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학습자의 눈으로 쓰는 나의 브랜딩 기록
2화
1장, 처음, 나는 브랜드를 오해했다.
나는 오랫동안 이렇게 믿었다. "좋은 제품만 만들면, 소비자는 알아준다."
이런 믿음은 패션 업계에서 일하면서 나의 의사 결정에 상당히 영향을 끼쳤다. 옷의 퀄리티를 높이고, 최신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고, 원부자재와 봉제에 신경을 쓰면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성장 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퀄리티 좋게 잘 만든 옷인데도, 소비자는 일회성 구매에서 멈췄다. 재구매가 일어나지 않았다.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다.
분명히 잘 만든 옷인데도, 소비자는 금세 돌아서고 재구매는 일어나지 않았다.
데이비드 아커(David A.aker)는 < 데이비드 아커의브랜딩 정석 >에서 이렇게 말했다.
"브랜드 자산은 제품 그 자체보다 소비자가 느끼는 연상과 신뢰에서 비롯된다."
즉,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소비자가 신뢰하지 않으면 브랜드 자산은 쌓이지 않는다. 제품의 품질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었다.
홍성태 교수의 <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 >에서도 같은 메시지가 나온다.
"좋은 제품은 이제 당연하다. 차별화된 경험이 없다면 브랜드는 남지 않는다."
이 대목에서 나는 지난 나의 경험을 복기하게 되었다. 그동안 좋은 제품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출발점에 불과했다. 소비자가 "다시 찾고 싶다"는 경험을 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브랜딩이었다.
이 깨달음은 실제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 소니 vs 애플
2000년대 초반, 소니는 뛰어난 MP3 플레이어를 여럿 내놓았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팟은 단숨에 시장을 장악했다. 제품의 음질이나 기능만 본다면 소니가 뒤지지 않았지만, 애플은 "1000 songs in your pocker"이라는 경험을 제안했고, 심플한 디자인과 아이튠즈라는 생태계까지 만들었다. 좋은 제품만으로는 브랜드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였다.
* 코닥 vs 디지털 카메라
필름 기술의 최강자 코닥은 좋은 제품을 만들었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새로운 경험(디지털 사진 공유)을 외면했다. 시장에서 밀려난 코닥의 미래는 도태였다. 소비자가 원한 건 필름의 품질이 아니라 찍고 바로 공유하는 경험이었던 것이다.
*무인양품 MUJI
무인양품의 제품들은 겉으로 보면 단순하고, 특별히 고급스럽지도 않다. 하지만 소비자는 심플하고 불필요하지 않다는 경험을 브랜드로 기억한다. 제품 하나하나는 평범해도, 브랜드 경험을 특별하다.
패션업계에서 나는 30년을 일했다. 디자이너, 소싱MD로 업무 경력을 10년 넘게 경력을 쌓았다. 기획MD로써 뒤늦은 마흔이라는 나이에 시작한 기획 업무의 첫 번째는 시장조사였다. 시장 조사를 통해서 현장 상황을 파악했다. 판매가, 생산지, 상품의 소재, 트렌드를 분석했다. 조사된 내용을 상품 기획에 반영했다. 트렌드를 분석하고, 좋은 소재를 고르고, 봉제 품질이 좋게 나올 수 있는 공장을 선별했다. 완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을 찾아 최선을 다했다. 처음에는 반응이 괜찮았다. 하지만 얼마지 않아 판매가 꺾였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소비자가 더 많아졌다.
왜 일까?
돌이켜보면, 소비자에게 남은 건 옷의 품질이 아니라 구매 경험이었다. 쇼핑 과정에서의 불편함, 피팅룸의 불친절한 응대, 교환, 환율 정책의 까다로움. 이러한 일련의 구매 과정에서의 소비자 경험은 기억 속에 브랜드를 규정해버리게 됐다.
한 번은 고객이 말했다.
"옷은 괜찮았었어요. 그런데 다시 사고 싶은 마음은 안 들더라구요."
그 말을 듣고 나는 생각에 잠겼다. 제품의 좋다고 해서 브랜드가 되는 건 아니구나.
이후 나는 제품 중심 사고에서 경험 중심 사고로 전화하려 노력했다. 글을 쓰면서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는다.
이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는 어떤 이야기를 남길까?
품질 말고, 그들이 기억하는 경험은 무엇일까?
다시 찾고 싶은 감정을 줄 수 있을까?
마틴 뉴마이어의 Marty Neumeier < The Brand Gap > 에서 배운 말이 자꾸 떠오른다.
"브랜드는 소비자의 마음속에서 만들어지는 것"
제품은 그저 브랜드를 전달하는 매개일 뿐,
브랜드 자체가 되지는 못한다는 것을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좋은 제품이면 충분하다'는 착각에 머물지 않는다.
좋은 제품은 기본이다. 그 위에 소비자 경험이 쌓여야 브랜드가 된다.
세스 고딘은 < 보라빛 소가 온다 >에서 이렇게 말했다.
"차별화된 경험이 없다면 소비자는 돌아보지 않는다."
나의 과거 실패는 바로 이 지점에서 비롯됐다. 품질에만 집착하지 않고 경험을 설계하지 않았던 것.
이제 나는 학습자로서 생각한다. 제품을 넘어서, 소비자의 기억 속에 남을 경험을 설계하겠다고. 좋은 제품은 브랜드의 시작일 뿐, 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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