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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웅 Aug 16. 2022

부끄럽지만, 남겨야 하는 고백

경사로 하나 설치하는 게 이리도 어렵더라

 아버지는 내가 9  교통사고로 지체부자유를 가진 후천적 장애인이 되었다. 처음에는 4급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 2급으로 변경된 걸로 기억한다.


그렇다보니 아버지는 걷는 것이 불편했다. 그래서 휠체어를 샀지만 우리는 그걸 거의 쓰지 않았다. 아니 쓸 필요가 없었다. 30년 전이라서 더 그랬겠지만 휠체어가 갈 수 있는 곳은 지극히 제한적이었고 어린 마음에는 그냥 짐 하나가 더 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등학생이 된 이후로는 그냥 아버지를 엎는 게 낫다고 여겼다.


휠체어에게는 저 2cm 정도 되는 작은 턱이 못 넘을 높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은 높이도 절대 아니다. 사람에 따라선 누군가 뒤에서 밀어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나의 부끄러운 고백은 여기서 시작이다. 처음 이사 왔을 때부터 저 턱이 걸렸다. 그러나 가구 배송이 지연되고, 제품 입고가 늦어지면서 오픈은 예상보다 미뤄졌다. 당연히 멤버들의 월급은 나가고 마통마저 한도가 찰랑거렸다. 당연히 카드는 한도 초과. 투자금과 내 개인저축은 이미 소진, 마이너스인 주식까지 팔아넘겼다. 게다가 어머니 집을 담보로 받은 대출까지 다 밀어넣어야 하는 상황이 왔다.


사람이 경제적으로 압박이 들어오니까 자꾸 눈을 감게 되더라.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제법 비싼 견적이다보니 한 달을 망설였다. 스스로가 참 치사하다 싶었다.


그러다가 중간에 갑자기 인세와 강연료가 하루 차이로 들어왔다. 역시나 큰 액수는 아니지만 이 돈들은 내가 살아온 길을 누군가에게 글과 말로 증명하는 일이다. 그렇게 번 돈이 입금되니까 얼굴이 화끈거리더라


이건 아니다 싶어 바로 경사로 주문을 하고 (제주는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드디어 어제가 되어서야 설치를 마쳤다.


그런데 여전히 건물에 엘리베이터도 없고 2층 출입문에도 경사로도 설치가 안 되어 있다. 화장실 내부는 자동문은 원래 설치되어 있지만 손잡이도 그렇고, 시설이 전체적으로 좁거나 부족하다. 얼른 돈 벌어서 이것들까지 완벽하게 해놓고 싶다


,  무서운데 잡아 먹히기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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