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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했던 곳이 낯설게 느껴질 때,

우리는 얼마나 변했는지를 알게 된다.

늦잠을 잤다. 7시에는 일어났어야 했는데 7:30분이었다. 황급히 씻고 챙겨놓은 옷을 걸쳐입고 나왔다. 지하철 3호선 양재역에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 잰 걸음으로 걸었다. 지하철역이 가까워질수록 출근길 사람들이 지하철 양재역 3번출구 언덕 아래로 우르르 걸어 내려왔다. 지하철에서 내린 사람들의 움직임은 마치 무빙워크가 움직이는 듯했다. 사람들 숫자가 어느정도 줄어들기를 기다렸다가 아래로 내려갈 엄두를 냈다. 교대방향이라 써있는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황급히 교대방향 계단으로 내려갔다. 플랫폼에 가까워질 즈음 기차 문이 닫힌다는 신호음이 들려왔다. 황급히 열차 안으로 뛰어들었다. 기차에 오르자마자 문이 닫혔다. 숨고르기를 하며 문 위에 있는 노선도를 응시했다. 아뿔싸! 방향을 잘못 탔다. 수서방향으로 탔어야했는데… 오랜만에 탔더니 순간적으로 착각했다. 다음역인 남부터미널역이 멀게만 느껴졌다. 지하철이 다음역에 도착하자 서둘러 내렸다. 반대편으로 갈아타러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마음이 급해서인지 빌걸음도 빨라졌다. 중앙 플랫폼이 아니라 개찰구를 통과해야 건너편으로 갈수 있는 역이었다. 교통비를 또 내야한다니 돈이 아까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교통카드를 찍자 “환승1”이라고 표시되었다. 아니 환승?! 오! 추가비용이 없었다. 감사했다. 도착역에서 내릴때쯤 갑자기 배가 아팠다. 개찰구 오른편에 있는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화장실은 한가했다. 공공화장실 관리도 잘되어 있는 한국이다.


21년 넘게 다니고 있는 회사다. 본사가 삼성동에서 송파로 이사하고 나서 일년이 지났다. 해외 근무자인 나는 본사로 출퇴근할 일이 거의 없다. 본사에 가면 어디 적당히 앉아 있을곳이 마땅치 않다. 해외근무자 대부분이 한국 본사로 출근하면 겪는 곤란한 상황이다. 다행히 라이브러리 한켠 자리에 앉을 수 있다. R&D팀 이사님 배려 덕분이다. 본사에 가면 아는 얼굴이 적다. 젊은 직원들 대부분 처음 보는 얼굴이다. 그들도 나도 서로 낯설다. 만나본적 없는데 목소리와 SNS로 소통했던 직원들과 실제로 대면했다. 20~30대 젊은이들이다. 세월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마음은 여전히 젊은이 같은데 몸은 세월을 이길 수 없다. 같은 공간에서 일하며 매일 얼굴 맞대는 존재가 익숙한 법이다.


해외 주재원으로 산지 14년이다. 나는 서울집에 오면 잠시 머물다 돌아간다. 이젠 서울집에 와도 내 방은 없다. 출장 많은 직업이라 여행용 케리어가 짐을 맡아준다. 뿌리를 한국에 두고 살고 있지만 세월이 지나니 이젠 이방인처럼 익숙치가 않다. 고향이라면 가족과 친구를 떠올려야 하건만, 떠난 사람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만 간다.


익숙했던 곳이 낯설게 느껴질 때, 우리는 얼마나 변했는지를 알게 된다. 고향이 변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나 역시도 변했기 때문입니다. 익숙했던 골목이 어색하고, 반가워야 할 풍경이 낯설게 느껴지는 건 그 사이 나의 시간도 흘렀기 때문입니다. 낯설음 속에서 오히려 나를 다시 발견하게 됩니다.

#자이언트인증라이팅코치김지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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