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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이 바꾸는 하루, 하루가 바꾸는 인생

습관 고리 만들기가 우선이다

중국 항주에서 주재원으로 혼자 근무하고 있다. 혼자서 재택 근무와 출장을 다니다 보면 루틴이 무너지기 쉽상이다. 하루를 돌아보면 수많은 선택을 하는 것 같지만, 사실 대부분은 이미 몸에 밴 습관이 대신 결정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휴대폰을 먼저 집어 든다던가. 커피향이 떠올라 홀린듯 주방으로 직행한다던가.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입이 궁금해서 냉장고 문을 열고 먹을 것을 찾는다던가. 출근 길에 주의 깊게 길을 살피지 않아고 같은 노선을 정확하게 탄다던가. 의식하지 않아도 매일 반복되는 행동이 삶의 질을 지배한다. 놀라운 건, 이렇듯 무심하게 이어지는 습관들이 건강, 인간관계, 성취, 심지어는 행복감까지 결정짓는 다는 사실이다.



의지력을 습관 형성의 전부라고 생각한 적 있다. 의지력은 한정된 자원이라 쉽게 소모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찰스 두히그 <습관의 힘>을 읽고다. 새해 첫 날 올해는 매일 운동하겠다. 결심해도, 2주를 채 버티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는 일이 되풀이 됐다. 문제는 의지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습관을 만드는 만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습관은 단순히 반복이 아니라, 뇌가 신호와 행동, 보상을 연결해 자동화하는 과정이다. 연결고리를 설계하지 않으면, 새로운 습관은 쉽게 무너지고, 나쁜 습관은 고착화된다.



좋은 습관 하나는 인생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 하루 10분 독서가 쌓이면 지식과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5분 스트레칭이 매일 이어지면 몇 년 뒤 허리 통증이 사라진다. 반대로 나쁜 습관 하나는 서서히 삶을 잠식한다. 밤마다 과식하는 습관, 오늘은 그냥 쉬지 뭐. 미루는 습관, 짜증 섞인 말투... 이런 태도들은 하루아침에 문제를 일으키진 않지만, 시간이 쌓이면 건강, 인간관계, 자기 신뢰를 갉아 먹는다.



습관은 환경 설계와 보상 구조로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침에 물을 마시는 습관을 들이고 싶다면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양치질을 하고 따뜻한 물을 마신다는 규칙을 세우는 일이 시작이다. 운동을 꾸준히 하고 싶다면, 운동복을 전날 저녁에 미리 꺼내 놓는다. 의지가 아니라 준비된 환경이 행동을 쉽게 만든다. 행동 후에는 뇌가 이 행동은 좋다고 인식할 만한 즉각적인 보상을 주어야 한다. 이러한 작은 설계가 습관을 오래 지속하게 만든다.



습관의 힘은 눈에 보이지 않게 축적된다. 오늘 하루 운동했다고 건강해지는 것도 아니고 하루 책 읽었다고 삶이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100일, 1년, 5년이 지나면 그 차이는 엄청나게 벌어진다. 성공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르는 건 특별한 재능이나 극적인 기회가 아니라, 매일 반복하는 행동의 질이다. 우리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원하는 방향으로 습관을 재설계해야 한다.



단순히 좋은 습관을 가려라는 조언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려고 하는 바가 아니다. 습관이 만들어지는 과학적인 원리를 설명하고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과 예시를 들어 나 스스로 좋은 습관을 만들고 싶다. 매번 실패했던 다이어트, 시작만 하고 간헐적으로 쓰는 글쓰기, 작심삼일로 끝났던 공부... 왜 습관으로 이어지지 않았는지 분석하고,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지 비밀을 찾아내고 싶다.



습관은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바꿀 수 있다. 나는 운동하는 사람이다. 나는 글쓰는 사람이다. 라는 정체성은 반복된 행동에서 나온다. 하루의 작은 실천이 모여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만들고, 믿은은 또 다시 행동을 강화한다. 습관은 단순한 행동 패턴이 아니라, 자기자신을 새롭게 정의하는 도구다.


지금의 습관이 5년 뒤의 나를 결정하리라. 무심코 이어진 나쁜 습관을 끊고, 원하는 삶을 향한 습관을 설계하고자 한다. 습관의 고리를 만들고 변화의 출발점에 서보고자 한다.



습관을 오래 유지하는 비법을 알아보자.


첫 째, 연속 기록 깨지 않기 전략.


습관을 만들 때 가장 큰 적 중 하나는 중단이다. 한 번 빠지면 그 다음은 훨씬 더 쉽게 빠진다. 오늘 하루쯤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다음 날에도 반복되고, 어느새 습관은 완전히 끊기게 된다. 습관 유지의 핵심은 끊기지 않는 흐름을 만드는 일이다. 강력하게 작동하는 방법이 연속 기록 깨지 않기 전략이다.


전략은 단순하지만 심리적으로 매우 효과적이다. 매일 한 번씩 행동을 하면 달력이나 노트, 앱에 표시를 남긴다. 하루, 이틀, 삼일... 표시가 줄줄이 이어질수록 흐름을 깨기 싫다는 마음이 강해진다. 뇌는 연속성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있고, 시각적으로 이어진 기록은 마치 성공의 흔적처럼 느껴진다. 성취감을 깨트리기 아까워서라도 행동을 계속하게 된다. 내가 다이어리를 꾸준히 쓸 수 있었던 핵심 방법이다.


연록 기록은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한다. 단순히 행동을 마쳐서 뿐만 아니라 기록이 하나 더 늘었다는 시각적인 증거가 도파민 분비를 촉진한다. 단기적 동기부여를 만들어내고, 동기가 다시 행동을 강화하는 선순환을 형성한다. 중요한 건 과정이 매일 반복될수록 습관이 뿌리내린다는 점이다.


나는 걷기 운동을 시작하고 아이폰 휴대폰과 연동되는 아이폰와치를 사기로 했다. 걷기 운동 뿐만 아니라 휴대폰을 손에 들고 운동할 수 없는 환경에서도 소모 에너지 칼로리를 숫자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홈트레이닝을 하게 되면 휴대폰을 들고 할 수 없기에 활동량 기록이 되지 않아서 운동 그래프가 현격하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시각적으로 내가 운동하지 않았다는 착각이 일어난다. 분명 2시간 운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둘 째, 작은 보상의 꾸준한 힘


사람은 좋다고 느끼는 일을 반복한다. 뇌가 보상에 반응하는 본능적인 매커니즘 덕분이다. 새로운 습관이 자리를 잡기 전에는 행동 자체가 재미있거나 의미 있게 느껴지지 않을 때가 많다. 오히려 귀찮고, 힘들고, 하기 싫어진다. 그런데도 행동을 계속하게 만드는 요소가 보상이다. 크고 드문 보상보다 작지만 매일 주어지는 보상이 습관 유지에 훨씬 강력하다.


뇌의 보상 시스템은 즉각성에 민감하다. 먼 미래의 이익보다 당장 느낄 수 있는 즐거움에 훨씬 강하게 반응한다. 예를 들어, 운동을 하면 몇 달 뒤 건강해지다는 사실을 알아도 오늘 당장 소파에서 일어나기 힘들다. 운동하기 싫은 감정을 극복하고 운동을 마친 뒤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다이어리에 실행했다는 표시로 커다랗게 O표를 그려 넣는 순간적 만족은 곧바로 지속해야할 동기로 이어진다.


작은 보상은 습관 형성의 초기 구간을 건너게 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초반에는 행동이 자동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뇌는 지속적인 동기 부여를 필요로 한다. 작은 보상이 매일 반복해야할 행동에 긍정적인 감정을 더입혀 준다.


작은 보상의 감각적 보상은 좋아하는 음악듣기, 향기 좋은 차 마시기, 아로마 오일 사용하기, 감각을 자극하는 보상은 즉각적이고 기분 전화 효과가 크다. 시각적 보상은 다이어리에 표시, 습관 앱의 연속 기록 그래프, 스티커 붙이기. 진행 상황이 눈에 보이게 쌓일 때 성취감이 배가 된다. 심리적 보상으로는 스스로 칭찬하기, 오늘도 해냈다!라는 메모 남기기. 자기 효능감을 높여 장기적으로 행동을 유지할 가능성을 강화한다. 작은 물질적 보상도 좋다. 커피 한잔, 작은 디저트, 책 한 권 구매. 단, 습관 목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만 사용하기로 한다.



셋 째, 나쁜 습관이 다시 스며들 때의 대처법


좋은 습관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해서, 습관이 영원히 유지되는 건 아니다. 언제든 나쁜 습관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다이어트를 하다 야식 습관이 돌아오고, 매일 쓰던 글을 며칠 건너 뛰다 SNS 스크롤이 늘어나고, 절약 습관이 자리 잡았는데 충동구매가 다시 시작되는 것처럼 말이다. 문제는 나쁜 습관이 돌아왔다는 사실이 아니라, 어떻게 대응하느냐이다.


나쁜 습관 재발은 실패가 아니라 신호다. 나쁜 습관이 돌아오면 스스로를 심하게 비난한다. 역시 난 안돼!라는 생각이 들면, 자책감이 동기를 갉아 먹는다. 부정적인 감정은 또 다시 나쁜 습관을 부추긴다. 하지만 재발은 내가 습관을 버리고자 했던 이유를 다시 점검하라는 신호로 인지해야 한다. 재발은 흔하다. 심리학에서도 슬립스( Slips)라 부르며, 완벽한 중단보다 복귀 속도가 성공의 핵심이라고 한다. 한 번 빠졌을 때 얼마나 빨리 원래의 루틴으로 돌아오느냐가 장기적인 습관 유지력을 결정한다.


나쁜 습관이 스며드는 경로를 파악한다. 나쁜 습관은 대개 환경→감정 상태→행동의 순서로 다시 들어온다. 환경 요인으로는 퇴근 후 바로 침대 옆에 스마트폰이 있는 상황. 감정 요인은 피로, 스트레스, 무료함. 행동 요인은 무의식적인 SNS 검색, 과자 먹기, 유튜브 시청 과다 등이다. 재발이 감지되면 먼저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기분일 때, 행동이 다시 나타났는가?를 적어보는게 좋다. 기록이 재발 패턴 지도가 된다.



습관을 만드는 일은 결심에서 시작하지만, 결심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결심은 불꽃 같아서 금세 꺼지지만, 습관은 불씨처럼 조용히 타오르며 삶을 데운다. 하루하루 반복하는 작은 행동이 자기 자신의 건강을, 관계를, 경력을, 그리고 인생의 방향을 결정한다.



습관은 의지가 강한 사람만의 전유물인 줄 알았다. 환경을 설계하고, 작게 시작하고, 보상을 설계하며, 기록을 이어가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습관을 만드는 과정에서 중요한 건 완벽함이 아니라 지속성이다. 하루 빠졌다고 무너지지 말고, 이틀 연속 빠지지 않으면 된다. 나쁜 습관이 돌아오더라도, 즉시 복구하면 된다. 성공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다시는 실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패에서 돌아오는 속도에 있다.




습관의 힘 저자 찰스 두히그 출판 갤리온 발매2012.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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