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학습자의 눈으로 쓰는 나의 브랜딩 기록
패션 업계에서 일하며 내 머릿속에 각인된 공식은 단순했다. 브랜드=로고라는 식이다. .
매 시즌마다 옷을 기획할 때, 로고를 먼저 떠올리곤 했다. 로고를 어디에 넣으면 소비자 눈에 잘 띌까? 마크를 보면 우리 브랜드라고 확실히 알아줄까?
스타벅스의 초록 인어, 나이키의 스우시, 애플의 사과
세계 어디서나 알아볼 수 있는 상징들은 부러움 그 자체였다. 그런 로고만 있으면 브랜드가 성공할 줄 알았다. 로고는 눈에 띄었지만 소비자는 기억하지 못하는 브랜드가 훨씬 더 많은게 현실이다. 예쁜 로고를 붙였는데도, 그 옷을 입고 다시 찾아오는 고객은 드물다. 나는 기획을 늦게 배우고 시작했다. 늦었던 만큼 마음이 조급했다.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채, 광고가 부족해서 일거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홍성태 교수의 <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 >을 읽으면서 생각이 뒤집혔다. 홍성태 교수는 브랜를 이렇게 정의한다. "브랜드는 소비자의 기억 속에 남는 차별적 경험이다."
"브랜드는 소비자의 기억 속에 남는 차별적 경험이다."
홍성태 저, <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
문장을 읽는 순간, 내 머릿속이 멈췄다. 지금껏 나는 브랜드를 '보여주는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본질은 '경험을 남기는 것'이었다.
데이비드 아커(David A. aker)도 < 데이비드 아커의 브랜딩의 정석 >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저자는 브랜드 자산을 "소비자의 마음속에 쌓이는 신뢰와 연상"이라고 말한다. 로고는 브랜드 자산을 떠올리게 하는 기호일 뿐, 전부가 아니었다.
"소비자의 마음속에 쌓이는 신뢰와 연상"
데이비드 아커 저, < 데이비드 아커의 브랜딩 정식> 중에서
마틴 뉴마이어(Marty Neumeiner)의 <The Brand Gap>에서는 더 직설적인 구절이 나온다. "브랜드는 기업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말하는 것이다."
"브랜드는 기업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말하는 것이다."
마틴 뉴마이어 저, < The brand Gap >
나는 그때까지 우리 브랜드를 어떻게 보여줄까만 고민했지.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를 어떻게 경험하고 말할까는 고민한 적 없었다.
무인양품(MUJI)
2000년대 초반 일본 출장 갔을 때 처음 무인양품 매장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로고하나 없는 상품들이 진열돼 있는데도 오히려 정돈된 느낌, 다양한 상품 구성, 좋은 품질이 강렬했다. 이런게 무인양품이구나. 하고 느끼게 됐다. 로고 없음이라는 선택 자체가 브랜드가 된것이다. 한국에서도 브랜드보다 실속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PB브랜드로 노브랜드가 2015년 런칭했고 지금까지 성업 중이다.
스타벅스
중국에서 나는 2013년부터 주재원으로 근무했다. 상해에서 나에게 위로가 되었던 매장은 스타벅스였다. 낯선 환경에서 스타벅스는 늘 나의 안식처였다. 한국에서 느꼈던 커피 맛, 매장 분위기, 직원이 나의 이름을 불러주는 작은 경험까지. 로고를 보기도 전에 나는 이미 "여기 스타벅스구나"하고 알았다. 브랜드는 로고가 아니라 일관된 경험이라는 걸 몸을 느꼈다.
나이키
나이키 러닝 클럽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함께 달리고, 서로 응원하고, "Just Do It"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러닝 클럽의 크루들은 스우시 로고가 아니라 도전하는 경험이 새겨졌다.
회사에서 런칭했던 여성복 브랜드를 되돌아 보았다. 회사에서는 B.I 관련 컨설팅을 외부 업체에 맡겨서 컨설팅을 받았고 멋진 B.I 를 만들었다. 제품에도, 패키징에도 빠짐없이 로고를 새겨 넣었다. 하지만 소비자 기억은 달랐다. 로고는 기억하지 못해도 매장에서 소비자들은 경험을 이야기 했다.
처음 런칭했을 때, 이름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전에 보지 못했던 재미를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새로운 트렌드 상품들로 가득하다."는 경험을 이야기 했다. 매장에서 재미있는 놀이 공간을 전달하고자 했던 의도가 소비자 경험이 되었다. 그때 깨달았다. 브랜딩의 성패는 로고가 아니라 경험이라는 것을.
지금은 로고보다 경험을 먼저 묻는다. 글을 쓰며, 제품을 기획하며, 늘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소비자에게 어떤 감정을 남길까?
나라도 다시 사고 싶을까?
이 경험이 쌓여 신뢰가 될 수 있을까?
세스고딘(Seth Godin)의 < 보라빛 소가 온다 > 에서 읽은 문장이 떠오른다. "차별화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나에게 필요한 건 특별한 로고가 아니라, 특별한 경험이었다.
"차별화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세스고딘 저, < 보라빛 소가 온다 >
브랜딩을 학습하며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이것이다. "브랜드는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배운 것을 기록하고, 경험을 정리하며, 나만의 브랜드 아카이브를 만든다. 기록은 메모의 의미를 뛰어넘어 나를 브랜드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과거 의 나는 로고에 연연한 기억이있다. 하지만 현재의 나는 경험과 기록으로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글을 쓰는 지금 순간, 나는 브랜딩을 배우고 실천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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