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리타운이 제주스럽지 않다는 이야길 가끔, 아니 매번 듣는다. 제주 브랜드라고 하지만 그런 반응이 있을 때마다 딱히 부정하진 않는다. 변명하지 않는다.
한때는 솔직히 감귤 모자를 만들어야 하나, 모자에 하르방 자수라도 넣어야 하나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지 않았던 건 그런다고 제주스럽지는 않을 것이란 확신. 그냥 기만으로 끝날 것 같아서.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꽤 오래, 그리고 괴롭게 고민했다. 그러길 3년,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제주스럽기 위해선 먼저 내가 제주로 물들어야 한다. 그렇다보니 태리타운 볼캡이 출시하자마자 제주스러울 순 없었다. 제주에 오자마자 어떻게 그것이 되겠는가?
그래서 조급해하지 않으려 한다. 태리타운은 내 삶을 증명하는 브랜드이니, 서서히 조금씩 제주가 삐져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니.
스포를 살짝 하자면, 4.3 사건과 설문대할망 설화, 아라리오 뮤지엄을 모티브로 하는 볼캡들을 준비 중이다. 화해와 통합, 존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여기엔 감귤도, 하르방도, 당근도 없지만 제주에 흠뻑 빠진 내가 있고, 그런 내가 하고 싶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