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팝업 중 에피소드
요즘 태리타운은 동남아 순회공연을 다니는 인기 밴드마냥 제주와 서울을 돌며 팝업을 진행 중이다. 냉정하게 메디슨스퀘어가든투어 같은 느낌은 아니다.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위마켓’에 참여 중이다.
위마켓은 8~10개의 스몰브랜드들이 백화점의 목 좋은 곳에 한데 모여 판매를 촉진하는 백화점의 소상공인을 위한 프로그램. 이곳의 재밌는 특징 중 하나는 붙어 있는 브랜드들끼리 서로 친해진다는 점. 과부 사정은 홀아비가 안다고 장사가 안될 땐 서로 격려도 하고 정보와 간식도 깨알같이 나눈다. 단독 팝업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훈내가 진동한다. 그만큼 이웃이 중요하고, 우리 역시 좋은 이웃이 되어줘야 한다.
10월 6일 오전 10시, 새로운 이웃을 만나는 날이다. 아직 오픈을 하려면 30분이 남았다. 잠깐의 짬, 그래도 한 번 해봤다고 먼저 옆집으로 가서 먼저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태리타운입-”
“제 인생 모자예요!”
인사를 마치기도 전에 옆 가게의 점원분은 모자 얘기를 쏟아낸다. 마치 목요일 오후 6시의 삼성역 5번 출구의 인파처럼. 초면인데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자신의 일본 여행 사진까지 보여준다. 사진 속에는 ‘빅터 레드’가 곳곳에 화보처럼 박혀 있었다.
“어젯밤에 디피하실 때 보고 인사를 드릴까 말까 너무 망설였어요. 마치 연예인 본 기분이었어요. 아, 사장님 말고 모자요. 근데 진짜 너무너무 좋아요. 이 디자인으로 핑크도 만들어 주시면 안 돼요?! 네? 진짜 너무 편해요. 진짜진짜진짜.”
모자를 이야기하면서 투썸접(two thumbs up)을 연신 날리는 그녀 덕분에 마치 내가 일본에 다녀온 것 같다. 나 말고도 이렇게 신나서 우리 모자 얘기를 하는 사람이 또 있다니...! 그래 이 맛이야! 다시다 같은 감정과 함께 보람이라는 상투적인 단어로는 감히 대체할 수 없는 뭉클과 몽글 그 사이의 감정이 피어오른다. 이 빌어먹을 갱년기, 눈물샘을 끊어버리고 싶다.
요즘 들어 간간이 태리타운 볼캡을 쓴 사람을 이곳저곳에서 만난다. 대부분 그들은 반신반의하며 샀다가 재구매를 했다고 덧붙인다. 어떤 분은 부산 강연에 참여한 분인데 내가 태리타운 사장인 줄 몰랐다며, 자기는 이렇게 푼수가 아닌데 제작자를 직접 만나니 내적 친밀감이 솟아 올라서 그런다며 내 어깨를 가볍게 툭 친다. 그런 자신을 보고 또 놀란다. 그분이 무안할까 이번에는 내가 얼른 하이파이브를 건넨다.
“저희 모자 좋아하시는 분은 이미 저랑 베프죠! 저처럼 사는 사람들끼리 친구 먹을라고 모자 만드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