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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웅 Sep 12. 2023

"천만 원도 부족해요"

다와, 커뮤니티 메이커

A topping of your life, like a cherry on top!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만의 속도로 삶을 살아가는 태리워커(Tarry-worker)들의 마지막 한끗을 완전하게 해주는 토핑 같은 볼캡을 만듭니다.


자신을 억압하는 것들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영감과 동력을 얻을 수 있는 라이프 리프레시먼트 스테이션(Life Refreshment Station) 태리타운의 디렉터 오스틴이 다양한 분야의 태리워커를 만나 없으면 왠지 모르게 허전한, 얹었을 때 비로소 나를 완전하게 해주는 토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다와(Dawua) 커뮤니티 메이커

좋아하는 것들로 사람과 사람을 잇고 이야기를 짓는 커뮤니티 메이커. 좋아하는 것들을 점차 일로 바꿔가며 새로운 삶의 길을 찾아가는 개척자.

학력: 세종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MBTI: ESTP  
email: hondahyeon@gmail.com
SNS: www.instagram.com/dawuaa

지난 봄, 태리타운 쇼룸에서 진행한 뜨개질 클래스 이후 오랜만에 만난 다와. 어색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역시나 그녀의 에너지는 걱정을 무색하게 한다. 기분 좋아지는 미소는 다와의 상징이자 디폴트 값!


오스틴: 제주가 아닌 서울에서 뵈니까 또 새롭네요. 독자분들께 자기소개 한번 부탁드려요.


다와: 네, 제 본명은 홍다현이고, 일할 때는 다와(Dawua)로 불리고 있습니다. 저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커뮤니티 메이커’인데요. 최근에 만든 이름이에요. ‘아침(Achim)’이란 브랜드에서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면서 명함이 필요했거든요. 근데 제가 개인적으로도 커뮤니티를 하고 있으니 다른 이름이 없을까 했던 거죠.

또, 커뮤니티와는 별개로 제일 오래 해온 일은 뜨개질인데, 상품을 주문 제작해 판매하고 2021년 겨울부터 ‘클로즈-닡’이라는 뜨개 커뮤니티도 운영하고 있어요. 최근에 ‘매트 밖의 요가’라는 커뮤니티도 시작했고요.


오스틴: 오랜만에 봬도 역시나 에너지 넘치시는군요. 뜨개질과 요가라는 것만 다르지 실상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을 하시는데, 연결을 할 때 희열을 느끼시는 편인가요?


다와: 음… 생각해 보면 연결의 중심이 처음엔 저였어요. 제가 좋아하는 걸 서로 연결하는 거였죠. 뜨개만으로도 모이는 사람이 있지만, 뜨개와 요가를 연결했을 때 그걸 좋아하는 사람이 또 있어요. 뜨개와 요가, 그리고 식물을 연결했을 땐 좀 더 니치하지만 그걸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요. 단순히 사람들을 모으는 것보단 제가 좋아하는 걸 연결했을 때 거기 모이는 사람들, 거기서 이루어지는 소통이나 그 안에서 생긴 이야기가 되게 재미있어요.


오스틴: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그릇 같은 역할이네요. 듣다보니 ‘아침’이란 서비스가 궁금해집니다.


다와: 아침이라는 시간을 마주하며 남겨진 영감들을 매거진으로 발행하는 서비스예요. 진윤이라는 분이 2015년에 취미처럼 시작하셨는데, 아침이라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생겼어요. SNS에 자기 아침을 태그해서 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슬랙으로 그분들을 모아 실체를 만든 거죠. 그리고 지금은 아침과 관련된 제품들, 시리얼이나 노트, 달리기할 때 입는 티셔츠 같은 걸 파는 버티컬 플랫폼이 됐어요.


오스틴: 오, 그렇게 비즈니스가 만들어지는군요. 다와님이 아침에서 하는 일은 어떤 거예요?


다와: 커뮤니티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을 맡고 있어요. 같이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고, 남산을 산책하는 그런 가벼운 프로그램들이 있어요. 저희는 서로를 ‘모닝 오너’라고 부르거든요. 각자 아침의 주인이 된다는 의미에서. 저는 모닝 워너들과 추억을 쌓는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어요.


오스틴: 저한테 아침은 항상 정신 없고 힘든 시간인데,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해요. 저는 완전 올빼미거든요(웃음). 모닝 오너분들은 왜지 프리랜서가 많을 것 같은데요?


다와: 외의로 회사 다니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평일보다 주말 신청자가 훨씬 많거든요. 아침이라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니까 한두 시간씩 일찍 일어나 그걸 확보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아침이 소중하긴 하지. 5분이라도 더 자야 하는 시간이니까!! 그런데 주말에 신청을 한다고?? 정말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오스틴: 자신의 정체성을 커뮤니티 메이커라고 하셨는데, 이게 곧 다와님의 직업이라고 보면 될까요?


다와: 뭔가를 계획하면서 하진 않았어요. 그냥 하다 보니까 이런 속성이 생겼고 그럼 이걸 내 직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제 길이 살면서 만들어진 느낌이랄까요?


오스틴: 남들처럼 어떤 직업을 선택한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걸 하다 보니 길이 만들어졌다? 개척자네요?!


다와: 그런 것 같아요(웃음).

오스틴: 다와님한테 일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다와: 지금까지 했던 걸 돌이켜보면 늘 거기에 ‘좋아하는’이란 말이 있어요.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일을 한다든지, 좋아하는 취미를 일로 바꾼다든지, 그렇게 늘 좋아하는 뭔가가 일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 가치관에서 어긋나면 그건 또 일로 연결이 안 되더라고요. 제가 살면서 추구하는 것에 부합하는 일이어야 오래 지속할 수 있었어요. 저한테 일은 자아실현의 수단인 것 같아요.


오스틴: 보통은 일과 좋아하는 게 멀리 떨어져 있을 때 행복하다고들 하는데, 다와님은 그 둘을 일치시켰는데도 행복하다는 거네요? 이게 어떻게 가능하죠(웃음)?


정말이지 이해 안되는 것 투성이다. 오늘 인터뷰 정신 바짝 차리자!


다와: 저는 좋아하는 게 진짜 많았어요. 차도 좋아하고, 식물도 좋아하고, 꽃 만지는 것도 좋아하고, 요가도 좋아하고, 뜨개질도 좋아하고, 진짜 다 좋아하거든요. 근데 늘 좋아하는 걸 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이 있으니까 그것들을 다 일로 해본 거예요. 꽃가게에서 일해보고 이건 취미일 때 더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면 취미로 남기는 식이었죠. 처음에는 좋아하는 것 중에 일을 고르자는 생각이었는데, 이제와 보니 잘하는 것 중에 제일 좋아하는 게 오랫동안 일로 남았어요.


오스틴: 저는 처음으로 잘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았는데, 바로바로 성과가 안 나오니까 생각보다 힘들더라고요. 그냥 잘하는 걸 계속 했어야 했나 하는 불안도 생기고요. 다와님도 성과에 대한 고민이 있나요?


다와: 음… 성과란 단어는 저랑 거리가 먼 것 같아요. 어떤 게 성과였는지 모르겠어요. 그런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봤거든요.


오스틴: 네? 저는 직업이라고 하면 바로 성과로 연결되는 사람이라(웃음).


가깝게 앉아 있지만 정말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 두 사람.


다와: 뭔가 오래하는 것 자체를 못하는 사람이라 애초에 좋은 결과보다는 다른 게 더 중요했던 것 같아요. 과정이 즐겁지 않으면 금방 포기하거나 결과가 나오기 전에 삐걱거리니까 그것까진 생각을 못한 거죠.

오스틴: 다와님은 일할 때 무조건 즐거워야 하는군요?


다와: 뭔가를 할 때, 그걸 하는 내 자신이 너무 좋다거나 아니면 그 자체가 너무 재밌다면 계속할 수 있어요. 그러다 보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오는 것 같아요. 폭발적으로 좋은 결과는 아니어도 나름 만족스럽고요. 욕심이 그렇게 크지 않거든요. 그리고 아니다 싶은 일은 안 해요. 이렇게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었던 건 조금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포기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오스틴: 저랑 완전 반대예요(웃음). 저는 뭐든 될 때까지 하는 근성 캐릭터이면서 성과에 엄청 집착하거든요. 너무 정반대인 사람을 만나서 신기하면서도 뭔가 제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면서 괜히 서글퍼지네요. 마냥 부러워요, 다와님이(웃음).


다와: 저는 오히려 내가 조금만 더 했으면 잘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남들도 다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사는 거 아닐 텐데, 나는 너무 좋아하는 일만 하려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그렇게 나의 불성실함이나 끈기 없음에 대해 생각할 때가 있어요.


오스틴: 에이, 그건 아니라고 봐요. 끈기가 없다면 니터가 될 수가 없죠. 저는 모자 만드는 일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성과가 나기 시작하니까 그냥 더 잘하고만 싶었거든요. 성과가 즐거움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나중에 한번 되새겨봐야겠어요, 정말 과정이 즐거운 적이 없었는지.


잠깐 쉬는 시간에 혼자 생각해 보니 전혀 없진 않더라. 새로 나온 샘플이 예상보다 잘 나왔을 때, 우연히 매력적인 원단을 찾았을 때 등등 순간순간 즐거운 때가 있었다. 스스로 그걸 즐거움이라고 인식하지 못했을 뿐! 그런 면에서 다와라는 사람이 새롭게 보인다. 끈기가 없는 게 아니라 일의 본질에 대한 통찰력과 용기가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친다. 그녀가 더 궁금해지는 대목. 일에 대한 생각을 조금 더 탐구해 보고 싶다.

오스틴: 뜨개질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다와: 전공 수업 중 하나가 기계 니트를 하는 거였는데 그 기초 과정이 손뜨개였어요. 근데 그게 너무 재밌어서 집에서도 하고 알바하면서도 하고 그러다 보니 친구들보다 더 잘하게 된 거예요. 한 시간을 들이면 그만큼 뭔가가 만들어지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그래서 졸업 작품도 뜨개질로 하게 됐고요.


오스틴: 원래 꿈은 뭐였어요?


다와: 중학교 때부터 패션 디자이너였어요. 근데 제가 TV에서 본 패션 디자이너는 빠른 시간 내에 집중적으로 옷을 만드는 사람이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옷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디자인하는 사람이더라고요(웃음). 저는 미술학원 다닐 때 정해진 답을 빨리 그리는 건 잘하는데 스케치가 늘 어려웠거든요. 대학에서도 첫판을 뜨는 거라든지 니트 짜는 것처럼 실기는 진짜 잘하는데 콘셉트 잡고 무드 만드는 건 너무 어려웠고요.

그리고 학교에서는 산업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그게 제 가치관과 너무 달랐어요. 지금은 그 가치관이 좀 변하기도 했지만, 당시엔 패션 디자이너가 너무 빨리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직업인 것 같았어요. 업계가 엄청 날카롭고 예민하다는데 버틸 자신도 없었고요. 그래서 패션 디자이너는 안 하게 됐어요.


오스틴: 이야기를 쭉 듣다보니 현재에 충실하신 분인 것 같아요. 뜨개를 좋아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겠죠? 다와님 뜨개 작품이 궁금해지네요.

다와: 이건 졸업 작품인데, 거의 한 학기 동안 만든 것 같아요. 작업 시간만 따지면 한 달 정도? 만들다 이상하면 풀고 그랬던 것까지 다 합치면요.


오스틴: 중간에 다시 풀어야 할 때는 어떤 마음인가요? 엄청 괴롭죠? 저는 진짜 울 것 같아요.


다와: 음… 솔직히 저는 별로 미련이 없어요.


엥?! 오늘은 ‘이해’란 단어를 포기해야겠다.


다와: 뜨개질을 한 기간이 쌓여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어릴 땐 아깝다고 생각했겠죠? 왜냐면 시간을 그만큼 들인 거니까. 근데 요즘은 빨리 풀어야 시간을 덜 낭비한다고 생각해요. 좀 더 해보자 하다가 진짜 별로면 그만큼 더 풀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금방 되돌아갈 수 있을 때 미련 없이 푸는 편이에요.


오스틴: 저는 집착이 심해서 도중에 쉽게 못 내려놔요(웃음). 이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 더 디벨롭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요.


다와: 저는 아니다 싶은 순간 마음이 떠나요.


오스틴: 그럴 수 있다는 건 자기 확신이 있기 때문이겠죠? 다와님이 지금껏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왔다는 건 스스로 선택하는 힘, 책임지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화성에서 온 마케터와 금성에서 온 니터의 조합이다.


오스틴: 니터로서 직업병도 있나요?


다와: 보통은 손목이나 목이 아프죠. 계속 앉아 있다 보니 허리나 골반도 아프고요. 근데 저는 성격이 좀 급하거든요. 한번 잡으면 잘 안 놔요. 끝까지 하느라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참죠.


오스틴: 아까도 잠깐 얘기했지만 끈기가 없는 분은 아닌 것 같아요.


다와: 그런가요? 사실 졸업 이후 뜨개질을 365일 내내 한 게 아니라 겨울철에 잘 될 때 잠깐씩 하고 다른 직업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가는 식으로 해왔어요. 끈기보다는 순간 집중력이나 몰입력이 좋은 편이죠. 그래서 뜨개질을 듬성듬성 계속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하기 위해서는 ‘듬성듬성’하는 것도 방법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스친다. 일의 양다리를 만들어 두는 게 자신을 지키며 일을 하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오스틴: 매일 하지 않더라도 50대, 60대가 됐을 때도 그걸 하고 있다면, 저는 그 역시 끈기가 있다고 말해도 될 것 같아요. 끈기가 꼭 농업적 근면성만을 말하는 건 아닐 테니까요.

오스틴: 이건 사전에 준비한 질문은 아닌데요. 듣다보니 궁금해져서요. 커뮤니티 메이커나 니터 외에 갖고 싶은 다른 직업이 있을까요? 아니 있을 것 같아요(웃음).


다와: 으음… 인플루언서?! 제가 중심이 되는 일이기도 하고,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질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영상 편집도 하고, 뭔가를 만들어서 판매하기도 하고, 사진도 찍는데, 글 쓰는 건 아직 자신이 없거든요. 근데 글을 써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은 해봤어요.


오스틴: 영향력을 갖고 싶은 거네요. 커뮤니티 메이커로서의 일도 비슷한 맥락 아닐까요? 어떻게 보면 다와님한테 뭔가를 얻고 싶어서 모이는 분들이잖아요. 단순히 스킬이라기보다는 다와님이 갖고 있는 삶의 태도나 방식 같은 거요. 지금 운영하고 있는 커뮤니티는 어떤 것들인가요?


다와: ‘클로즈-닡’이라는 니터들의 커뮤니티가 있고요. 최근에 새롭게 하는 요가 커뮤니티가 있어요. 저는 클래스보다 커뮤니티라는 말을 좋아해요. 클래스는 뭔가를 자꾸 알려줘야 하는 일방적인 느낌이라면 커뮤니티는 제가 빠져도 알아서 굴러가는 모임에 가깝거든요. 그리고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통해서 사람들이 모이면, 그 안에서 사람들이 저를 통해 필터링되어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 대화가 더 솔직하게 잘 이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오스틴: 그게 다와님의 커뮤니티가 가진 힘이군요.


다와: 근데 고민 중 하나가 연결이 너무 단발적이라는 거예요. 아침에서처럼 누군가 계속해서 연결되고 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교류했으면 좋겠는데, 제가 한 번에 몇십 명을 모을 수 없으니 그런 면에서도 한계가 있는 것 같고요. 커뮤니티를 시작하면 최대 네 번까지는 만나서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러면 제 손을 떠나도 그 안에 있던 분들이 서로 연락도 하고 그러시더라고요.

오스틴: 커뮤니티에서의 경험이 좋았기에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그럼 커뮤니티를 잘 운영하기 위해서 다와님만의 노하우가 있을까요? 커뮤니티에서 꼭 지켜야 하는 규칙 같은 거요.


다와: 처음 밍글링할 때 나이나 직업 같은 걸 말하지 않아요. 서로 친밀감이 생겼을 때는 얘기할 수 있겠지만 굳이 그런 분위기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 편이에요. 그리고 저희는 밥을 1인분씩 싸와야 해요. 채식으로요.

오스틴: 꼭 채식이어야 하나요?


다와: 사실 가치관 때문이 아니라 건강 때문에 고기를 못 먹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근데 고기를 먹는 사람은 야채도 먹을 수 있잖아요. 채식을 기본값으로 두면 고기를 못 먹는 사람들이 미리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죠. 채식은 좀 더 넓게 사람을 담을 수 있는 커뮤니티를 위한 일이에요.


야채를 못 먹는 사람은? 이라고 질문을 하려다가 좀생이처럼 보일 것 같아서 꾸욱 참는다.


오스틴: 뜨개 커뮤니티에 무조건 숙련자만 오진 않을 것 같은데, 초보들도 쉽게 녹아들 수 있게 하는 다와님만의 방법이 있을까요?


다와: 시작할 때 일단 차를 마시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이 열리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그냥 제가 차를 좋아해서 넣은 건데,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차를 마시면서 얘기하다 보면 다들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오스틴: 낯선 사람들이 모이면 처음에 엄청 어색하고 불편하죠(웃음).


다와: 처음에는 진짜 어려웠어요. 그래서 매주 주얼리 클래스를 하는 친구한테 물어보니 그냥 기본적인 질문을 하면 알아서 대화가 진행된다는 거예요. 어디서 오셨는지, 왜 신청하셨는지, 이걸 어떻게 알게 되셨는지.

그리고 애초에 제 커뮤니티는 다른 플랫폼이 아니라 제 SNS 계정들을 보고 신청할 수 있게 돼 있거든요. 그러니까 저를 보고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뭔가 공통점이 하나씩은 꼭 있어요. 그래서 굳이 노력하지 않고 가벼운 질문만 던져도 알아서 대화가 흘러가더라고요.


오스틴: 커뮤니티를 하다 보면 가끔 모임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요?


다와: 크게 없었는데, 제가 다른 플랫폼을 쓰지 않아서 애초에 불특정 다수가 모일 확률이 적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오스틴: 혹시 절대 뜨개 하면 안 된다 싶은 유형의 사람이 있나요? 이런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다와: 회사에 하루 종일 앉아만 있는 사람들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그런 분들은 운동이 필요하죠. 뜨개를 오래하면 손도 저리고 그래요. 그럴 때 요가를 하면 몸이 개운해지니까 뜨개와 요가를 같이 하면 시너지가 있는 것 같아요. 요가는 되게 정적으로 보이지만 엄청 동적인 운동이거든요.


오스틴: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다와: 그렇게 큰 한 방은 없었던 것 같은데... 자잘하지만 즐거운 순간은 있어요. 제가 좋았던 걸 사람들이 똑같이 느끼는 거요. 요가를 하면서 삶의 균형이 맞춰졌거든요. 사람들이 저를 통해서 그걸 느낄 때 너무 좋아요. 뜨개도 사실 좀 더 잘 쉴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거든요. 뜨개를 하다 보면 잡생각이 없어지는데, 사람들이 머리가 비워지는 그 느낌을 받는다고 할 때가 있어요.

오스틴: 다와님은 뜨개나 요가 같은 특정 분야의 워커로 규정하기보다 그냥 홍다현, 다와라는 사람 자체가 브랜드가 되고 프로덕트가 되는 것 같아요. 본인에게 매력을 느끼고 본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따르는 사람들을 만들어내는, 이미 영향력을 주고 있는 삶이죠.


다와: 사실 저는 뜨개질을 제일 오래했고 전문성이 있고 사람들을 잘 모을 수 있는 거라서 한 거였거든요. 그렇지만 뜨개 선생님이 되긴 싫은 거예요. 좀 더 다양한 걸 얘기하고 싶은데 뜨개로는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너무 제한적인 거죠. 이런 걸 좋아하는 분들은 대부분 여성이고요.


오스틴: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으신가요?


다와: 일하는 삶에 찌들어서 이런 세계를 경험할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저를 만나러 왔으면 좋겠어요. 저는 휴식과 여유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요즘 사람들 너무 바쁘게 사는데 자기한테 제일 중요한 게 뭔지 생각은 해보면서 살고 있는 건지 답답하죠. 그래서 일기도 썼으면 좋겠고 요가든 뭐든 운동을 하나쯤은 했으면 좋겠어요. 몸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게 있거든요.


오스틴: 어쨌든 사람들이 나를 찾아오게 하려면 구실이 필요하잖아요. 정체성에 대해 보다 구체화하면 누가 나를 찾아올지 또는 필요로 할지 조금 답이 나오지 않을까요?

오스틴: 밸런스 게임을 해보려고 하는데, 다와님은 둘 중에 뭘 선택할지 너무 보여요(웃음). 그래도 한번 해봅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200만 원 벌기” 아니면 “좋아하진 않지만 잘하는 일 하면서 1000만 원 벌기” 중에 택하라면?


다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200만 원 벌기!


오스틴: 계속 200만 원만 벌어야 하는데도?


다와: 1000만 원 버는 사람은 그것도 모자라요. 내가 일하면서 매일 불행한 것보다는 예산에 맞게끔 사는 게 나은 것 같아요. 1000만 원을 번다고 해서 200만 원만 쓰고 800만 원씩 남기는 게 아니거든요.

오스틴: “혼자만의 시간”과 “사람들과의 시간” 중 나에게 더 필요한 건?


다와: 필요를 생각하면 혼자만의 시간인데, 혼자 있으면 사람들을 만나고 싶고 또 사람들이랑 있으면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요(웃음).


오스틴: 그럼에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뭐예요?


다와: 저는 원래 생각이란 걸 별로 안 하고 살았어요. 뒤끝도 없고 감정 표현을 잘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데 일기를 쓰면서 내가 오늘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 뭐가 좋았는지, 뭐가 싫었는지 생각하다 보니까 그 시간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여유가 없으면 그 시간을 너무 원하게 돼요. 그 고요함과 나를 알아봤던 그 시간이 너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시간이 있으니까 대인관계도 더 원만해지고 순간순간 감정 조절도 잘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오스틴: 맞아요! 제가 올빼미족인 이유도 이 때문이죠. 밤에는 아무도 저에게 연락을 안 하잖아요. 특히 새벽은 철저히 혼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죠. 일을 할 수도 있고 놀 수도 있고. 그래서 저는 그 시간이 너무 좋아요.

오스틴: 사람들과 어울릴 때는 “얕지만 넓게”와 “좁지만 깊게” 중 어떤 스타일인가요?


다와: 좁고 깊은 관계요. 너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 힘들어요. 사람들을 만날 때 에너지를 많이 쓰는 편이거든요. 그리고 좁고 깊은 관계에서는 대화할 때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아는 게 있잖아요. 그런 게 좋은 것 같아요.


오스틴: 근데 영향력을 확장하려면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하잖아요.


다와: 사실 모임을 하고 싶어서 모임을 하는 사람은 아니잖아요. 이걸 통해 얘기하고 싶은 게 있고 나누고 싶은 분위기가 있는 거니까요.


오스틴: 집에서 모임을 하는 것도 그런 이유인가요?


다와: 네. 저희 집에는 식물도 있고 고양이도 있어요. 서울에서 이렇게도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고 꼭 뜨개질을 알려주고 싶다기보다는 나누고 싶은 가치가 너무 많아요. 그걸 할 수만 있다면 꼭 오프라인이 아니어도 되고요.


오스틴: 자신의 메시지를 더 많이 전달하고 싶어서 모임을 운영하시는군요.


다와: 네, 사람을 엄청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유일한 공통점 발견. 아니 ‘유이한’ 공통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고, 사람을 엄청 좋아하는 유형이 아니란 것. 사실 비극은 여기서 시작된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일단 사람을 만나야 한다. 애초에 사람에게서 에너지를 얻고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이라면 모르겠지만 우리 같은 유형들은 혼자서 따로 에너지를 충전하지 않으면 지속하기 쉽지 않다. 그녀의 충전 방법이 궁금해진다.

오스틴: 아까 휴식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했는데, 일과 휴식의 밸런스는 어떻게 맞추세요?


다와: 일하다 잠깐 낮잠 자고 다시 또 일해요. 이번에 여행 갔을 때도 놀다가 일하고, 그 안에서 최대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편이에요.


오스틴: 일과 휴식의 경계가 없으면 자칫 무너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럴 땐 없었나요?


다와: 일단 일을 무리하게 많이 잡지 않고요(웃음). 시간의 주체성을 잃었다고 느낄 때 굉장히 힘들거든요. 일을 쳐내고 있다는 느낌? 허겁지겁할 때면 멈춰야겠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더 쉬고 그래요.


오스틴: 자신만의 휴식 방법이 있나요?


다와: 일단 집안일을 해요. 집이 깨끗해야 쉴 수 있거든요. 그리고 식물들이랑 고양이랑 놀다 보면 저도 모르게 쉰다는 느낌이 들어요.


오스틴: 가사 노동이 곧 휴식이네요(웃음).


다와: 저는 가만히 잘 못 있어요. 자고 일어나면 침대에서 바로 일어나 차를 마시고, 계속 집에서 사부작거려요. 그게 재밌어요. 집에 있는 시간 자체가 그냥 쉬는 것 같아요.


오스틴: 어떤 사람은 밖에 나가서 골프를 치거나 수영을 하는 게 휴식이라고 하거든요. 근데 다와님의 휴식은 실내에 있어야 하는 거네요. 친구들이랑 게임을 하거나 노는 것도 휴식인가요?


다와: 저는 친구를 만나는 것도 휴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주말에는 하루는 집에 있어야 해요. 토일 모두 외출할 수 없어요(웃음).


오스틴: 저희가 태리워커들을 만날 때마다 워커 인터뷰지만 일하는 방식 말고 쉬는 유형에 따라 클럽을 지정해 드리려고 하는데요. 잘 쉬어야 일을 잘하게 되는 거니까. 야외 활동과 실내 활동(indoor or outdoor) 중 어떤 걸 즐기는지, 그리고 휴식을 취할 때 혼자인지 여럿인지에(solo or group) 따라 네 가지 분류가 있는데요.


다와: 어떻게 나뉘나요?


오스틴: 해리포터에서 기숙사 배정 보셨죠? 그거랑 비슷해요. 성향으로 나뉘는데요. 야외에서 혼자(outdoor + solo) 휴식을 취하면 스프링 플란넬 클럽(Spring Flannel Club), 야외에서 사람들과 함께(outdoor + group) 휴식을 취하면 서머 코듀로이 클럽(Summer Corduroy Club), 실내에서 혼자(indoor + solo) 쉰다면 오텀 트윌 클럽(Autumn Twill Club), 실내에서 사람들과 함께(indoor + group) 쉰다면 윈터 나일론 클럽(Winter Nylon Club)이에요. 휴식을 취하는 공간과 인원에 따라 2X2로 나눈 거예요. 간단하죠?


다와: 아… 네…


오스틴: 이게 말로 설명하면 그런데 도표를 보면 한눈에 들어오실 거예요. 각설하고, 우선 다와님은 지금까지 얘기로 봐선 야외가 아닌 실내인 거죠?


다와: 네! 저에게 휴식의 공간은 집이니까요. 그리고 저는 쉴 때는 혼자 시간 보내는 걸 더 좋아해요.


오스틴: 그러면 다와님은 Indoor + Solo니까 오텀 트윌 클럽입니다! 사실 저도 휴식 유형은 오텀 트윌 클럽이거든요. 다와님이랑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이렇게 같은 클럽이 되다니. 뭔가 신기한데요?


다와: 오! 저는 오스틴은 야외에서 사람들이랑 와글와글 보내실 줄 알았어요. 그럼 서머 코듀로이 클럽인 거죠? 지금 쓰고 계신 볼캡 이름이랑 같은 거죠? 저도 이 모자 너무 잘 쓰고 있어요. 봄에 제주 쇼룸에서 구매하고 여름 내내 쓰고 다녔어요.


오스틴: 크~ 감사합니다. 오텀 트윌 클럽에 오신 것을 환영하는 의미로 맞춤형 선물을 하나 드릴게요. 태리타운에서 제작한 패브릭 퍼퓸이에요(웃음).


다와: 오! 이거 향이 너무 좋아서 사고 싶었는데…! 감사합니다. 집안일 할 때 여기저기 뿌려놓고 해야겠어요.

오스틴: 침구나 옷에 마구마구 뿌리셔도 됩니다. 특히 모자 쓰고 난 다음에 뿌려두시면 다음에 쓰실 때 개운하게 쓰실 수 있답니다. 아… 약간 업자 같았죠? 제 지인이 방판업자 같다며(웃음).


제품 얘기만 나오면 팔불출처럼 신나서 줄줄 떠들어대는 버릇을 조금 고쳐야 하는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스틴: 드디어 마지막 질문이네요. 다와님의 한끗을 더해주는, 다와님을 더 완전하게 해주는 추상적이거나 관념적인 토핑이 있나요?


다와: 저는 사랑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해서 사랑할 대상이 필요해요. 연인일 때도 있고 가족일 때도 있고 고양이 일 때도 있어요. 그리고 식물에 엄청 빠진 적도 있어요. 저는 정신적으로 관심을 갖고 사랑을 쏟을 대상이 저의 토핑인 것 같아요.


오스틴: 그렇다면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구체적이거나 실체적인 토핑도 있을까요?


다와: 아이스크림이요! 저를 가장 쉽게 기분 좋게 해주는 거예요.


오스틴: 다와님한테 부탁할 일이 있으면 아이스크림을 들고 가면 되겠네요(웃음).


다와: 언제든이요!


오스틴: 지금 다와님의 완전도는 몇 퍼센트인가요?


다와: 100퍼센트요.


이충걸 교장 선생님 이후로 처음 나오는 100%. 인터뷰이 중 최연장자와 최연소자의 퍼센트가 같은 것도 재미있지만 둘의 표정이 닮은 것도 나만 느낄 수 있는 현장의 묘미. 100이란 숫자를 말할 때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으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애초에 두려움 따위 없는 표정으로.


다와: 늘 지금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현재가 100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자꾸 후회하거나 뭔가를 하려고 해야 하잖아요. 저는 그러기 싫거든요.


잠시 멍해진다. 늘 죽도록 한 뒤에도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부족함을 자책하는 나와는 너무 다른 그녀의 삶을 대하는 태도는 나이를 떠나서 존경심마저 든다.


오스틴: 정말 생각이 많아지는 인터뷰네요(웃음). 앞으로 다와님이 어떻게 인생을 펼쳐나가실지 너무 궁금합니다. 그럼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면 살짝 여쭤봐도 될까요?


다와: 없어요.


응? 금세 또 멍해진다. 정신줄 잡아라, 오스틴!


오스틴: 계획이 없다고요? 그냥 되는대로?


다와: 제 길이 아닌 데 있는 게 너무 싫으니까 조금 불안해도 이렇게 사는 걸 선택한 거죠.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심어주신 건데, 저는 제가 언젠가 잘 될 거라는 막연한 확신이 있어요(웃음). 잘 될 거니까 계획보다는 현재를 충실히, 그리고 열심히 사는 거죠!

대부분의 사람에게, 아니 적어도 내게 삶은 객관식 영역이었다. 뇌가 말랑했던 시절에 부모님과 선생님, 그리고 주위 어른들이 제시해 준 달콤한 보기들을 골라 삶을 숙제처럼 채워가는 거라고 여겼다. 열심히 노력하면 더 달콤한 보기를 고를 수 있는 게 인생이었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 미션 클리어를 목표로 살아왔지만, 마흔이 되어서야 끝이 나지 않는 이 시험 같은 보기에 염증을 느끼고 새로운 도전을 감행하고 있다. 그 와중에 만난 충격적인 그녀. 자신의 삶을 주관식으로 풀어가는 이가 있었다. 아니 시험장을 나와서 문제를 푸는 것을 멈추고, 스스로 문제를 만들며 사는 사람이었다.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뚜벅뚜벅 발자국을 내는 다와. 두렵고 불안하다는 마음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웃음은 잃지 않는다. 그냥 신기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정말이지 우리가 찾던 자기만의 속도로 삶을 살아가는 또 한 명의 태리워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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