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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쉽나요? 어떻게 쉬운 것만 하고 살아요.”

이충걸 스누트 교장 선생님!

by 신영웅

A topping of your life, like a cherry on top!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만의 속도로 삶을 살아가는 태리워커(Tarry Worker)들의 마지막 한끗을 완전하게 해주는 토핑 같은 볼캡을 만듭니다.


자신을 억압하는 것들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영감과 동력을 얻을 수 있는 라이프 리프레시먼트 스테이션(Life Refreshment Station) 태리타운(Tarrytown)의 디렉터 오스틴이 다양한 분야의 태리워커를 만나 없으면 왠지 모르게 허전한, 얹었을 때 비로소 나를 완전하게 해주는 토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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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걸 스누트 교장(이지만 playing teacher)

한국에서 가장 매력적인 작은 학교에서 글쓰기와 함께 인생을 가르치는 교장 선생님. extraordinary하고 authentic한 우주의 어린이.


학력: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
경력: 스누트, GQ KOREA, 보그, 행복이 가득한 집
MBTI: 인간을 분류하려는 모든 규격을 믿지 않음
SNS: @leechoongkeol(INS/FB)


오스틴: 안녕하세요, 이충걸 님. 오늘은 스누트(SNOOT) 교장 선생님으로서 인터뷰하는 자리니까 쌤이라고 할게요(웃음). 저희 세대는 쌤을 다 알잖아요?! 편집장이자 소설가로서.

이충걸: 소설은 한 편밖에 안 썼어요.

오스틴: 네네, 권수가 중요한 가요 어디?! 암튼! 저희 세대는 쌤의 글을 보면서 자랐는데, 제 후배들은 잘 모르더라고요. 쌤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본인을 뭐라고 소개하세요?

이충걸: 나를 소개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오늘 인터뷰, 쉽지 않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GQ를 보고 자란 사람이라면 실제로 그를 만난 적은 없더라도 잡지 맨 앞에 있는 편집장의 글을 다 읽어봤을 것이니.


오스틴: 음… 저는 주변에 쌤을 소개할 때 ‘요즘 저에게 인생을, 특히 칭찬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이자 가끔씩 핀잔을 주는 좋은 선배님’이라고 해요.


그는 당당함과 수줍음이 동시에 담긴 미소를 짓는다.


이충걸: 스누트라는 작은 학교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사람? 그리고 우리 문화의 바탕이 되는 많은 소스들이 있잖아요? 철학, 와인, 커피, 맥주 같은 것들. 그것들에 관한 클래스를 만들었다고 하는 게 맞겠죠. 제가 뭔데 가르치겠어요, 사실.

오스틴: 많이 가르쳐주고 계시죠. 특히 글쓰기는 훌륭한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수업을 하고 있잖아요.

이충걸: 글쓰기는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했을 때 유일하게 잘할 수 있는 건데 다른 건 잘 모르겠어요.

오스틴: 어쩌다 글쓰기를 가르치시게 됐죠?

이충걸: 어렸을 때부터 가수들 노래할 때의 발음이라든가 맞춤법에 대한 강박이 있었어요. 한번은 친구가 군대에서 편지를 보냈는데 맞춤법이 틀리더라도 참고 읽어달라고 쓰여 있을 정도였어요. 이런 부분 때문인지 잡지를 오랫동안 만들었죠.

일을 그만둔 후에는 시골 분교에서 은퇴한 교장 선생님처럼 살고 싶었어요. 낙엽 떨어진 뒷마당을 쓸면서 호젓하게. 너무 많은 것에 얽혀서 부대끼기보다는 한가로운 마음으로. 근데 글을 가르치니까 역시 내가 원하는 삶의 형태에 살짝이라도 닿는 것 같아요. 글을 쓰자고 모인 사람들이 뭐가 그렇게 탐욕스럽겠어요. 글에 대한 탐욕은 있지만 그건 건강한 거잖아요.

스누트는 이누이트족의 말로 ‘철자법 광신자’라는 뜻인데, 그게 딱 나를 설명해 주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작년 5월에 아주 작은 공간을 만들고 이렇게 이름을 붙였죠. 한국에서 가장 매력적인 작은 학교. 영어로는 Big City, Small School.

오스틴: 드디어 천직을 찾으신 거군요.

이충걸: 조금 무리수가 있는 말이지만, 글에 관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천직이란 생각이 들어요. 책을 읽고 글을 쓰기도 하고 글을 가르치잖아요. 내 인생에 그것 말고 또 다른 게 있다면 와인 마시는 거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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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 글을 배운다는 건 맞춤법을 배운다는 의미도 있지만, 사실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표현하는가를 배운다는 뜻이잖아요. 스누트의 장점은 일대일이 아닌 그룹 레슨이란 점이었어요. 사람들의 글을 같이 읽으면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어떤 식으로 발상하는지도 알게 되잖아요. 이것 때문에 학교를 만드신 게 아닌가 싶었어요. 사실 쌤이라면 고액 과외도 가능할 텐데 말이죠(웃음).

이충걸: 일대일? 아이, 그냥 교정에서 마당 쓸면서 학생들을 맞이하는 삶을 살고 싶었어요. 또 그것이 되게 적절하게 지금 있는 공간의 삼면이 산이에요.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내밀한 이야기를 심연보다 더 아래에서 하는데, 어제도 너무 감동받았어요.

오스틴: 모르는 사이이기 때문에 더 얘기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진짜 친한 사이에는 오히려 못할 이야기들을요.

이충걸: 사람들이 글을 쓴다는 행위는 존재 증명이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어떻게 보면 하나의 과시이기도 하잖아요. 자기 필력에 대한 과시. 그런데 또 다른 의미로 글을 쓴다는 건 나를 탐문하고 탐구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가운데 솔직해지는 건 글이 갖고 있는 너무 신령한 힘인 것 같아요.

오스틴: 신령한 힘이요?

이충걸: 글을 쓰다 보면 나 자신을 페이스트리처럼 한 꺼풀씩 들추게 되잖아요. 그때마다 마주하는 내 모습들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랄까 그런 게 생기는 것 같아요. 그건 마이크 앞에서든 어떤 공중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너무 놀라운 일이에요.

어제는 진짜 울 뻔했어요. 어떤 학생이 글을 썼는데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그건 필력과는 조금 다른 문제 같아요. 첨삭을 하다가 학생의 글이 너무 나아졌거나 내 마음을 터치하면 꼭 전화를 하고 싶어요. 너무 흥분해서 이 감동을 전해주고 싶은데 시계를 보면 밤 12시 반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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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 학교를 만들기 전에, 이미 회사에서 수많은 에디터들한테 글쓰기를 가르치셨잖아요? 그때도 지금과 같은 방식은 아니었을 텐데.

이충걸: 적어도 글을 가르칠 때는 똑같아요.

오스틴: 그들한테는 글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다른 것도 하셔야 했잖아요.

이충걸: 모든 장르에서 무한 책임을 져야 했죠.

오스틴: 그 말은 모든 분야를 다 알아야 한다는 거잖아요? 피드백을 줘야 하니까. 대표가 되고 나니 일 잘하는 선배들은 이런 스트레스를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해요.

이충걸: 일단 모든 걸 다 알 순 없으니까 각 장르에 밝은 사람들을 배치하죠.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런 스트레스가 별로 없었어요.

오스틴: 왜요? 글이 마음에 안 들 수도 있잖아요. 취재를 잘못해 왔을 수도 있고.

이충걸: 그것은 스트레스라는 하나의 단계이고 과정일 뿐이죠. 나는 스태프들에게 큰소리로 화를 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맹세코 단 한 번도 없어요. 그냥 이야기를 하죠. 화가 날 때도 있지만 그들은 내 방 문 열고 들어올 때 이미 벌을 받았어요. 잿빛 얼굴에 좌절감과 미안함을 가득 안고 들어왔잖아요. 그때 나는 내 생각을 이야기할 뿐이에요.

오스틴: 원래 화를 발산하지 않는 기질이신지, 참으시는 건지 궁금해요.

이충걸: 참는다기보다는 마음에 항상 인간은 나약한 존재라는 생각이 있어요. 어떤 경지라서가 아니라 원래 인간은 그렇게 한심한 거예요.

오스틴: 전 늘 분노에 차 있거든요(웃음).

이충걸: 그건 행정적으로도 책임을 많이 져서 그런 것인데, 그냥 화가 났지만 별로 화가 안 났다, 이것이 정답이겠죠. 화가 날 때도 별로 화가 나지 않아요.


알 듯 말 듯한 말들이 머리 위를 휭휭 가로지른다.


오스틴: 화가 나지 않으시면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이랄 게 따로 없을 것 같은데…

이충걸: 친구들하고 와인 한 잔이면 끝이죠. 아니야, 한 잔으론 안 돼요. 정도에 따라서 와인 잔도 늘었다 줄었다 하겠죠(웃음).

오스틴: 이런 너무 뻔한 질문을 드린 이유는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꽤 있거든요.

이충걸: 어떻게 보면 그건 자기 자신을 너무 거룩하게 생각해서일 수도 있어요. ‘내가 이렇게 훌륭한데 어떻게 나를?’ 이런 마음인 거죠. ‘네가 어떻게 나를,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고 울부짖죠? 그런데, 그럴 수 있는 게 인간이에요.

오스틴: 그럴 수 있다라…

이충걸: 인생의 어느 틈새마다 급습하는 그 무엇들이 있는 것인데, 그때마다 어린아이처럼 엄마 치맛자락 붙잡고 나 좀 봐달라고 내 상처가 이렇다고 환부를 보여준다? 그건 하나의 구걸일 수도 있죠. 성숙이란 내 모든 감정을 단풍잎처럼 다섯 개의 방향으로 펼치고 격렬하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미숙한 걸로 따지면 내가 제일 미숙하지만, 끌어 오르는 부류는 좀 불편해요. 마치 철창을 흔드는 고릴라 같아요.

오스틴: 우리는 고릴라가 되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해야겠군요!


후회와 수치가 함께 스쳐 지나가자 나는 어색한 농담으로 표정을 숨긴다.


오스틴: 그렇다면 인간을 완벽하지 않은 존재로 인식하면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나요?

이충걸: 그런 인지 자체가 없어요. 이 사람은 어떤지 저 사람은 어떤지 자꾸 판단하고 계량하고 분별하는 게 비극의 시작이에요. 누군가 거기 있고 무례하지 않다면 그건 아무 상관이 없죠.

오스틴: 그렇게 생각하는 게 엄청 어려운 일 같은데요.

이충걸: 사는 게 쉽나요? 그리고 지구가 1,660km로 자전하고 108,000km로 공전하는 건 쉽나요? 허공에 떠서 지지하는 것도 없는데. 아니 그리고 어떻게 쉬운 것만 하고 살아요.


오늘도 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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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 지금이야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계시지만, 그때는 회사원이고 상사의 오더를 받으셔야 했잖아요. 본인의 가치와 회사의 가치가 상충할 땐 어떻게 하셨어요?

이충걸: 그건 마치 싫어하는 채널 들어가서 굳이 댓글을 다는 것과 똑같아요. 조직을 떠나면 문제가 없는 거죠. 근데 조직을 사랑한다면 방법이 있어요. 그 일을 세계에서 제일 잘하면 돼요. 그러면 회사에서 그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허용돼요.

오스틴: 퍼포먼스로 압도해서 태클을 걸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말씀이네요.

이충걸: 제가 모자를 좋아하는데, 어릴 때 회사에서 수트를 입게 했어요. 한번은 모자를 쓰고 일하는데 이사님이 모자를 쓰지 말라는 거예요. 그래서 잠깐 벗었다가 그분이 가시면 다시 썼죠. 그걸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하셨어요. 근데 만약 제가 일을 잘 못했으면 모자를 다시 쓸 수 없었겠죠?

오스틴: 근데 아무리 일을 잘해도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하면, 한 번 실수하게 되면 그걸로 엄청 폄하하곤 하잖아요.

이충걸: 실수의 근원이 불손함인가, 무례인가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룰을 깨도 크게 밉지 않은 사람이 있잖아요. 근데 어떤 사람은 구두끈만 매도 엉덩이를 차고 싶죠. 저는 어른들한테 그렇게 미운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오스틴: <GQ> 오너가 굉장히 좋아하는 편집장이셨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이충걸: 그분은 저한테 extraordinary하고 authentic하다고 했어요. 번역은 알아서(웃음).


확실히 그는 대체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캐릭터긴 하다.


이충걸: 어떤 사람이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하면 오히려 매력이 덜할 수 있잖아요. 다른 사람들이 그분을 추앙하려고 할 때 저는 그러지 않았어요. 약간 퉁명스러운 어린아이처럼 지냈는데 실력은 있잖아요. 그게 밉지 않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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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 어쨌든 잡지를 만드는 일은 협업이잖아요. 밉지 않게 보였다는 것은 협업에 능하다는 건데 쌤만의 필살기는 무엇이었나요?

이충걸: 저는 기질적으로 굉장히 나약하지만 얍삽하진 않아요. 그래서 제안받았을 때 그 일을 그르치거나 불성실하지 않아요. 그렇게 해서 확신을 주었던 것 같아요. 이를테면 글을 쓰거나 인터뷰를 할 때, 또 어떤 브랜드와 협업해서 가방을 만들 때 결과물에 대한 흥분과 기대를 줬고, 결과도 좋았어요.

오스틴: 멀리서 봤을 땐 쌤이 되게 번뜩이는 영감으로 가득 찬 사람 같았거든요? 근데 가까이 있어 보니까 진짜 열심히 사는 사람, 노동이 엄청 많은 사람이란 걸 느껴요.

이충걸: 노동량이라기보다는 저는 일을 잘 분배해서 시킨 다음에 추수하는 사람이었어요. 물론 마지막에 추수를 해야 하니까 난이도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센스가 중요해요. 제 생각엔 6대 4인 것 같아요.

오스틴: 센스 6, 근성 4! 제가 듣기론 요즘 스누트에서 글 첨삭하는 노동량이 엄청나다던데요?

이충걸: 그건 맞아요. 오늘도 거의 한 시간밖에 못 잤어요. 고민해서 쓴 글을 대충 보면 얼마나 실례예요. 그래서 과제물 하나하나를 10번 넘게 보니까 다 외우게 되죠. 그걸 계속 보다 보면 머리가 비면서 이러다 좋은 국립묘지 가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동작동은 나를 위한 곳이 아닌데(웃음).

오스틴: 사실 바쁘면 세 번 봐야 될 거 두 번 보고, 두 번 봐야 할 거 한 번만 보기도 하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첨삭지를 봤더니 이건 정말 10번 이상 본 사람의 결과물이더라고요.

이충걸: 심지어 예전에는 시력이 좋았지만 지금은 안경을 두 개를 껴야 보여서 그때와 지금의 노동량은 다를 수밖에 없죠. 지금은 약간 마멸된 느낌마저 들어요. 글 자체를 보기 힘들고 또 어떤 학생은 양이 많으니까 글씨가 작아지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글이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워서 함부로 넘길 수가 없어요.


그를 보고 있으면 요령이 있는 것과 요령을 피우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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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 밸런스 게임 아시죠? 짜장과 짬뽕 중에 하나만 선택하는 그런 거요.

이충걸: 그런데 왜 선택을 해야 하죠?


쌤, 그냥 좀 넘어갑시다…


오스틴: 왜 밸런스 게임을 해야 하는가… 음… 다른 사람이 극단적인 상황에서 한 가지를 선택하는 걸 보면서 쾌락을 느끼기 위해서요? 요즘 세대에게서 유행하는 놀이 같은 거예요.

이충걸: 요즘 세대라면 20대를 뜻하는 건가요? 나도 요즘을 살아가는 사람인데 난 왜 요즘 세대가 안 되지?

오스틴: 그럼 요즘 애들이라고 할게요(웃음).

이충걸: 나도 우주의 어린이야.

오스틴: 네? 일단 시작할게요(웃음). 혼자만의 시간과 사람들과 함께 와인 마시는 시간 중에 하나만 선택한다면?

이충걸: 저는 혼자 마셔요.

오스틴: 혼자만의 시간?

이충걸: 글을 쓰던 첨삭을 하던 너무 지친다 해서 시계를 보면 항상 새벽 4~5시예요. 그때 냉장고에서 차디찬 맥주 꺼내 마시는 거 너무 좋아요. 굉장히 행복해요.

오스틴: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것도 진짜 좋아하시잖아요.

이충걸: 피곤하거나 집에 가고 싶을 때도 있지만 나를 찾아온 사람들한테 서정적인 터치를 하는 것이 그들에겐 중요한 순간일 수도 있어요. 저는 혼자 있는 것도 좋고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것도 좋아요. 다 좋아요.

오스틴: 밸런스 게임이니까 하나만 골라주세요(웃음).

이충걸: 사람들과 같이 와인 마시는 시간. 근데 10명씩 마시는 것보다는 소수의 사람들끼리 조촐하게 마시는 게 좋아요. 그리고 목소리가 너무 커서 우리 테이블의 토픽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하는 사람은 굉장히 안 좋아요.

오스틴: 누군지 알 것 같네요(웃음).

이충걸: 근데 그릇을 깨도 안 미운 사람이 있어요.

오스틴: 저한테 떡볶이 만들어주신 적 있잖아요. 저는 가끔 생각나거든요.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음식을 고르신다면?

이충걸: 똑같은 질문을 어머니한테 한 적이 있는데, “당장 죽는데 뭘 먹고 싶을까?” 그러셨어요. 저라면 붉은 포도주를 많이 마시고 싶을 것 같아요. 돼지고기 두루치기, 홍어 삼합 그런 것보다는 와인을 좀 많이.

오스틴: 와인 말고 좋아하시는 음식은요?

이충걸: 두부 좋아해요. 따뜻한 두부에 간장을 살짝 묻혀서 먹는 거. 뭔가 입안에 많이 남고 치실까지 써서 양치를 해야 하는 건 불편해요. 그래서 부침개, 찌개, 전골 같은 거 싫어해요. 뜨거운 것도 싫고. 한번은 뜨거운 거 먹다 졸도한 적도 있어요.

오스틴: 졸도까지요?

이충걸: 양반다리를 못 하거든요. 어떤 샤브샤브 집에 갔는데 양반다리를 해야 했어요. 여름날 에어컨도 안 나오는데 양반다리까지 해야 하니까 졸도했어요. 실제로.

오스틴: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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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 와인과 두부 말고 요즘 쌤을 행복하게 하는 건 뭐가 있나요?

이충걸: 행복하게 하는 거? 요즘 행복하게 하는 것 중에 하나는 오랫동안 준비한 책이 있어요. <질문은 조금만>이라는 책인데, 당시 가장 매력적인 11명을 인터뷰한 내용이에요.

오스틴: 인터뷰집은 굉장히 오랜만인 것 같아요.

이충걸: <해를 등지고 놀다> 이후 24년 만에 내는 두 번째 인터뷰집인데, 이것 때문에 요즘 굉장히 개운해요.

풍경은 말이 없잖아요. 근데 사람은 입이 있으니까 사람의 말을 적는 게 가장 까다로워요. 아무리 묘사를 잘해도 그 사람이 아닐 수도 있고. 음식의 맛을 묘사하는 것과 음식을 먹는 건 좀 다르잖아요. 진실은 저 멀리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머리말 제목은 ‘명백히 사적인 관점’이에요. 글을 가르칠 때도 철저히 주관적이 되라고 말하는데, 객관은 없을뿐더러 내가 느끼는 감정, 상대가 보여주는 반응이 인터뷰에선 굉장히 중요해요.

오스틴: 저는 책을 읽으면서 색다른 인사이트를 얻었어요. 보통 인터뷰는 잘 듣는 사람이 잘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말과 글이 뛰어난 사람이 하는 인터뷰가 더 풍부하고 새로운 것들을 끄집어낼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저도 좋은 인터뷰어가 되고 싶거든요.

이충걸: 인터뷰를 적는다면 그 사람이 보여준 문학적인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물론 영상으로 만든다면 달변가든 유쾌한 사람이 잘하겠죠. 그런데 저는 좀 수줍기도 하고 그래서 막 깎으려고 하지 않아요.

오스틴: 그래서인지 평소 모습과 인터뷰에서의 모습이 달라서 인상적이었어요. 이 책은 신문에 연재한 글을 엮은 책이잖아요. 초고와 달라진 내용이 있나요?

이충걸: 글이 더 심화됐어요. 차준환 선수 인터뷰 같은 경우, 제가 피겨를 많이 알아서 할 말이 많았어요. 차 선수가 항상 쿼트러플 점프를 뛰는데 플립보다 살코를 뛸 때 성공률이 높아요. 그래서 첫 번째 점프로 쿼트러플 살코를 뛰라고 얘기했더니 이렇게 피겨를 많이 아는 사람 처음이래요. 기분 좋았죠.


이야기를 듣다가 갑자기 궁금한 게 생긴다. 인터뷰이가 아닌 학생이 된 듯 자세를 고쳐 앉고 질문을 한다.


오스틴: 인터뷰이에 대해 많이 아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반대로 요즘 고민인 게, 너무 잘 아는 사이라서 궁금한 게 없거나 아니면 당연하게 넘어가버리는 질문들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인터뷰이에 대해 어디까지 알아야 하는지, 어느 정도로 호기심을 가져야 하는지, 뭘 비워놔야 될지가 어려워요.

이충걸: 인터뷰할 때의 주인공은 나의 자아가 아니라 내가 쓸 지면이에요. 내가 사적으로 묻고 싶은 것이나 묻고 싶지 않은 것보다는 지면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인터뷰 때 제일 괴로운 게 뭔지 알아요? 궁금하지 않은데 묻는 거. 하지만 나의 그런 자아가 글 쓰는 데 무슨 상관이에요. 해야 하니까 하는 거지.

오스틴: 근데 내가 묻고 싶은 것과 사람들이 궁금해할 것이 일치할 순 없잖아요. 저한테는 딜레마예요.

이충걸: 사실 이 시간은 인터뷰어의 것이고 인터뷰어가 마운드에 선 투수인 거죠. 타자가 이대호든 베이브 루스든 투수가 공을 뿌리지 않으면 상대는 영원이 계속 있는 거예요. 아인슈타인도 인터뷰어가 질문하지 않으면 계속 기다릴 거예요. 마치 기차가 정차하길 기다리는 순간처럼.

오스틴: 결국에는 아까 말씀하셨던 그 머리말처럼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이 반영돼야 한다는 거잖아요.

이충걸: 그걸 반영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고 사실 객관은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 마시는 커피 맛을 객관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잖아요. 혀가 미래에 느끼는 맛을 증언할 뿐이죠. 그리고 모든 서술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어요. 근데 그 시간의 밀도에 충실하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우리가 한글로 쓰는 것이 라틴어로, 스페인어로 배포될 것은 아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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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 반대로 요즘 쌤을 좌절하게 만들거나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충걸: 나 자신의 문제인데, 생각보다 굉장히 나태하고 의존적인 거예요. 눈이 안 좋다 보니 표지판이 잘 안 보이지 않아서 어딜 가려면 꼭 동행이 있어야 해요. 특히 외국에 나갈 때는 반드시 누군가의 팔을 잡고 가지 않으면 길을 잃어버려요. 역삼동에 친구 사무실이 있는데 지하철로 가면 항상 못 찾아요. 늘 반대 방향으로 가지.

오스틴: 역삼역은 잘 보여도 힘들어요. 환승역이 아닌데도 말이죠.

이충걸: 제일 좌절스러운 건 내일이 오늘보다 그렇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것? 최백호 선생님이 인터뷰 중에 하신 말씀인데, 제 생각이기도 해요. 내일이 오늘보다 크게 나을 것 같지 않아요. 그렇지만 저는 즐겁고 그걸로 족해요. 사람들은 삶을 확장해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러지 않아도 스스로 즐거우면 된 거예요. 물론 우리 마음속에는 굉장히 세속적인 야망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야망 대신 자족하는 마음은 스스로에게 양보일 수도 있지만 다시 말하면 그건 받아들여야 하는 진실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진실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또 아름다운 순간이 어디 있을까요?

오스틴: 쌤은 아시겠지만 저란 인간은 엄청난 욕망덩어리잖아요. 매일매일 발전하고 성장해야 하는, 그래서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져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저를 갈아 넣어왔거든요. 근데 아내는 오늘보다 내일 더 별로일 수 있지만 지금이 더 중요하고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는 사람이에요. 지금 행복해야 내일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이충걸: 그것은 마치 내일은 오늘 한 일의 결과라는 건데, 그럼 포춘텔러를 찾아갈 일도 없는 거죠. 수능 시험 당일인데 새벽 4시까지 술을 마시면 어떻게 시험장에 갈 수 있겠어요. 저한테 친구들이 이것저것 선물을 많이 주는데, 그걸 보고 어머니가 어떻게 사람들한테 받기만 하냐고 그러셨어요. 그때 우리 집 일을 도와주시는 분이 그러시는 거예요. 얼마나 그분들한테 주셨겠냐고. 항상 모든 것은 나의 행위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해요.

오스틴: 순환인 거죠. 주고받고 돌고 돌고.

이충걸: 그래서 일방적으로 주는 순애보는 필요 없어요. 그렇게 험한 게 어디 있어요. 누가 나를 좋아할 때 마냥 받아들일 필요가 없어요. 왜냐면 주는 사람들도 너무 순수한 계산이 있고 우리가 모르는 좌절감이 있는 것 같아요.

오스틴: 제가 작년에 좀 힘들었는데, 아는 대표님이 갑자기 아무런 대가 없이 선뜻 도와주시는 거예요. 저한테 왜 그러시냐고 여쭤봤더니 처음 사업 시작했을 때 자기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그렇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본인도 힘들 때 어떤 선배가 나타나서 도와줬대요. 그러니까 그냥 받아줬으면 좋겠고 나중에 잘 돼서 같은 상황이 되면 다른 사람에게 또 이를 나누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시는 거예요.

이충걸: 신세를 지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에요. 갚을 길이 있으면 어떤 방법으로든 돌려드리면 되는 거죠. 마냥 주지도 않고 받지도 않겠다고 하는 건 덧없고.

오스틴: 그분 말씀처럼 제가 그대로 갚을 수 없다면 그분이 아닌 다른 곳에 계속 갚으려고 해요.

이충걸: 나는 내가 너한테 뭘 줬으면 나한테 갚길 바라는데?

오스틴: 그럼 좀 주세요. 일단 뭐라도 주시면 제가(웃음).

이충걸: 다음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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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 저는 항상 이 모자를 토핑이라고 얘기하거든요. 없어도 문제가 안 되지만 더 완벽해지고 완전해지기 위한 것으로서의 토핑이요. 쌤한테 토핑은 무엇인가요?

이충걸: 어떤 상황이든 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 글을 쓸 수 있다는 어떤 잠재력. 아직은 행위가 깃들여지지 않은 그 잠재력이 저한테는 부자를 만나든 예쁜 사람을 만나든 그들을 상대할 수 있는 강력한 토핑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서사에는 약하지만 적어도 마침표와 마침표 사이는 세계에서 제일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그것이 나를 방어해 주는 갑옷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오스틴: 마침표와 마침표 사이는 세계에서 제일 잘할 수 있다라, 멋진 표현이고 그래서 오늘 더 멋져 보이십니다. 그렇다면 물건 중에서는 토핑이라고 여기는 게 없으신가요?

이충걸: 모자? 남자는 장신구가 별로 없잖아요. 안경은 안구를 보호하기 위해 쓰는 거고 모자 아니면 시계? 예전에는 시계도 많았는데 지금은 딱 세 개 정도만 남았고.

오스틴: 그중 하나를 저한테 주시면 되는데…

이충걸: 어…?

오스틴: 쌤의 또 다른 토핑은 모자와 시계였네요.

이충걸: 오브제로서의 토핑은 사실 잘 모르겠어요. 예전엔 많은 걸 갖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렇지도 않아요. 생각나는 게 하나 있긴 한데 좀 웃길 것 같아요.

오스틴: 궁금해요! 그런 거 말씀해 주세요.

이충걸: 못 생기지 않았다는 거?

오스틴: 음… 그것도 오브제일 수 있죠. 외모니까.

이충걸: 농담이고, 오브제는 정말 모르겠어요.

오스틴: 저는 쌤 댁에 놀러 갔다가 아톰 보고 되게 재밌었어요. 엄청 인간적으로 묘사된 로봇이잖아요. 그래서 좋아하시는 거예요?

이충걸: 아톰을 좋아하는 이유는 명백해요. 텐마 박사가 죽은 아들을 대신해 아톰을 만들었잖아요. 근데 이 로봇한테는 마음이 있어서 자신이 그 아들을 대신할 수 없다는 슬픔이 있고, 박사도 로봇이 결국은 내 아들이 될 수 없다는 걸 아는 순간들이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그런 것들이 되게 슬펐어요. 그래서 아톰을 좋아한다고 하니까 친구들이 영국에서도 보내주고 미국에서 보내준 거지.

오스틴: 그래서 각양각색의 아톰을 갖고 계신 거군요. 저는 아까 이 질문을 하면 답변으로 아톰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충걸: 아톰은 나를 보여주는 작은 표정일 뿐이지 나의 무엇이라고 얘기할 순 없어요.

오스틴: 알겠습니다. 그러면 오브제로서의 토핑은 타고난 외모라고 이해할게요(웃음).

이충걸: 아니야. 그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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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 더 완벽해지고 완전해지기 위한 토핑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는데, 완벽과 완전은 조금 다른 것 같거든요? 전자는 타인의 관점에서 얼마나 완성도 있는가, 후자는 스스로 느끼기에 얼마나 완성도 있는가를 뜻한다고 봐요. 쌤의 완전도는 얼마인가요?

이충걸: 100%.

오스틴: 오, 100%는 처음인데요?

이충걸: 내가 무엇을 이뤄서가 아니라 오늘까지 완전하다고 생각해요. 이 존재 자체로 완전한 것이고 여기서 더 완전해지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어떤 소망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물리적인 무엇은 있겠지만, 존재 자체로는 지금 이대로 완전하고 한 시간 전에는 한 시간 전대로 완전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건 좀 다른 얘기지만 삶에 그렇게 아쉽거나 애석한 것도 없어요.

오스틴: 갑자기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어 졌어요. 나의 장례식과 내 부모의 장례식 중에 어느 곳이 더 북적이길 바라세요?

이충걸: 내가 죽고 나면 북적이는 걸 어떻게 알죠?

오스틴: 제가 알죠(웃음).

이충걸: 네가 안다는 것을 내가 느낄 수 있을까? 사실 그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한국의 장례 문화라는 게 양반다리 하고 앉아서 육개장 주로 먹잖아요. 홍어 무침이랑.

오스틴: 그렇죠(웃음).

이충걸: 예쁘지 않아요. 그니까 저는 그건 있어요. 내가 죽었을 때 꼭 틀어줬으면 하는 노래.

오스틴: 어떤 노래요?

이충걸: Christmas Time Is Here! 크리스마스도 그 노래도 굉장히 좋아해요.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스누피> 애니메이션을 배경으로 한 영상이 있어요. 이 노래가 단조로 시작하고 반음이 많아서 크리스마스의 기쁨을 노래하는데도 되게 비스듬한 경사면에 걸쳐져 있어요. 아이들이 합창하는 버전이 있는데 그걸 틀어달라고 친구한테도 말했어요. 그리고 잠깐 왔다가 빨리 갔으면 좋겠어요. 꼭 안 와도 돼요. 그 사람들 마음속에 없어도 돼요.

오스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아직 못 들은 것 같은데요(웃음).


오늘 이래저래 힘들다.


이충걸: 굳이 고르라면 어머니 장례식이 좋겠어요. 그리고 내가 죽는다면 그전에 갖고 있던 가방, 신발, 모자, 코트 이런 거에 다 적을 거예요. 이건 영웅이 주고, 이건 누구… 그리고 꼭 추신을 쓸 거예요. 근데 나 안 죽으면 도로 달라고.

오스틴: 재밌겠다. 유럽 귀족들처럼 이 땅은 네가 가져가라, 이 건물은 네가 가져가라 그런 거 한 번만 해주세요.

이충걸: 그… 그럴게. 근데 이러면 어떻게 되지? 옥상은 영웅이가 갖고 3층은 누가 갖고… 그럼 모든 분쟁이 시작되겠지(웃음).

오스틴: 갈등의 시작인 거죠(웃음).

이충걸: 다음 질문은 뭐지?

오스틴: 사실 아까 다 끝났어요. 100%에서(웃음). 완전도가 100%라는 답변은 처음이라 너무 놀랐어요.

이충걸: 모든 가수가 노래할 때 5 옥타브 이상 올라가야 완벽한 건 아니잖아요. 문주란이나 박일남처럼 좋은 가수들이 그렇지 않다고 해서 노래 못하는 건 아니니까. 완전함을 어떤 기술적인 걸로 얘기하지 않고 어떤 완성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거죠.

오스틴: 이게 차이인 것 같아요. 저는 스스로를 만족시키기 위해선 잘해야 하고 성공해야 한다는 식의 조건이 붙거든요. 둘을 쪼개는 훈련을 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요.

이충걸: 다들 자기 자신이 너무 괜찮다고 생각해서 그래요. 나는 언터쳐블한 존재라고.

오스틴: 저는 반대로 내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강박을 가지는 게 아닌가 싶거든요.

이충걸: 태풍에 한번 휩쓸리면 나무에 부딪혀서 금방 이승을 떠날 수도 있는 존재들인데.

오스틴: 여운이 있는 인터뷰네요. 고생하셨습니다.

이충걸: 고생 하나도 안 했어요. 친구랑 얘기하는 게 뭐가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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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는 걸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척했다. 그래야 완전해지려고 하는 내 노력들이 무의미한 것이 되지 않으니까. 여전히 나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충실히 보내지 못한 하루의 끝에는 죄책감이 따라붙기도 한다. 그런데 인터뷰 마지막에 완전도를 묻는 질문에 100%라 답하는 그를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좌절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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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및 장소: 사진을 연주하는 공간, STUDIO OFF-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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