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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보고서, 사업가의 판단”

feat. 30년 직장생활이 가르쳐준 깨달음, 사업가의 태도


"직장인의 보고서, 사업가의 판단"




경제에는 늘 파도가 있다. 호황과 불황이 번갈아 찾아오고, 환율은 오르락내리락하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 정책도 방향을 바꾸곤 한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 모든 변수는 곧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작은 변화 하나에도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사업가들은 시장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하루가 멀다하고 계산기를 두드리며 자금의 방향을 고민한다.




반면, 직장인의 삶은 조금 다르다. 회사의 성패는 나의 선택이 아니라 경영진의 판단에 달려 있다. 나에게 직접 퇴사 통보가 오지 않는 이상, 경기가 좋든 나쁘든 크게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나 또한 그랬다. 거의 30년 가까운 직장생활을 해오면서, '회사가 어렵다더라', '요즘 회사가 잘 나간다더라' 하는 말은 흘려듣기 일쑤였다. 마치 내 인생과는 무관한 일처럼 말이다. 내 월급은 크게 줄지도 늘지도 않았기에. 물론 외환위기 때는 급여가 많이 깎긴 경험이 있긴 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깨달았다. 회사가 어려워진다는 말은, 언젠가 나의 자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라는 걸. 40대 초반에도 회사를 떠나는 이들이 늘어나고, 권고 사직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닌 시대다. '나라고 예외는 아니겠구나'라는 위기의식이 찾아왔다. 그때부터 나는 조금씩 다른 눈으로 경기를 보기 시작했다.





나는 23살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대학 졸업장을 받기도 전에 남대문 의류 도매시장에서 첫 직장을 얻었다. 1996년, 대한민국 경제는 고공 성장 중이었다. 거리에는 활기가 넘쳤고, 패션시장은 호황을 맞이했다. 그 시절 도매시장에서는 물건이 가마니째 팔려나갔다. 상인들은 구루마에 물건을 가득 싣고 나르며 활짝 웃었다. 그야말로 '돈이 돈을 부르는'시대였다.




돌아보면, 그 시기는 내 인생의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그때 의류 사업으로 큰 돈을 번 사람들이 지금도 전설처럼 회자된다. 하지만 나는 안정적인 길을 택했다. 호황의 기회를 붙잡기보다는, 오래 다닐 수 있는 직장을 선택했고, 그렇게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당시에는 그것이 당연한 선택이었고, 사회도 그렇게 사는 걸 미덕으로 여겼다.




현재 나는 한 회사에서만 21년째 일하고 있다. 패션회사에서 21년이면 고인물 중에 고인물인 셈이다. 안정적인 근속이 자랑처럼 느껴지던 시절이 있었지만, 요즘은 오히려 불안이 더 크다. '이제 얼마나 더 직장인으로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직장 은퇴의 그림자는 언제든 다가올 수 있다.




직장인으로서 나는 수많은 보고서를 써왔다. 시장조사, 브랜드 분석, 생산처 조사... 데이타를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략과 제안까지 담아 정리했다. 하지만 보고서를 쓰는 목적은 늘 같았다. 경영진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풀어내고, 상위 직급자의 판단을 돕는 것이었다. 보고서를 만드는 일은 나의 몫이지만, 최종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나는 여전히 보고서를 쓰지만, 경영진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은 적이 거의 없다. 예전에는 작은 코멘트라도 돌아왔는데, 요즘은 침묵 뿐이다. 때로는 내 책상 위에 올려놓은 보고서가 아무도 보지 않은 듯 그대로 쌓여 있기도 했다. 처음엔 서운했지만, 곧 깨달았다. "이제는 내가 스스로 시장을 읽고, 방향을 제시해야 할 위치에 와 있구나." 보고서 작성자의 역할을 넘어, 책임있는 제안과 판단을 요구받고 있었다.




이 지점에서 직장인과 사업가의 차이가 드러난다. 직장인은 컨펌을 받는 위치에 있다. 반면, 사업가는 같은 자료를 손위 쥐고도 전혀 다른 무게감을 짊어진다. '투자할 것인가, 철수할 것인가', '이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아니면 접어야 하는가.' 사업가는 끊임없이 판단해야 하고, 그 판단의 결과를 오롯이 책임져야 한다.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그 무게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늘 누군가의 결정 뒤에 안전하게 서 있었던 나의 위치를. 보고서를 잘 쓰는 능력은 길렀지만, 정작 그 보고서를 가지고 '내 돈과 내 이름'을 걸고 결정을 내려본 경험은 없었다.




사업가는 '꿈꾸는 사람'이라고들 말한다. 현재에 머물지 않고, 내일과 모레를 넘나들며 미래를 상상한다. 그리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과감히 투자한다. 꿈꾸는 만큼 위험을 감수하고, 책임의 무게를 짊어진다. 직장인의 보고서는 그 꿈을 뒷받침하는 자료일 뿐이다. 결국 방향을 정하고, 실행을 결정하는 일은 사업가의 몫이다.







나는 직장인으로써 살며 경기의 파도를 그저 먼 바다에서 일어나는 파도처럼 바라봤다. 그 파도가 언젠가 나에게도 밀려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실감한다. 직장인의 보고서가 의미 없다는 말은 아니다. 보고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언젠가 나도 사업가의 눈으로, 내 자료를 직접 해석하고, 내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 올 것이다.




경기 호황이든 불황이든, 사업을 잘하는 사람은 늘 기회를 만든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외부 상황보다 내부의 태도다. 시장을 읽는 눈, 미래를 상상하는 용기, 그리고 결정을 책임지는 자세. 그것이 사업가의 판단이다.




나는 이제 '보고서만 쓰던 직장인'의 자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다. 더 이상 남의 결정에만 기대어 안도하지 않고, 내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싶다.




직장인의 보고서, 사업가의 판단.


그 차이를 받아들이는 순간, 비로소 나는 나의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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