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래 되어 까먹은 게 있었습니다. 나는 그저 귀찮은 게 많은, 그냥 게으른 사람이었단 걸.
낮은 확률의 우연이 겹쳐 하루종일 빈둥거리며 침대와 소파만 오간 날, 휴대폰 대신 리모컨만 쥐었던 그 날, 기억상실 환자가 기억을 되찾는 뻔한 로코 속 한 장면처럼 기억이 돌아왔습니다. 나는 원래 게으른 사람이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누워만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지만 내용, 아니 제목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 달콤한 해방감만 남아 있습니다.
나는 태어나기를 게으르게 태어났습니다.
나는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성실히 학교를 다녔습니다. 스무 살 짧은 해방은 달콤했지만 몇 년의 짜릿함은 몇 배의 죄의식으로 돌아왔고 다시 부응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물론 이는 철저히 저의 선택이었습니다. 게으르기 때문에 했던 가장 편한 결정이니까요.
그래서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게으른 사람이란 걸. 부지런할 수 없기에 부지런한 삶을 택하는, 그런 게으른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