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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조깅 3일차, 내가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

숨이 차지 않게, 그러나 멈추지 않게_7km 슬로우 조깅의 기적

"슬로우 조깅 3일차, 내가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

숨이 차지 않게, 그러나 멈추지 않게_7km 슬로우 조깅의 기적

image.png?type=w1 슬로우 조깅_피곤


달리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청소년기 중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오래 달리기를 못했다. 내게 달리기는 운동이 아니라 시도조차 두려운 일이었다. 회사 일로 하루 종일 피곤하고, 나이를 한 살씩 먹고 갱년기가 되면서 몸이 무거워졌다.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더 심해졌다.



달리기가 유행한지 몇 년이 지났다. 주변에서 하프 마라톤 완주를 했느니,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 했느니 지인들의 달리기 스토리를 어렵지 않게 듣는다. 그럼에도 나는 바쁘니까 아침엔 힘들고 퇴근 후에는 '내일하지 뭐'라며 미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몸은 점점 둔해지고, 체력도 떨어졌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이 붓고 손발이 경직됐다. 계단 몇 층만 올라가도 숨이 찼다. 운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면서도 '달리기는 너무 힘들다'는 생각에 걷기만 하거나 아예 움직이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요즘 유튜브 알고리즘이 러닝에 대한 영상을 추천했다. 내가 검색 키워드로 러닝을 찾아봤기 때문인듯 했다. 슬로우 조깅에 대한 영상이 어느 순간부터 올라왔다.


"숨이 차지 않게, 천천히 달리세요. 걷는 속도와 비슷하게 천천히 뛰세요"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달리기를 하면서 숨이 차지 않는다고? 그게 가능할까 싶었다. 그 말 한 줄이 이상하게 믿고 싶었다.

'그래, 나도 달려보자' 그래서 나는 지난 월요일부터 달렸다. 아파트 단지 안 트랙에서 조심스레 첫 발을 내디뎠다.


image.png?type=w1 슬로우 조깅_완벽주의


무리했던 운동 습관과 완벽주의


되돌아보면 나는 운동을 시작할 때마다 완벽을 추구했다. 그런 생각 때문에 쉽게 달려들지 못했다.


달리기를 하면 첫날부터 5km는 뛰어야 하나?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일단은 2km만 뛰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만약 내가 슬로우 조깅이 아니라 일반적인 러닝을 했다면 나는 1km도 뛰지 못하고 포기했을 터다. 뛰는 동안 숨이 차면 '나는 체력이 약하구나'하며 금세 포기할 걸 알았다. 운동을 즐기기보다 결과만 바라보는 습성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땀 흘리면 잘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 스스로를 혹사시켰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듯이 처음부터 높은 강도로 시작한 운동은 언제나 포기로 이어졌다.


하지만 오늘 만큼은 3일차인데도 7.4km를 달렸는데 숨이 전혀 차지 않았다. 유튜브에서 본 슬로운 조깅의 핵심은 '숨이 차지 않게 달리는 것'이었다. 빠르지 않아도 좋고, 걷는 듯 뛰면 된다고 했다. 꾸준한 운동만으로도 운동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게 됐다. 내게 필요한 운동의 질은 강도가 아니라 지속이었다.


"이번에는 속도가 아니라, 매일 트랙에 나가는 실행 자체를 목표로 하자"



image.png?type=w1 슬로우 조깅_마음의 문턱을 낮추다


슬로우 조깅으로 마음의 문턱을 낮추다


처음엔 반신반의하며 아파트 입구에서 단지내 트랙을 슬로우 조깅했다. 트랙 한 바퀴가 약 1.2km, 여섯 바퀴를 돌면 약7km 정도다. 처음 목표는 단 한 바퀴였다. 한 바퀴를 다 돌았을 무렵 생각보다 호흡이 편안했다. 숨이 가쁘지 않았고, 다리도 무겁지 않았다. 호흡은 일정했고, 걸을 때처럼 편안했다. 무릎을 높이 들지 않고, 보폭을 좁히며 앞꿈치로 살짝 바닥을 딛고 이내 뒷꿈치를 바닥에 내려 놓는 자세를 유지했다. 양팔은 A자 형태로 가슴 아래에서 자연스럽게 흔들었다. 시선을 멀리 두고 정면을 바라보며 호흡에 집중했다. '툭, 툭, 툭,' 일정한 리듬이 생겼다. 리듬에 호흡을 집중하면서 마음이 차분해 졌고 생각이 사라졌다.


1km 를 지나면서 '조금 더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2km, 3km, 4km... 어느새 5km를 돌파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며 시원한 바람이 몸을 스쳤다. 트랙 위에는 천천히 걷는 노인 한 두명 보였다. 누구와도 경쟁하지 않고, 각자의 속도로 걷고 뛰었다.


달리기는 남보다 빠르게 가는 일이 아니라, 어제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일이라는 걸.




image.png?type=w1 슬로우 조깅_남나의 루틴을 만드는 힘

나만의 루틴을 만드는 힘


슬로우 조깅을 3일째 이어가고 있다. 아직 완벽한 루틴은 아니지만, 방향이 생겼다. 매일 오후 5시 '조깅 타임'으로 정했다. 업무가 끝나기 전이라 미루기 어렵고, 하루를 정리하기 좋은 시간대다. 조깅 전에는 5분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트랙 여섯 바퀴를 천천히 달린다. 속도는 1km당 10분 정도로, 걷기와 뛰기의 중간 정도다. 달리는 동안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뛰는 나의 발소리, 바람소리, 호흡하는 숨소리만 느껴진다.



조깅이 끝나면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고, 핸드폰으로 거리와 시간을 확인한다. 기록을 확인하면 '오늘도 해냈다'는 성취감이 생긴다. 작은 성취가 다음 날의 동기 부여가 된다. 단지 어제 하루 빼먹었을 뿐인데 이상하게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몸이 달리기를 기억하기 시작한 것만 같다.



슬로우 조깅을 하자 몸의 변화보다 마음의 변화 생겼다. 운동을 하고 나면 얼굴 붓기가 빠지고 컨디션이 좋아졌다. 아침에 일어날 때 머리가 맑고, 마음이 가벼워졌다. 무엇보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되살아났다. 이전엔 피곤하다는 말로 하루를 시작했는데, 요 며칠 슬로우 조깅을 시작한 다음부터는 '오늘은 몇 바퀴 뛸까?' 생각이 먼저 든다.





image.png?type=w1 슬로우 조깅_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첫 걸음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슬로우 조깅은 '달리는 방법'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운동이다. 빨리 가려고 애쓸수록 숨이 차고, 조금만 속도를 늦추면 호흡이 편안해진다. 이건 인생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내가 너무 조급해서 스스로 지쳐버린 건 아닐까. 조금 늦어도 괜찮다. 꾸준히만 가면 도착하게 되어있다.



지금 나는 매일 오후 5시, 아파트 단지 트랙을 천천히 돈다. 누구와 경쟁하지 않고 나의 리듬을 찾는다. 하루를 달리고 나면, 몸은 가벼워지고 마음은 단단해진다. 고작 3일째지만, 나는 안다. '3일 운동 습관'이 아니라, '내 삶을 다시 걷게 만든 첫 걸음'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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