앞에 선 그는 버튼을 몇 번 누르더니 욕실 수도물을 틀어 보라고 소리쳤다. 나는 수도를 열었지만 물은 여전히 차가웠다.


나는 큰소리로 말했다. "아직 찬물이에요!"


기사는 다시 조작을 반복했다. 잠시 뒤, 온수가 미지근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물에서 김이 피어올랐다. 기다리던 따뜻함이 손등으로 번졌다. 기사는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나도 모르게 따라 웃었다.


꾸준한 반복만의 살길 3

낯선 언어의 벽


보일러 수리가 끝나갈 무렵, 그는 나에게 무언가를 말했다. 기술적인 단어였는데 알아듣지 못했다.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 못했어요."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되물었다.

"중국인 아니에요?"

"아니오, 한국인이에요..."


그는 놀런듯 웃었다. "난 당신 중국 사람인 줄 알았어요. 나 한국사람 처음 만나봐요! 하하하"


그제야 작년에 보일러 교체할 때도 그가 나를 중국인으로 생각하고 있었음을 알았다. 내 발음이 어눌해서 그렇게 들렸을 수도 있다. 낯설지 않았다. 현지에 살다보면 이런 오해는 흔하다. 내가 길을 잘 알려주게 생겼는지 나에게 길을 묻는 중국인도 종종 있다. 그보다 나는 오히려 안도했다. 한국인이라는 걸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곳엔 한국 사람이 거의 없다. 외국인으로 주목받는 건 피하고 싶다.


보일러 기사는 돌아기기 전, 거실 책장을 흘끗 보더니 책장으로 다가섰다. 꽂힌 책들을 검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 책들, 다 한국어 책이에요?" 라고 물었다.

"맞아요."라고 답했다. 그는 머리를 좌우로 갸웃거리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중국사람인줄 알았네.."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중국인으로 보인다는 건, 어쩌면 내가 현지 생활에 적응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내 중국어 실력이 여전히 어색하다는 사실을 새삼느꼈다.




꾸준한 반복만의 살길 4

부족함이 알려주는 방향


나에게 중국 찌아싱시는 세 번째 임지다. 중국 상해에서 6년 근무가 첫 번째였고 이번이 세 번째다. 중국어는 여전히 어렵다. 일상의 단어, 문장이 아닌 낯선 단어와 문장은 낯설다. 두 번째 근무지였던 베트남 하노이에서 지낼 때는 영어로만 대화했다. 중국어 공부에 손을 놓았다. 지난 8년 동안 중국어를 쓰지 않다가 다시 쓰려니 알던 단어도 들리지 않는다. 다시 시작하려니 입도 머리도 멍해졌다.



요즘은 매일 온라인 중국어 강의를 듣는다. 발음 연습을 하며 따라 읽는다. 문장을 입에 붙이는 건 참 더디다. 하루에 한 문장이라도 외우자고 다짐하지만, 금세 게을러진다. 글쓰기나 운동과 마찬가지다. 머리로는 알지만 몸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책상 위에는 읽다 만 책이 쌓이고, 노트에는 시작만 적힌 문장이 늘어간다. '오늘은 피곤하니까 내일하자'는 말이 습관처럼 나온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바쁘고 피곤하다. 그런 날이 이어지면 다시 원점이다. 배우는 건 늘 어렵고, 꾸준함은 더 어렵다.



꾸준한 반복만의 살길 5

고군분투의 시간

요즘 하루 루틴을 정했다. 아침엔 운동, 점심엔 독서와 글쓰기, 저녁엔 중국어. 하루 한 시간씩만이라도 지키면 스스로에게 만족하기로 했다. 처음엔 의욕이 넘쳤지만 며칠이 지나자 흔들리기를 반복한다. 성과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문장 하나 외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글 한 편 쓰는 데 몇 시간을 써도 문장이 매끄럽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말이 있다. "꾸준함이 빠른 길이다."


오늘 이은대 대표의 책쓰기 강의 내용이다. "도전하자고 하면 힘들 거란 생각부터 한다. 그런데 쇼핑하자고 하면 즐거울 거란 생각이 먼저 든다." 결국 태도의 문제였다. 힘든 일도 '좋은 일'로 받아들이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매일 반복하는 일상이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건 '생각의 방향'이다.


생각과 태도를 바꿔보기로 했다. 문장 하나를 외울 때마다 스스로에게 말하기로 한다.

"좋아, 오늘도 한 걸음 나아갔어."

러닝을 마친 뒤엔 "잘했어, 어제보다 나았어."

책을 다 읽지 못해도 "그래도 책을 펼쳤잖아."


완벽하게 하지 못해도 괜찮다. 중요한 건 '계속 한다'는 사실이다.



꾸준한 반복만의 살길 6

꾸준함이 만들어주는 단단함


예전엔 단단해지려면 특별한 재능이나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단단함은 반복에서 생긴다. 매일 조금씩 하는 사람에게 실력은 어느새 스며든다.


보일러 기사에게 "중국인인 줄 알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내 안에서 든 생각이다. "그래, 나도 이곳에 조금은 익숙해졌구나.' 아직 어눌하지만, 매일 발음 연습을 하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그건 실패가 아니라 성장의 증거다.


독서, 글쓰기, 운동, 언어공부. 이 네 가지는 나의 일상 루틴이 되었다. 하루 한 시간이라도 반복하면 며칠 후엔 체력이 달라지고, 몇 달 후엔 문장이 달라지겠지. 몇 년 후엔 삶이 달라질 것이다.


꾸준함은 결과보다 태도의 문제다. 오늘 한 걸음이 내일의 나를 만든다. 천천히 가도 괜찮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단단해진다.


꾸준한 반복만의 살길 7

반복의 힘을 믿는다.

보일러의 불이 다시 켜지고, 따뜻한 물이 손등을 감싸던 느낌이 지금도 남아있다. 기다림 끝의 온기였다. 공부와 글쓰기, 운동도 마찬가지다. 당장은 차갑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따뜻해지리라. 오늘도 문장 하나를 쓴다. 단어 하나를 외운다. 땀을 흘린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건 반복이다. 꾸준한 반복만이 살길이다. 단단함은 하루의 작은 반복이 쌓인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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