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다스린다는 건 감정을 억누르는 일이 아니라, 방향을 바꾸는 일이다.
"에너지를 태우지 않는 법"
화를 다스린다는 건 감정을 억누르는 일이 아니라, 방향을 바꾸는 일이다.
스스로를 태우며 살던 시간들
연어는 태어난 강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거친 물살을 거슬러 오른다. 오직 본능 하나로 업스트림을 향해 거슬러 오르지만, 여정의 끝은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산란을 마치면 생명을 다한다. 고로쇠 나무도 비슷하다. 한 그루 나무에서 최대 18리터의 수액을 얻을 수 있지만, 한계 이상을 뽑아내면 나무는 말라 죽는다.
오늘 문장 공부 미니특강 시간에 들은 이야기가 여운이 깊게 남았다. 연어와 고로쇠 나무는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모두 쏟아낸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 뒤 소멸한다. 나는 이야기를 들으며 지난날의 나를 떠올렸다. 내가 갖고 있는 에너지 한계 이상을 소진하는 삶을 살았다.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해서 몸과 마음을 내던져 일했다. 감정조차 일을 우선시하며 다뤘다. 억울한 일이 생기면 불같이 화를 냈고, 서운함이 쌓이면 폭발하고야 말았다. 한동안 스스로를 분노조절 안 되는 사람이라 여겼다. 누가 건드리면 불이 붙었고, 일이 끝나면 사람은 떠났다. 나중에서야 알았다. 나는 화를 낸 게 아니라, 내 안의 에너지를 태우고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예전처럼 화가 나지 않는다. 감정을 억누르는 게 아니라 생각과 관점을 바꿨다. 에너지를 흩트리지 않고 내 안으로 에너지를 돌리는 방법을 배우고 익혔다. 독서와 글쓰기 덕분이다. 이제는 화를 내지 않는 이유가 아니라 화낼 일이 사라진 이유를 안다.
소진된 마음이 만든 화의 불씨
화가 났던 감정 폭발은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서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본능적 방어였다. 피로가 쌓이면 감정의 문턱이 낮아진다. 작은 일에도 예민해지고 말 한마디에 마음이 흔들렸다. 회사 업무를 내 인생 사업이라고 생각하며 일했다. 하루 3~4시간도 못자고 휴일도 없이 날밤을 새며 일했다.
직장에서 내가 한 노력을 알아주지 않을 때, 누군가의 무심한 한마디가 상처가 되었다.
"야근은 혼자 좋아서 한거 아니야?"라는 말이 모든 수고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그때마다 마음속에 불이 붙었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화약이 되어 쌓였고 트리거가 될만한 누군가의 의미없는 말 한마디에 폭발했다.
폭발 후에는 공허함만이 남았다. 사람들은 나를 피했다.
'왜 그렇게까지 화를 냈을까...?'스스로를 탓하며 후회했지만 소용없었다. 주변에 사람이 남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문제는 화를 낸 상황이 아니라 소진된 나의 마음이었다. 감정의 여유가 바닥났고, 더는 감당할 힘이 없었던거다.
인정받지 못한 마음의 피로
화를 다스리지 못했던 이유는 성격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인정받지 못한 마음의 피로가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피로는 다섯 가지 형태로 드러났다.
첫째, 알아주지 않는 무관심.
누군가의 무심함은 상상 이상으로 상처를 남겼다. "자기가 좋아서 야근했으면서 무슨 유세야?!"라는 말 한마디가 수개월의 나의 노력을 무너뜨렸다. 딱히 감사하다는 인사를 바랐던 건 아니다. 다만 나의 마음을 알고 인정해주길 바랐다. 나의 노력이 쓸데없는 나만의 놀이로 취급받는 건 존재 이유를 지우는 것만 같았다.
둘째, 억울함에서 비롯된 감정의 폭발.
옳다고 믿는 일을 했는데 결과가 뒤틀리면 억울함이 치밀었다.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비난이 내게로 향했다. 이유는 내가 나서서 일했기 때문이었다. 가만히 있었다면 내가 욕먹을 이유가 없었다. '일한 사람이 욕먹는 상황이 불공평하다'는 감정은 분노로 변했다. 억울함은 화보다 오래 남았다. 기억이 쌓일수록 마음의 온도가 높아져서 폭발했다.
셋째, 무시당했다는 감정.
의견이 묵살되거나 대화에서 배제될 때, 존재가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존중받지 못한 관계 속에서 화는 자기 방어의 언어가 되었다. "내가 성과를 냈다"는 신호를 보내면 받아들여질 줄 알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나대는 사람으로 낙인 찍히자 분노했다.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분노로 표현된 셈이다.
넷째, 과도한 책임감.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를 먼저 탓했다. "내가 더 잘했어야 했어."라는 생각이 습관처럼 붙었다. 타인의 일까지 떠안았고, 해결되지 않으면 좌절했다. 모든 걸 짊어지면 결국 쓰러지게 된다. 책임감이 아니라 통제욕이 나를 지치게 했다.
다섯째, 인정받지 못한 수고에 대한 상실감.
성과 중심의 조직에서는 과정이 보이지 않는다. 결과만 평가받는 환경 속에서 노력은 자취를 감춘다. 누구도 나의 열정을 기억하지 않을 때, 마음은 텅 비었다. 인정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건 피로감과 허무뿐이었다.
다섯 가지 이유가 얽히며 마음속 에너지는 점점 말라갔다. 화를 낸다는 건 결국 '나를 봐달라'는 무언의 외침이었다. 지금은 안다. 타인의 인정에 기대면 마음의 주도권을 잃게된다. 이제는 나 스스로 내 안의 기준으로 나를 인정해주는 연습을 한다.
태도를 바꾸면 감정의 방향이 바뀐다
화를 다스린다는 건 감정을 억누르는 일이 아니라 태도를 바꾸는 일이다. 나는 작은 습관들을 바꾸면서 삶이 달라지는 경험을 했다.
첫째,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의 구분
예전에 나는 나에게 닥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했다. 일이 꼬이면 '내가 더 해야지'라며 달려들었다. 세상은 내 의지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통제할 수 있는 일과 통제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자, 불필요한 감정이 사라졌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니 화낼 이유가 줄었다.
둘째, 상식의 차이를 인정하기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 내가 옳다고 믿는 상식이 타인에게는 낯설 수 있다. 차이를 인정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이해가 생기고, 이해는 화를 대신한다.
셋째, 감정의 상태 파악하기
상대가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라면, 아무리 논리적인 말도 벽에 부딪힌다. 이제는 말하기보다 먼저 관찰한다. '이 사람이 지금 내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을까?' 감정의 온도를 읽으면 대화의 결과가 달라진다.
넷째, 상대의 화를 개인 공격으로 해석하지 않기
타인의 화는 나를 향한 것이 아닐 때가 있다. 삶의 피로, 관계의 상처, 환경의 압박이 우연히 내 앞에서 터질 뿐이다. 사실을 이해하자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 감정의 화살을 맞는 대신, 타인의 감정과 상황을 떠올리게 된다.
다섯째, 상대의 화를 도움 요청으로 바라보기
지쳐 있는 사람은 종종 화로 자신을 표현한다. "나 힘들다"는 말을 대신해 화를 낸다. 그럴 때는, "왜 화내?" 대신 "많이 힘들었겠다"라고 감정을 살핀다. 감정을 읽어주는 말 한마디가 관계를 바꿨다.
다섯 가지 태도 변화만으로도 내 일상은 훨씬 평온해졌다. 화를 다스린 게 아니라, 감정의 방향을 바꿨다.
폭발 대신 회복을 선택하기
감정을 다스리려면 억누르는 대신,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 감정이 폭발하기 전의 루틴을 만들어두면 도움이 된다.
첫째, 감정 점검 일기 쓰기
하루의 기분을 한 줄로 기록한다. '피곤함', '답답함', '감사함'처럼 단어로 남기면 감정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둘째, 멈추기와 숨쉬기
화가 올라올 때는 즉시 반응하지 않는다. 3초만 멈추고 숨을 깊게 들이쉰다. 생각의 속도가 감정보다 느리면 실수하지 않는다.
셋째, 몸의 피로 신호 듣기
잠이 부족하거나, 식사 시간을 놓치면 예민해진다. 몸이 지치면 마음이 흔들린다. 기본 생활 리듬이 감정의 기초다.
넷째, 말하기 전 써보기
감정이 격할 때는 말 대신 글을 쓴다. 문장으로 표현하면 감정이 형태를 가진다. 감정이 구체화되면 통제 가능해진다.
다섯째, 관점 전환 연습
문제를 사람이 아니라 상황의 관점에서 본다. 인격이 아니라 구조로 접근하면 감정의 에너지가 줄어든다.
루틴은 화를 없애기 위해 기술이 아니라, 내 에너지를 보호하는 습관이다. 감정의 방향을 바꾸는 일은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매일 조금씩 연습하면, 분노의 불길은 점점 잦아든다.
자신을 태우지 않는 연습
연어는 생명을 걸고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인간은 그렇게 살 필요가 없다. 스스로를 태우며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 에너지를 다 써야만 가치 있는 존재가 되는게 아니다. 남의 인정을 얻기 위해 마음을 불태우는 순간, 나의 삶은 사라진다.
이제는 안다. 화를 참는 게 아니라, 에너지를 아끼는데 힘써야 한다. 타인에게 쏟던 정성을 내 회복에 돌리고, 외부의 시선을 내면의 기준으로 바꾸는 일이다. 화를 다스린다는 건 감정을 숨기는 일이 아니라, 감정의 방향을 바꾸는 일이다. 밖으로 향하던 불길을 안으로 돌리면, 불길이 나를 태울 수 없다. 오히려 냉랭한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준다.
"에너지를 다 쏟아 소멸한 연어가 아니라, 오늘의 나는 천천히 강가를 따라 거슬러 오른다.
물살은 여전히 거세지만, 물살을 정면으로 거슬러 힘으로 맞서지 않는다."
#닥책모북컨설팅
#닥치고책읽기닥치고책쓰기
#닥책모책쓰기수업
#닥책모전자책쓰기수업
#닥책모요약독서법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