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스럽지 않은 제주 브랜드

by 신영웅

쇼룸에 고객 두 명이 왔다. 남성이 같이 온 여성에게 태리타운 영업을 하더라. 모니터에 가려져서 내가 있는지를 몰랐던 것 같다. 대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한 부분만 발췌하면-


"오! 태리타운~ 나 여기 모자 3개나 샀어."

"익스클루시브 브랜드야? 컬러 좋네. 국내는 이렇게 과감하게 컬러 플레이 잘 안하잖아. 안전하게 가려고 하니까."

"아니, 제주 브랜든데? 로컬이야 여기."

"엥? 더 과감한데?"

"제주에도 이런 느좋 브랜드 있어서 좋아. 이런 애들이 잘 돼야 제주 브랜딩이 제대로 되지."

KakaoTalk_20251216_135938536_07.jpg


아무래도 남성은 제주에 거주하진 않지만 제주 태생으로 보였다. 여성은 사투리를 드러내진 않았지만 묘한 뉘앙스에서 경북 출신임을 알 수 있었다.


"하긴 코로나 이후로 제주는 도시 브랜딩이 망가지는 느낌?"

"귤모자 같은 거지. 그냥 도파민을 위해 잠깐 쓰고 버려지는. 도시가 그렇게 점점 마모되는 거지 뭐."


헉. 그렇다, 그들은 업자였다. 브랜딩으로 밥벌이하는. 꽤 긴 시간 그렇게 대화를 하는데 그들이 갈 데까지 모니터 뒤에 숨어 있었다. 대화에 너무 끼고 싶었는데 태리타운에 대해 까는 것도 있어서 민망할까봐ㅋ (피드백 잘 반영할게요~)


그들 덕분에 내 평소 생각에 확신 한 스푼이 더 보태졌다.


한결같이 말하지만 태리타운은 제주 로컬 브랜드다. 제주 냄새는 전혀 안 나지만.


감귤이나 당근과 같은 제주의 대표적인 원물을 활용하는 것도 아니고, 바다나 오름 같은 자연을 바탕으로 제주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키 비주얼로 드러내지도 않는다. 하르방이나 해녀도 없다.


제주스럽지 못한 제주 브랜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태리타운을 제주 브랜드라고 말하는 이유는 선명하다.

단순히 '제주'라는 IP를 빼먹기 보다는 제주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작게는 캠페인을 통해 제주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돕고 있다. 비용의 크기는 미미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그곳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크게는 궁극적인 목표기도 한 도시 브랜딩의 한 축이 되고자 한다. 포틀랜드와 나이키의 관계처럼. 제주가 사람이 빠져나가고 관광객에게 소모되는 지역이 아닌 새로운 활기로 순환하는 도시가 될 수 있게.

KakaoTalk_20251216_135938536_01.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