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콜(CaCol) 여행 스케처
A topping of your life, like a cherry on top!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만의 속도로 삶을 살아가는 태리워커(Tarry Worker)들의 마지막 한끗을 완전하게 해주는 토핑 같은 볼캡을 만듭니다.
자신을 억압하는 것들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영감과 동력을 얻을 수 있는 라이프 리프레시먼트 스테이션(Life Refreshment Station) 태리타운(Tarrytown)의 디렉터 오스틴이 다양한 분야의 태리워커를 만나 없으면 왠지 모르게 허전한, 얹었을 때 비로소 나를 완전하게 해주는 토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카콜(CaCol) 여행 스케처
돌아다니며 그림 그리는 게 제일 행복하다는 그림 작가. 그림만 그리기엔 아까운 마케팅 고수이자 15만 팔로워를 지닌 인플루언서.
연차: 8년차
학력: 강남대학교 학사
경력: 2015 스타워즈 포스 어워드 대상 / 사쿠라 100주년 한국대표 아티스트 / <드로잉 인 포르투갈>, <카콜의 어반스케치> 저술 / <스파이더맨>, <어벤져스> 등 영화 배경 스케치 및 컬래버레이션
MBTI: INTJ
email: shlim204@naver.com
SNS: @shlim204(인스타그램)
오스틴: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카콜: 여행을 다니면서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고, 외주나 다른 회사들과 협업을 하면서 ‘근근히’ 살아가고 있습니다(웃음).
오스틴: 핫한 분이 근근이라뇨!
카콜: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하죠. 저를 설명하는 가장 근본적이고 실체적인 키워드는 ‘그림 그리는 사람’이에요.
오스틴: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면 화가라고 하지 않나요?
카콜: 일반적으로 화가는 풍경을 그리는 사람, 일러스트레이터는 삽화를 그리는 사람이라고 인식하시죠. 저는 이것 저것 다 하다보니까 ‘그림 그리는 사람’이나 ‘그림 작가’가 라고 말씀드려요. 생존 전략이라고나 할까요(웃음)?
오스틴: 얼마 전에 하신 개인전이 꽤 잘됐잖아요. 유명하신 분들도 많이 왔다가셨다고 들었어요. ‘샤라웃’ 당하셨는데, 어떠셨어요?
어떤 내공을 가진 사람인지 궁금해 살짝 비행기를 태워본다.
카콜: 저는 기본적으로 돈벌이를 할 수 있게 됐을 때 비로소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림이 팔려야 그림 작가라고 할 수 있죠. 직업은 결국 수익이 생기는 걸 뜻하니까요. 제가 이 직업을 택했고, 직업인으로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아티스트라는 생각과 동시에 생활인이자 직업인으로서의 소명 같은 것들도 잊지 않으려고 해요.
첫 공격이 실패했다. 그는 나이답지 않게 아주 차분하게 자신의 현재를 객관화한다.
오스틴: 그래도 작가님은 그림이 잘 팔리는 작가잖아요?
카콜: 아직 갈 길이 너무 멀어서요.
얼핏 보면 엉성한 듯 하지만 막상 제대로 마주하면 빈틈이 잘 보이지 않는다. 마치 그의 그림들처럼. 그를 제법 안다고 생각했는데 새삼 낯설게 느껴진다.
오스틴: 조금 뜬금 없긴 하지만 취향 관련해서 질문 드려도 될까요? 그냥 좋아하는 것 5가지만 떠오르는대로 말씀 부탁드려요.
작가 카콜 이전에 생활인 임세환이 궁금해졌다.
카콜: 첫 번째는 여행이고, 두 번째는 그림인데 여행을 좋아하다보니 그림은 주로 여행 스케치나 어반 스케치를 좋아해요. 세 번째는 영감을 주는 영상을 보는 것, 네 번째는 음식이에요. 마지막은 그냥 머리 식힐 때 보는 애니메이션?!
오스틴: 시각적인 콘텐츠가 많네요? 사람들에게 눈으로 볼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직업이라서 그런지 비주얼 자극이 많이 필요하신 것 같아요.
카콜: 공부 같은 거죠, 공부. 많이 볼수록 정보를 얻고 표현하는 게 쉬워지니까요.
오스틴: 그런데 게임은 왜 빠졌죠? 무서운 게임 좋아하시잖아요(웃음).
예전에 함께 바이오 하자드를 한 적이 있다.
카콜: 아! 그것도 좋죠. 영상으로 사람을 얼마나 놀래킬 수 있는지 카메라 각도나 그런 것들을 봐요. 게임을 할 때도 영상미를 중시해요.
오스틴: 그럼 영상 중에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어떤 거예요?
카콜: 광고를 가장 좋아해요. 옛날에 일본 디즈니랜드 광고가 있었어요. 어린 시절부터 노인이 될 때까지 디즈니랜드는 언제나 꿈과 희망이 있는 곳이라는 걸 보여주는 1분 짜리 영상이었거든요. 가끔 이해할 수 없거나 아는 사람만 알 만한 광고들 있잖아요? 근데 그 광고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서 좋았어요.
그의 취향에서 그가 얼마나 일중독인지 대충 짐작이 됐다. 여가 시간마저 자신의 업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오스틴: 저희가 성장을 위한 휴식이라는 모토로 만든 회사다보니 휴식에 관한 질문을 뺄 수가 없는데요. 아무래도 혼자 작업을 하는 게 익숙한 직업이잖아요. 여가 시간에 혼자 있는 게 좋으신가요, 아니면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걸 좋아하세요?
카콜: 혼자만의 시간요!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은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사람이 많으면 시끄럽기도 하고 그래서 딱히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오스틴: 그럼 혼자 있을 땐 주로 뭘 하세요?
카콜: 카페에서 그림 그리기? 아까 말한 게임도 하고…
오스틴: 에? 일 말고 쉴 때요. 그림은 작가님의 업이잖아요. 쉴 때도 그림 그리는 거예요?
카콜: 직업이지만 기본적으로 저는 그림을 그릴 때 재미있어요. 또 나중에 그걸 콘텐츠화할 수도 있으니까요.
역시나 그는 일중독이 맞다.
카콜: 어차피 즐거워야 계속할 수 있다는 걸 아니까 최대한 즐길 수 있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생각해봤더니 돌아다니면서 그림 그리는 것이더라고요. 여행 다니면서 그림 그리는 게 가장 재밌어요. 카페나 식당에 가서 그 공간을 천천히 보면서 그려요.
오스틴: 주화입마보다 무서운 게 워라일체라고 하던데 지금 작가님이 거의 그런 상태 같은데요?
카콜: 의무적으로 그리는 건 아니고 그냥 커피 마시면서 앉아 있으면 저도 모르게 그리고 있어요. 아무래도 카페는 밥집처럼 얼른 먹고 나가야 하는 곳은 아니잖아요.
오스틴: 업무와 휴식 시간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보이는데, 작가님의 워라밸 기준이 궁금해요.
카콜: 중간에 러닝을 한다든지 잠을 자는 경우도 있죠. 아니면 게임을 한다든지. 주로 러닝을 하는 것 같아요.
오스틴: 왜 뛰는 걸 선택하셨나요?
카콜: 일단 운동이니까 건강에 좋잖아요. 오래 앉아서 그림을 그리면 피가 아래로 쏠리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뛰기 시작했는데, 머리에 피가 도는 기분이에요. 결국 일할 때 집중이 더 잘 되니까 러닝을 계속 하는 것 같아요.
오스틴: 소름 끼쳤어요(웃음). 결국 쉬는 시간도 일을 잘하기 위한 시간으로 쓰는 거잖아요?!
카콜: 안 그러면 먹고살기 힘드니까요.
오스틴: 작가님의 워라밸은 라이프가 빠진 것 같아요.
카콜: 사실 휴식에 대한 기준이 좀 애매한 것 같아요. 여행 스케치를 다닐 때 쉬는 시간에 그냥 호텔에서 가만히 쉬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좋은 게 없나 찾는 편이에요.
오스틴: 저도 쉬는 시간에 게임을 하는데요. 그 이유가 그걸 통해서 얻은 시청각적 자극들이 브랜드를 만들 때 영감으로 작동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이 짓을 15년 가까이 하다보니 한 번도 퓨즈를 끈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요즘은 휴일에 웬만하면 휴대폰도 안 보고 그냥 놀아요. 디지털 디톡스를 하죠.
카콜: 불안하지 않으세요?
오스틴: 맞아요. 역시 아시는 군요. 불안해요(웃음). 뇌를 한 번 껐다가 켜는 느낌이다보니 다시 켰을 때 로딩 시간이 길어지니까 일하기 싫다는 생각도 들고 뭔가 비효율적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그렇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퓨즈를 끄고 있어요. 장점이 있거든요.
카콜: 장점요?
어느 순간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바뀌어있다. 그러나 멈출 수가 없었다. 이 일중독자에게 뭔가 휴식이 얼마나 필요한지 이야기해주고 싶었기에.
오스틴: 디지털 디톡스의 장점은 새로운 시선이 생겨요. 예전에는 전원을 안 끄니까 계속 한 가지 시선으로 변화 없이 일했거든요. 근데 제가 보기에 작가님은 계속 전원을 켜둔 상태에서 방전되지 않도록 충전기를 꼈다가 빼는 느낌이랄까?
카콜: 맞아요. 사실 러닝을 하는 이유 중에는 잠을 잘 자기 위해서도 있어요. 잠을 잘 자는 게 기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혼자만의 시간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천천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인데, 러닝이 혼자할 수 있는 운동이기도 하잖아요. 경쟁을 할 필요도 없고 다른 사람을 신경 쓸 필요도 없죠. 그리고 저는 카카오톡을 포함한 거의 모든 알람을 꺼놔요. 일일이 확인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고 힘들다는 걸 알거든요.
오스틴: 그건 저랑 반대네요? 알람을 다 꺼두면 불안하지 않나요? 긴급한 연락을 놓칠 수도 있잖아요.
카콜: 전혀요. 급한 일이면 전화가 오겠지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다고 아예 안 보는 건 아니지만, 늦은 시간에는 일적인 건 전혀 안 봐요. 그러니까 일과 그림, 휴식을 따로따로 할 수 있죠.
오스틴: 나름의 구분이 있긴 했군요?
카콜: 네, 저는 카페에 가서 천천히 그 공간을 즐기고 주변에 있는 사람 소리, 향, 온도 같은 것들을 다 느끼면서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요. 그렇게 하면 공간이랑 합쳐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어느 순간 명상 같은 단계가 오거든요. 천천히 앞에 보이는 걸 담아내는 일을 하는 거니까 그때는 이걸 어떻게 그려야겠다거나 어떻게 표현해야겠단 생각을 하지 않아요.
오스틴: 같은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라도 어떤 상태냐에 따라서 일이 되기도 하고 명상이 되기도 한단 거군요?
카콜: 네. 우리는 외부로 나타나는 행동에 주목하는데, 저는 그걸 행할 때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그러니 계속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쉬는 거죠. 저녁엔 되도록 일을 많이 하지 말 것이라는 기준이 있죠. 일은 되도록 낮에 빨리 끝내버리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는 단순한 일중독자라기 보다는 스스로 결계를 치고 경계를 잘 타는 유형의 워커인 셈.
오스틴: 혼자 하는 일이 대부분이겠지만, 공동으로 작품을 한다든지, 아니면 그림 작업 외에 전시회를 기획한다든지 클래스를 개최한다든지 등등 혼자서는 버거운 미션이 주어질 때도 있잖아요? 그래도 끝까지 혼자 하시나요? 아니면 협업자를 구하시나요?
카콜: 아직 그림을 협업으로 해본 적이 없어서 답하기 좀 애매한데요. 저의 본질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고, 그에 맞는 일을 맡기시니까 대부분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이었어요. 그리고 제가 할 수 없는 일이라면 전문가를 추천하기도 하는데, 협업하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걸 통해서 재미난 게 생기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림은 저 혼자 그리는 것이지만 애니메이션화 작업이라든지 마케팅, 세일즈 같은 건 협업하는 편이에요.
오스틴: 제가 이 질문을 드린 이유는 혼자 일하는 데 익숙한 분들 중에는 자기 영역이 아닐 경우 배워서라도 직접 하려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카콜: 저는 협업이 필요할 땐 협업을 하고, 금액의 배분율이라든지 그런 걸 신경 쓰는 편이에요.
오스틴: 작가님과 대화할 때 가끔 느끼는 건데, 아티스트가 아니라 CFO와 대화하는 느낌이에요. 합리성과 효율성을 매우 중요시한다는 인상을 받아요. 그리고 뭣보다 경제적인 셈에 밝고(웃음).
카콜: 저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저라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경영자이기도 하니까요. 그림을 그리는 행위만 해서 먹고살 수 있을까요? 왜냐면 그림 그리는 일도 구매자가 있어야 가능하고, 후원이나 협찬 등 조건들이 있어야 하잖아요. 저는 작가이지만 제 작품을 좋아하는 고객과의 연결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으려 해요.
오스틴: 이 이야기가 단순히 이윤 추구에 대한 고려로 들리기 보다는 마케터가 일할 때의 태도처럼 느껴져요. 고객분석의 중요성 같은? 제가 마케터다보니 엄청 흥미롭게 들리는군요.
카콜: 특히 저는 회사를 다니는 게 아니니까 여러 가지 일을 기획해서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커요. 어떻게 보면 작가로서의 저를 부품으로 쓰는 거죠. 부품으로 넣고 중심이 되는 걸 잘 만들어서 해보고 또 다른 일을 만드는 거예요.
오스틴: 이번에는 기획자의 마인드네요?
카콜: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랑 일할 때 너무 작가 중심으로 가는 것보다는 같이 가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있거든요. 그래서인지 저랑 일하면 편하다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 분들과 꾸준하게 가는 게 가장 효율적이고, 저 혼자만 좋은 것보다는 같이 하는 분들도 좋아야 하니까요.
그를 작가라는 이름으로만 가둬놓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오스틴: 협업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 본인만의 무기가 있을 것 같아요.
카콜: 제가 할 수 있는 걸 전부, 잘 설명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게 공간일 수도 있고 상품일 수도 있죠. 여기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는 것도 필요하고요. 작가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회사 상황도 중요하니까요. 작가랑 실무자랑 싸우는 경우도 많거든요. 서로의 일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상대방의 일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해야 해요.
오스틴: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네요. 협업자와 그의 일에 대해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대화하는 거잖아요. 잘못된 선입견일 수도 있는데, 작가적 성향이 강한 분들 중에는 이 부분이 취약한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카콜: 저도 작가님들이랑 얘기하다 보면 본인 위주이신 분들이 많아요. 어쩔 수 없는 이유도 있는 것 같아요. 왜냐면 작가로 살다 보면 만나는 사람들이 한정적인 경우가 많거든요. 여러 직종을 만나기 힘들죠.
오스틴: 작가님과 대화하다 보면 아티스트로 보였다가, 마케터로 보였다가, 기획자처럼 보이기도 했다가, CFO로 보이기도 하고. 마치 저희 볼캡 서머코듀로이와 윈터나일론처럼 믹스앤매치가 되어 있는 복합체처럼 느껴져요(웃음).
흔치 않은 성향의 아티스트인 것은 확실하다. 살짝 로봇 같다는 인상마저 든다. 그는 어떨 때 행복을 느끼지는 궁금해진다.
오스틴: 요즘 작가님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건 뭔가요?
카콜: 행복이란 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행복의 목표로 잡고 있는 게 있긴 해요. 돈 걱정 없이 여행을 하면서 그 여행지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 그 공간이랑 소리, 주변을 다 느끼면서 그림 그릴 때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무(無)의 상태로 아무 생각을 안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가 좋아요. 사실 어디 공모전이 됐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거 없거든요. 디즈니 공모전 1등 했을 때도 그냥 그랬어요.
오스틴: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5만 명 넘게 있으시잖아요. 작가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이런 건 행복함을 주는 요소가 아닌가요?
카콜: 물론 너무 감사하고 고맙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되는 원동력이긴 하죠. 그렇지만 저는 그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고 해요. 온라인은 온라인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예전에 들었던 말인데 온라인에서 더 뭔가를 하려는 사람은 그만큼 오프라인에서 잘 안 되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많대요.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잘된 사람은 그걸 할 필요가 없어요. 그냥 인기를 원할 순 있겠죠.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돈을 벌고 더 잘사는 게 중요하지 온라인이 잘된다고 해서 다른 게 다 잘되는 건 아니거든요. 이건 하나의 과정이고 현상일 뿐이지 이게 목표가 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오스틴: 근데 요즘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흐려지고, 온라인의 인기가 오프라인 활동을 위한 넛지 혹은 연결고리 역할을 하기도 하잖아요?
카콜: 어느 정도 효과가 있긴 한데 100% 되는 건 아니고, 결국은 오프라인을 위해서 온라인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다른 인플루언서들 보면 노출률이나 팔로워 숫자에 예민한 분들 많은데 저는 그렇게 관심 갖고 있진 않아요.
오스틴: 팔로워가 많아지는 게 최종 목표는 아니지만 그 목표를 가기 위한 기회가 열렸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 않나요?
카콜: 그건 인스타그램용 마케팅이 잘됐다는 거지 그걸 유튜브나 트위터에 올린다고 해서 잘되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냥 인스타그램에 맞춰서 만들어진 사회에서 제가 사람들한테 보여지기 쉽게 했다는 정도예요. 저보다 그림 잘 그리는 사람 엄청 많거든요. 그럼에도 인플루언서가 안 되는 경우도 많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못 먹고 사는 거 아니거든요. 그림을 잘 파니까요.
냉철하고 객관적인 자기 평가가 깔려 있다. 그래서 더 몰입하게 된다.
카콜: 인스타그램에서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도록 릴스 같은 걸 해보거나 그러면 광고나 협찬 같은 게 들어오긴 해요. 그러면서 여러 가지 일을 다양하게 해볼 수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열심히 하고 있긴 한데, 만약 제 그림이 지금보다 더 잘 팔린다면 제가 과연 SNS를 할까요?
오스틴: 대한민국 작가들 중에 A/B 테스트를 가장 많이 하는 작가이신 것 같아요. 이건 뭐 거의 마케터 수준으로 하고 있는 느낌?
카콜: 맞아요. 재밌기도 하고 공부 개념으로 해보는 거죠. 그래서 다른 작가님들 중에 저한테 물어보시는 분들도 꽤 많아요. 인스타그램 활용도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오스틴: 가장 유의미했던 테스트가 뭔가요? 제가 한수 배우고 싶습니다!
카콜: 제 인사이트를 하나 드리자면, 사람 목소리 들어가는 영상이 효과적인 것 같아요. 물론 목소리가 좋아야 하고요. 너무 올라가는 것보다는 올라갔더라도 그 톤으로 유지돼야 해요.
오스틴: 이런 걸 테스트하고 고민하는 작가가 얼마나 될까요(웃음)?
카콜: 생각보다 많이들 하세요. 근데 팔로워가 많이 안 늘면 사람들이 내 그림을 별로 안 좋아하나 그런 고민을 많이 하시죠. 저 작가는 왜 잘 되고 나는 안 될까 그런 얘기도 많이 하시고요.
오스틴: 좌절감을 경험하게 되는 거죠.
카콜: 맞아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또 안된다고 봐요. 그림 그리는 사람들한테 인스타그램은 하나의 갤러리이자 포트폴리오예요. 하나의 시장이기도 하죠. 시장에 제품을 냈는데, 질이 좋음에도 보이지 않으면 사람들은 그냥 지난 가는 거죠. 시장에서 이상하게 운이 나쁜 걸 수도 있어요. 주변에 막 명함 돌려도 잘 안 되는 경우 있잖아요. 시장에 따라 달라져요. 언제나 시장에 따라. 그림 실력 때문만은 아닐 수 있는 거죠.
오스틴: 시장에 낸 그림이 안 팔릴 경우 자기 그림을 바꾸려고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근데 작가님은 A/B 테스트를 하는 등등 이렇게 마케팅적인 요소를 고민한다는 게 신선했어요. 나같은 사람 어떻게 밥벌이 하냐고요.
카콜: 저는 못 그린 그림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림도 완벽히 똑같이 그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음식도 사람의 입맛에 따라 맛있을 수도 맛 없을 수도 있어요. 민트도 좋아하는 사람 있고 싫어하는 사람 있죠. 그런 것처럼 어떻게 홍보를 하고 마케팅을 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그림을 더 봐주고 그게 그림 그릴 때 힘이 나게 하거든요.
오스틴: 브랜딩과 마케팅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시대긴 하죠.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삼천포로 빠져버렸다.
오스틴: 행복 얘기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죠(웃음)? 반대로 카콜님을 좌절하게 만드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카콜: 몸이 아플 때 아니면 뭔가 보여주거나 전시를 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안 좋을 때? 뭔가 노력을 들였는데 반응이 안 좋으면 좌절한다기보다는 기분이 좋진 않죠. 돈 문제도 있고요.
오스틴: 오늘 돈 얘기가 굉장히 많이 나왔어요. 돈 걱정 없이 그림 그리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하시는 것 같아요.
카콜: 모든 작가님의 고민 아닐까요? 저는 일단 일할 때 어딘가에 먼저 제안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때 금액들을 생각하고 얘기하거든요. 왜냐면 다음 달에 수익을 어떻게 낼지, 그 다음달은 또 어떻게 할지 생각해야 해요. 일이 계속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어디 회사에 소속된 프리랜서도 아니다 보니까 그림으로 할 수 있는 뭔가를 계속 찾아서 선택해야 하거든요. 이런 순간이 없어도 사람들이 알아서 제 그림을 구매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긴 하죠.
오스틴: 돈 걱정 없이 그린 그림이 더 좋을까요?
카콜: 저는 여행 스케처가 최종 목표예요. 그건 결국 돈이 들어가는 일이거든요. 여행 스케치를 하면서 책을 10권 이상 내고 싶은데, 그러려면 책이 계속 팔려야 하겠죠? 그래야 제가 그걸 계속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거든요. 그냥 그림으로 어느 정도 적절하게 벌면서 다른 여러 가지를 더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그러니까 제가 돈돈 거리는 건 돈이 목표라기 보다는 제가 행복하게 제 일을 하려면 필연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조건 중 하나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오스틴: 뭐 그건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고민 같아요.
오스틴: 이제 후반부 질문만 조금 남았어요. 작가님을 더 완전하게 만드는 심리적 토핑은 무엇인가요?
카콜: 음… 열정이요. 일단 열정이 있어야 어떤 일을 하려고 할 테니까. 노력과 열정 중에 고민하긴 했는데 열정인 것 같아요.
오스틴: 노력과 열정이 어떻게 다르죠?
카콜: 우리가 공부할 때 노력해서 하다가 잘 안 되면 좌절을 하거나 아예 안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근데 열정은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죠. 큰 그림을 그릴 땐 기간이 오래 걸리거든요.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도 체력이 떨어지거나 잘 안 되는 경우 열정으로 이겨내는 편이에요.
오스틴: 작가님의 열정은 자기최면 같은 건가요?
카콜: 비슷해요. 실제로 힘들고 귀찮은 일이 있을 때 어떻게든 끝내보자고 하죠.
오스틴: 그건 끈기나 노력 같은 거 아닐까요?
카콜: 끈기가 생기기 위해선 먼저 열정이 들어가야 하는 것 같아요. 이걸 내 그림으로 표현하겠다는 게 있어야 끈기가 생긴다고 보거든요. 그래야 더 잘할 수 있는 일들도 생기고요.
오스틴: 물질적인 토핑은 뭐가 있나요?
카콜: 아무래도 그림인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저는 일단 그림을 기본으로 두고 다른 영역으로 확장하는 편이거든요. 그림을 이용해 어떤 회사랑 협업을 하거나 책을 만들거나 수업을 하는 거죠. 게다가 제게 그림은 추억을 남기는 도구의 역할까지 하고 있어요. 지난 것들을 기억하게 해주는 매개체인 거죠.
오스틴: 그림과 열정 중에 더 중요한 토핑을 고르실 수 있나요?
카콜: 열정이죠. 그래야 그림을 그릴 수 있으니까요(웃음).
말장난 같지만 그 말에는 힘이 담겨 있다.
오스틴: 진짜 마지막 질문! 지금 작가님의 완전도는 얼마인가요?
카콜: 20% 정도라고 할게요.
오스틴: 너무 낮지 않아요?
카콜: 원래는 더 낮은데요. 일단 10%는 그림을 잘 그리고 있기 때문이고, 다른 10%는 그래도 굶어 죽고 있지 않어서예요. 나머지 80%에는 뭐가 들어갈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오스틴: 이 말은 스스로 완전하게 하는 것들을 아직 다 발견하지 못했다 혹은 더 발견하고 싶다는 거네요. 저는 작가의 완전도를 올리는 것 중에 하나가 유명세 같거든요? 유명세가 결국 먹고 사는 문제와 연결되잖아요. 팬덤이 그림 값이랑 이어지니까 작가들에게 유명세는 곧 매출 아닐까요?
카콜: 맞아요. 그림이 잘 팔린다면 그만큼 팬덤이 생겼다는 것이고, 그럼 10%가 더 늘겠죠? 완판된다면 10%가 추가되고요(웃음).
오스틴: 그럼 완판되는 그날까지 화이팅입니다.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아티스트 콜라보를 기획하다보면 정말 다양한 유형의 작가들을 만나게 된다. 제법 만날 만큼 만나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만난 카콜은 기존의 관념과 형식에서 확실히 벗어나 있는 작가였다. 기본적으로 그는 자신의 철학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아티스트지만, 그 표현이라는 맥락 속에는 자신을 포함한 생태계와 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고민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더 그의 1년 뒤, 10년 뒤 작품 활동이 더 궁금해진다. 마흔이 넘은 그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카콜님의 모자가 궁금하다면 클릭!
사진 및 장소: 사진을 연주하는 공간, STUDIO OFF-BE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