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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웅 Oct 12. 2017

러브마크 만들기

박원순을 팝니다 #2

박원순을 팝니다에서 서울시의 정책을 시민들에게 잘 알리기 위해서는 서울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브랜딩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특히 박원순이란 프로덕트의 리브랜딩을 두고 '왜 해야 하느냐'에 대해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박원순'이란 브랜드를 어떻게 the only one으로 만들 것인가? 


조금 올드한 개념이지만 '브랜드'를 넘어 '러브마크'가 되고자 한다.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그러나 결국 비슷한 것 같은 이 두 개념의 차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브랜드는 기업이 만들지만, 러브마크는 사람이 만든다. 더 파고들면 이성이 아닌 감성이 작용하는 영역이란 이야기가 되겠다.



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을 하자면, 위의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이 일반적으로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해 나갈 때는 이성적인 요소들을 중심으로 고려한다. 전달하고자 하는(=보여지고자 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타겟에게 인지시키려고 한다. 그에 반해 러브마크가 되고자 할 때는 말 그대로 사랑과 같은 감성적 요소들이 고려된다. 얼핏 봐서는 나이브한 접근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꼭 그렇지도 않다. 일반적으로 광고물에는 사람을 설득시키는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흔히 우리는 이러한 자극을 받아들일 때 스스로가 이성적으로 판단한다고 생각(착각이 더 맞을지도...)하는 경향이 있다. 광고물이 우리의 이성을 자극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지만 사실 그들은 우리의 감성을 건드린다. 그리고 그 자극된 감성이 이성을 설득, 아니 합리화 시킨다. 쉽게 말해서 '나는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있어'라고 착각한단 소리다. 연애랑 비슷하다.


자, 자신의 연인과 있었던 일을 떠올려보자. 


연인이 와서 묻는다. 

"자기는 내가 왜 좋아?"

잠깐 당황하는 자신을 자신은 모르지만 당신의 연인은 느낀다.

"음... 나는 말야... 그러니까..."

당신은 선뜻 답변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게 머뭇머뭇하다가,

"그러니까 말야... 내가 자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일단 자기는 우선 착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알고, 그리고..."

그러나 이미 당신의 연인은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지 않다. 


이러한 패턴, 익숙하지 않은가?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그렇다고 당신이 연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하거나, 뭔가를 잘못한 것이 아니란 점이다. 


대답이 늦은 이유는 당신이 연인을 사랑하는 감성을 설명 또는 설득하기 위해 이성적인 결과물로 뽑아내는데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특정 이유가 있어서 사랑하는게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이유가 있는(=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잘 이해가 안된다면 이에 딱 들어맞는 사례가 있다. 나는 5년째 미니쿠퍼를 타고 있다. 10년 짝사랑까지 포함하면 15년째 가슴 속에 미니를 품은 채 살고 있다. 이 차는 승차감도 딱딱하고 짐을 싣기에도, 지인들을 태우기에도 써억... 그러나 애써 운전하는 맛이 좋다며 노인이 되어서 미니에서 내리는 나를 상상하며 흡족해한다. 결국 나는 '승차감'보다 '하차감'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감성적 호갱인 것이다. 머리로는 다 알고 있지만 난 다시 미니쿠퍼 JCW를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산다.


승차감보다 하차감이 중요한
감성적 호갱


그럼 대체 러브마크는 어떻게 만들 수 있나?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러브마크를 잘 찍는 이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창의적인 사람보다는 발굴하는 사람이 '더 좋은' 퍼포먼스를 '더 오래' 보여주더라. 발굴하는 사람과 창의적인 사람이라... 눈치 빠른 사람은 이미 다 알아챘겠지만 '관습적'으로 테크닉을 앞세워 프로덕트 선택의 의미나 이유를 찾다보면 자칫 처음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결국 들통나고 만다. 초반에 반짝하지만 롱런하지 못하는 프로덕트의 브랜드들이 그런 경우가 많다.


이미 많은 연구에서 증명된 것 중에, 매력적인 크리에이티브를 가진 광고의 경우 광고 태도(attitude toward advertisement)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브랜드 태도(attitude toward brand)나 구매 의도(purchase intention) 형성에는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뭐라카노? 무슨 논물 쓰는 줄? 


(번역기 돌리는 중)광고를 잘 만들었더니 사람들이 광고는 좋아해, 근데 그 광고에 나온 제품이 좋다거나 그걸 사야겠다는 등 원래 이뤄야되는 목표는 달성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말이다. 그것은 기업이나 브랜드의 실상과 광고물 간의 간극이 멀 때 흔히 발생한다. 테크닉을 앞세운 영혼 없는 '좋은 말 대잔치'는 들통나기 쉽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어딜가든 항상 꼽는 사례가 모기업 브랜드 광고다. 가슴 따뜻해지는 슬로건과 함께 평화로운 배경과 음악, 부드러운 성우의 음성, 엄친아/엄친딸 같은 모델들이 조화를 이루며 17편이나 시리즈로 제작될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그 기업의 주력 계열사가 신입사원들까지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시킨 사실이 밝혀지면서 광고는 비웃음거리가 되어버렸다. 좋은 말 대잔치를 했지만 되려 '사람이 기계다', '명퇴가 미래다' 등과 같은 씁쓸한 패러디만 남겼다. 


이 경우는 러브마크를 찍으려고 인주까지 묻혔는데... 다 왔는데... 결국에는 실패하고 만 것이다. 캠페인은 좋았지만 실제 기업이 이러한 가치를 빛내주지 못했다. 이것만 봐도 기업이나 브랜드의 실상과 거리가 먼 크리에이티브만으로는 러브마크를 찍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혼 없는 좋은 말 대잔치는
 들통나기 쉽다


이처럼 되려 반감을 사지 않으려면 '내가 보여주고 싶은 걸' 고민하기 전에,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열심히 발굴'부터 해봐야 한다. 없는 것을 가져오는게 아니라 자신의 프로덕트가 가지고 있는 모습 안에서 이리 저리 뜯어보기도 하고, 깊게 파보기도 하면서 자신들만이 가진 선택의 이유를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도 굴리고 굴려서 단단한 알을 만들 수 있을 때 우리는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수준의 발굴이 이뤄진다.


엉덩이의 힘이 필요한 순간이다. 누군가에겐 무식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왠지 모르게 우아해보이는 이 단어들, 브랜딩, 차별화, 러브마크는 결국 농업적 근면성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분명 더 많이 하는 것이 항상 더 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남들보다 더 많이 고민할수록 더 잘할 수 있는 가능성에 가까워진다. 꼰대스럽다


러브마크는 결국 엉덩이의 힘,
농업적 근면성의 산물



자, 그렇다면 이렇게 선택의 이유를 발굴만 하면 모두 다 러브마크가 되는 것인가? (to be continued)



다음회에서는 러브마크를 구성하는 다른 요소와 '박원순'을 판매하기 위한 방법론이 이어집니다.





<나의 욕망 리스트>
-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서 살기
-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브랜드를 만들기
- 비정규직을 굳이 없애지 않기(뭬야?)
-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해질 수 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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