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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로고를 넘어, 브랜드를 배우다.3화(1장3절)

학습자의 눈으로 쓰는 나의 브랜딩 기록.

1장. 처음 나는 브랜드를 오해했다

3절. 브랜드는 내가 말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완성한다.

브랜딩의 주도권이 기업에서 소비자로 넘어가는 순간




브랜드의 주인은 누구인가

내가 만든 브랜드라는 착각. 나는 오랫동안 브랜드를 '내가 만든다'고 생각했다. 패션 업계에서 일하며 브랜드를 기획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로고와 슬로건이었다. 로고의 위치, 색감, 크기 하나하나를 고민했다. 슬로건은 어떤 톤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야 할지 논의했다. 광고 문구를 정하고, 매장 비주얼을 설계하고, 이벤트를 기획하면서 나는 브랜드의 창조자가 된 기분이었다. 그 모든 작업이 곧 브랜드를 만든다고 믿었다. 내가 경험한 브랜드 기획의 시작은 뼈대를 세우지 않고 편향된 근육만 키우려고 노력했던 경험이다.



첫 브랜드 런칭할 때, 회사에서는 브랜드 컨설팅 회사에 B.I(Brand Identity 브랜드 아이덴티티), B.B(Brand Brief 브랜드 브리프)를 컨설팅 회사에 의뢰했다. 컨설팅 회사가 잡아준 시안대로 브랜드 로고, 컬러 팔레트, 타이포그래픽, 응용디자인, 브랜드 톤 & 매너를 실행했다.



브랜드 미션, 비전, 핵심 가치, 타겟 고객, 브랜드 포지셔닝, 차별 포인트, 톤앤매너, 벤치마킹 브랜드 등 브랜드 브리프 등 나머지 실무 진행은 브랜드 기획자와 디자이너 몫이었다. 지금이야 알지만, 당시만 해도 나는 기획 실무자와 디자이너가 만들어 간다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경험을 했다. 우리가 강조한 메시지와 소비자가 기억하는 브랜드가 달랐다. 우리는 10대 소녀의 발랄한 감성과 이미지로 상품을 내세웠지만 소비자는 작고 불편한 옷이라고 반응했다. 매출이 빠졌다. 애써 전한 메시지가 소비자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로 각인 되었다. 왜 일까? 혼란스러웠다. 브랜드를 만든다고 자부했는데 정작 브랜드를 완성하는 것은 내가 아닌 것 같았다.








브랜드는 소비자의 마음에서 완성된다


책에서 배운 통찰

마틴 뉴마이어의 < The Brand Gap > 에는 이런 문장이있다.

"브랜드는 기업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말하는 것이다."


이 한 문장은 내 사고를 바꿔놓았다. 그동안 나는 브랜드를 공급자의 시선에서 바라봤다. 하지만 실제 브랜드는 소비자의 마음속에서, 소비자의 경험과 언어로 완성된다. 기업이 아무리 멋진 슬로건을 외쳐도 소비자가 다르게 느낀다면, 소비자가 느끼는 감정이 브랜드다.



홍성태 교수의 <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 >에서도 같은 메시지가 반복된다. 브랜드는 소비자의 기억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만든 로고와 슬로건이 아무리 세련돼도, 소비자가 불편한 경험을 하면 브랜드는 "불편하다"로 기억한다.



데이비드 아커는 < 데이비드 아커의 브랜딩 정석 >에서 브랜드 자산의 핵심 요소로 '소비자의 인식'을 꼽는다. 기업이 아무리 고급스럽다고 주장해도 소비자가 그렇지 않다고 느끼면 브랜드 자산은 쌓이지 않는다. 브랜드의 주인은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였다.




실제 사례에서 확인한 간극

현실에서도 이 이론은 그대로 드러났다. 삼성은 갤럭시 스마트폰을 내놓으며 더 큰 화면, 더 좋은 카메라, 더 빠른 성능을 강조했다. 하지만 소비자가 남긴 이미지는 "갤럭시는 복잡하다"였다. 반대로 애플은 단순한 메시지 "It just works"를 내세웠고, 소비자는 직관적이고 편리한 경험을 기억했다. 브랜드의 승부는 기능이 아니라 소비자의 마음에 있었다.



펩시와 코카콜라의 경쟁도 같은 맥락이다. 팹시는 끊임없이 "우리는 더 젊다"고 외쳤지만, 소비자가 기억한건 코카콜라였다. "코카콜라=언제는 같은 즐거움"이라는 인식은 팹시의 공격적인 메시지를 압도했다. 소비자가 경험한 일관된 즐거움이 곧 브랜드였다.



내 경험도 예외가 아니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여성복 브랜드를 런칭할 때 우리는 "재미를 추종하는는 유니크하고 트렌디한 옷"을 내세웠다. 하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달랐다. "예쁘긴 하지만 사이즈가 작고 불편하다." 내가 생각했던 메시지는 소비자에게 닿지 않았다. 소비자 경험과 반응이 의도와 달랐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구매 후기가 브랜드를 정의했다. 기획자가 아무리 트렌디함을 강조해도 소비자가 불편함을 기억했다면, 불편함이 브랜드인거다. 우리 브랜드의 핵심 소비자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의 젊은 여성과 그녀들의 엄마들이었다. 딸과 함께 같은 디자인 옷을 입고 싶었던 젊은 엄마들.




소비자의 목소리에서 배운 것

회사에서의 중국 유통. 나의 첫 브랜드 런칭 후 소비자 반응을 경험하면서 나는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소비자가 호응하는 디자인 느낌은 살리면서 30대~40대 체형이 입을 수 있는 상품 구성을 추가 했다. 사이즈, 아소트 물량 구성 방향도 바꿨다. 이전에는 단순 참고 자료 정도로만 보던 매장 현장의 소리를 꼼꼼하게 설문 조사했다. 주말이면 핵심 매장에 나가서 하루 종일 앉아서 소비자 반응을 지켜보며 메모했다. 매장에서 직접 들은 고객의 불만, 직원이 전해주는 작은 피드백, 심지어는 지인들이 건넨 사소한 한마디까지 기록했다. 소비자가 실제로 경험한 순간이 브랜드를 규정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세스 고딘, < 트라이브즈 Tribes >에서 말하는 것처럼, 브랜드는 사람들이 모여 공유하는 이야기다.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경험을 나누고, 그들의 경험이 다른 소비자에게 전해지면서 브랜드가 확장된다. 기업이 말하는 메시지는 시작일 뿐이고, 진짜 브랜드는 소비자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 속에서 완성된다.





학습자로서의 전환

학습자로서 나는 세 가지 생각을 했다. 첫째, 듣는 연습을 더 많이 하기로 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보다 소비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둘째, 내가 말하는 브랜드와 소비자가 느끼는 브랜드 사이의 간극을 줄이자. 소비자가 "편안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실제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 셋째, 소비자가 스스로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도록 돕자. 나이키가 운동화를 파는 것이 아니라 러닝 경험을 제공하는 것처럼, 소비자가 " 이 브랜드는 나에게 이런 경험을 줬다"고 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브랜딩이다.








브랜드의 주인은 소비자다

이제는 분명히 안다. 브랜드는 내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완성한다. 내가 아무리 멋진 로고와 슬로건을 만들고 광고를 퍼뜨려도, 소비자가 다르게 느끼면 그것이 브랜드이다. 브랜딩은 일방적으로 말하는 작업이 아니라, 소비자와 함께 쓰는 이야기다.



브랜딩을 학습한다는 건 소비자의 목소리를 배우는 일이다. 소비자와 대화하고, 그들의 경험 속에서 나의 브랜드를 새롭게 발견하는 과정이다. 나는 더 이상 브랜드의 주인을 나라고 말하지 않는다. 브랜드의 주인은 소비자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나는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소비자는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이 질문을 붙들고 계속 배우고, 경험하고, 기록한다.

이러한 태도가 학습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진지한 브랜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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