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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웅 Jun 26. 2022

나의 답답일지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멈춘 리뷰

좋은 글이  좋은 드라마가 되는  아닐 수도 있다.


주위의 추천으로 해방일지를 정주행 중이다. 워낙에 작가의 전작 대본집까지 있을 정도로 애정하는 작가이기에 기대가  컸는데,


자꾸 터걱터걱 걸린다.


그렇다고 연출 탓인가? 그렇지 않다. 연출도 훌륭하다. 예를 들자면 주인공들이 퇴근하고 산포를 걷는, 철저히 각자 걷는 장면을 담아내는 방식은 이야기와 캐릭터를 풍성하게 한다.


그렇다면 배우 탓? 그것도 아니다. 특히나 천호진 배우를 보고 있자면 드라마가 아닌 다큐를 보는 것 같다. 다른 배우들의 연기는? 군더더기없이 깔끔하다.


, 연출, 배우가  좋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수록 뭔가 답답하다.  보면 되는데 계속 이어간다. 이유를 찾고 싶다. 8화쯤 왔으니 섣부른 판단은 아니겠지만, 이 내용은 어디까지나 지독히 개인적, 아니 (방송작가 경력 17년의 아내도 동의했으니) 부부적 관점이란 점을 밝힌다.



일단 드라마를 볼 때마다 배우에, 그러니까 배역에 몰입을 하는 게 아니라 작가가 그 배우의 뒤에 보인다. 작가의 목소리가 너무 두드러진다.


기본적으로 연령대와 삶의 궤적에 따라 쓰는 어휘는 다를 텐데, 너무 작가 자신의 어휘로 이야기를 한다.  배역이 쓸만한 어휘가 아닌데  단어가  나온다. 캐릭터의 언어는 그 사람의 삶의 여정인데, 보이스가 한 톤이다. 물론  랬는지 작가의 의도는 너무 알 것 같고 납득은 된다. 완성도를 위해 그 단어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완성도란 것은 글로서의 완성도이지 극으로서는 솔직히  모르겠다. 자꾸 작가가 배우의 뒤에서 말하는 느낌이다. 이는 어휘뿐만 아니라 문장의 어순에도 드러난다.


일상에서  쓰지 않는 어순으로 말한다. 언어의 도치 '자주' 나온다. 구어적이라기 보다는 문어적이다. 문학적이라고 하는 게 더 쉬운 표현 같다.  비일상적인 언어 도치가 마치 연극이나 광고를 보는  같아 어색하다. 계속 얘기하지만 이를 글로 옮겨두면  좋다. 역시나 대본집이 나오면 사서 패스티시  예정!


그리고   , 좋은 이야기가 너무 자주 나온다. 배우들이 틈만 나면 무거운(메시지를 담은) 대사를 쏟아낸다. 강약중간약, 강약강약, 강약약 같이 음악 시간에 배운 박자와 호흡이 있는데(아니면 덩기덕쿵더러러러러 쿵기덕쿵덕도 있다!)  드라마는 그저 강강강강약강강강의 흐름으로 이야기를 쏟아낸다. 저기서 약은 조금 뜬금없는 cg  하게 되는 잠깐의 유머 코드 정도다.


밀당이 없다. 그리고 자신이 깨달은 바를 너무 자주, 그리고 많이 알려주고 싶어한다. 틀린 말은 없는데, 오히려 머리를 띵하게 만드는 말들인데, 그게 너무 많다. 삶과 죽음, 사람을 대하는 방식, 자존감에 대한 강의가   없이 나온다. 이야기를 통한 은유가 아닌 마치 저자직강 같은 인상을 받는다.


이 지점이 바로 우리 부부가 드라마를 보는 내내 걸리는 지점이었다. 같이 보면서 "우리도 만약 이 드라마를 20대나 30대쯤 봤으면 우와... 했을 것 같아." 라는 말이 나온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드라마란 건 영화나 연극 등 다른 그 어떤 극보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호흡이 기니까. 긴 호흡 내내 몰입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정신없이 몰아치기 보다는 완급 조절이 중요한데, 이번 드라마는 너무 숨차다. 몰아보기가 버겁다. 8화에서 멈춘 이유기도 하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정주행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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