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스타그램에 트럭에 실려가는 말 영상을 올린 적이 있다. 그게 260만뷰가 터졌는데, 터진 것도 놀랍지만 거기에 달린 댓글 때문에 한번 더 놀랬다.
원래 이 영상을 올린 취지는 내 개인적 동기부여였다. 사업을 하다보면, 특히 익숙한 서울이 아닌 제주에서 하다보면 상상도 못한 일들이 펼쳐지는데 마치 그게 지금 내게 주어진 상황 같아서 의지를 다지고자 올렸다. 철저히 내 감정에만 몰입한 것.
그에 반해 댓글 중에 말을 안타깝게 보는 시선들이 있었다. 그런 시선이 생기니 나조차도 그 말이 너무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이다. 사실 제주에서 말이 트럭에 실린 채 이동하는 걸 자주 보다보니 그러려니 하던 것들이 타인의 인지와 인식이 공유되면서 내게도 전이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깨달은 것이 바로 ‘메시지의 확대는 공감과 교류를 통한 세계관의 확장’이었다. 쉽게 말해서 내가 아닌 다른 관점에서 보면 더 많은 것들이 볼 수 있다는 얘기. 당연하다고 여긴 것들을 다시 보게 되고, 그런 시선들로부터 새로운 관점이 생기는 것, 이것이야말로 태리타운이 늘상 말하는 성장이지 않은가?!
이러한 변화를 통해 새롭게 하고 싶은 메세지가 생겼다. 바로 유기견에 대한 이야기.
원래 강아지를 무서워하다보니 길에서 목줄이 없는, 자유로운 개들을 보면 도망가기 바쁘다. 나에겐 공포이자 적. 특히 제주는 걷다보면 주인 없는 강아지들이 제법 보이는데 그럴 때마다 너무 무서웠다.
그러나 이번 에피소드를 통해 이들은 이제 적이 아닌 우리가 보호해줘야 하는 상처 받은 아이들이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된 것. 그러나 난 강아지를 만지는 것조차 두려워하는데 데려다 키울 수도 없는 노릇.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모자장수답게 모자를 만드는 것, 그리고 이 모자에 메시지를 담아 유기견이 증가하는 것을 막고, 유기견에 대한 지속적인 보호를 위해 우리 매출의 일부를 그들을 위해 쓰는 것은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결과물이 바로 서머코듀로이의 새로운 라인업인 올리버! 우리의 앰베서더 린지님과 함께 하는 올리버에게서 따온 이름.
얼굴을 모두 가릴 정도로 깊고 긴, 마치 지붕 같은 핏의 새로운 볼캡을 만드는 중이다. 새로운 핏에다가는 인간의 시선이 아닌 유기견들의 입장에서 메시지를 작성했다.
I need a roof, woof!(집이 필요해요, 멍멍!)
이를 모자에 새겨서 캠페인 광고판으로서 우리 모자를 사용하면 포비아를 가진 나도 그들을 위해 뭔가 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조금 급하긴 하지만 바로 샘플부터 만들었다. 너무 시간 끌면 흐지부지 되니까. 급하게 만들다보니 실 컬러도 미스가 나고 보완해야 할 것들이 조금씩 보이지만 모자를 보면서 혼자 계속 히죽히죽 거리게 된다. 오늘 이렇게 조금 더 성장한 것 같아서. #성장충의자아도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