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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웅 Mar 15. 2018

마케팅 퍼널과 유권자

Outsight #1

얕은 생각으로 대충 던지는, 그러나 일할 때 유용한 마케팅 이야기

다들 그런 경험 한 번쯤 있지 않나? 어떤 업계, 분야의 마케터라도 전체 회의를 할 때 개발이나 사업전략 등등의 부분에 관해서는 다들 입을 다물다가 마케팅이나 디자인 관련 주제가 나오면 다들 개떼같이 달려들어서 한 마디씩 하는 것을 본 적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마케팅팀은 목 끝까지 이 말이 차오른다.


랍비 나셨어 아주 그냥~
그렇게 잘 알면 니가 하지 왜?!

그렇다. 이 영역은 생각보다 대박 잘하는 사람도 별로 없지만, 그렇다고 딱히 잘 모르는 사람도 없는, 그런 지랄 맞은 곳이다. 그렇다보니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 처음 마케팅을 시작하는 초심자 같은 경우 여기저기서 흔들어대면 어쩔 줄 몰라 갈팡질팡하다가 산으로 가는 프로젝트를 경험하게 된다.


그렇다고 하루 아침에 마케팅 구루가 될 수도 없다. 의욕과 패기가 넘치는 이라면 서점에 가서 이런 저런 서적을 찾아보겠지만... 그 책이 그 책이고, 뭔가 속시원한 해답은 없다. 차라리 고전에서 힌트를 얻으면 얻었지 제대로 된 실용서는 없었다.


그런 경험을 거치다보니 깊은 이론은 아니더라도 실무에 필요한 '얇은 지식으로도 흡수할 수 있을 정도의 얕은 이야기지만 대충 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나씩 연재를 하고자 한다. 특히 정치영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그리고 그 첫 번째로 마케팅 퍼널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얕게 대충! 깊게 파면 어렵고 재미없고... 뭣보다 나도 그만큼 열심히 써야 하니 꾸준히 못 쓸 것 같아서...


  

마케팅 퍼널

funnel

LTV


사실 그전까지만 해도 회사의 입장을 정리한 글만 쓰는 직업이었기 때문에 고객, 청자, 유저 같은 이들에 대한 고려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우리의 말이 진실이 되게 만드는 일을 했기에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은 어쩌면 조금 부수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마케터라는 직함을 달자 상황이 180도로 달라졌다.


이와 관련해 처음 마케터로서 일을 시작할 때의 에피소드다. 고객 분석 회의에 들어갔는데 회의 중 '퍼널'이란 단어가 반고리관을 거쳐 유스타키오관을 때릴 때 순간 소름이 돋으며 눈빛이 흔들렸던 경험이 있다. 전공을 했던, 논문을 썼던 간에 전문용어를 책이 아닌 실무로 대할 때면 아는 것도 낯설게 느껴지는 법이니까. 나만 그래? 게다가 나만 빼고 다 고개를 끄덕이고 있으니 그 불안감은 훨씬 증폭된다. 노트북에 대놓고 검색을 해보자니 옆사람이 볼 것 같고, 스마트폰을 꺼내자니 왠지 딴 짓 하는 것 같고. 그때부터 외로운 혼자만의 눈치게임을 시작한다.  


퍼널?
funnel?
뜻은 깔때긴데...
...그래서 그게 뭐였지?


회의가 점점 몰입이 될수록, 사람들의 입에서 의견이 하나둘씩 나오면서 노드가 끊긴 기억들이 하나씩 짜 맞춰지면서 돋았던 닭살은 제자리도 돌아오고 얼굴의 홍조가 사라진다. 이해가 됐단 얘기다. 그런데 이내 다시 홍조가 시작된다. 프로덕트팀에서 마케팅팀에게 의견을 가장한 불만이 표출됐다. 새로운 프로젝트로 신규 고객이 증가한 것은 좋지만 이전보다 그들의 이탈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그 때는 어버버하다 더 열심히 하겠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만 하고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막상 들어왔는데 살 게 없으니 나가는 경우에 대해서 체크를 한번 해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요?"라는 말 한마디를 할 줄 모르는 어리바리였다.


어버버 어버버

본격적으로 마케팅 퍼널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이는 주로 잠재적 타겟을 내 브랜드의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이들에게 충성도를 갖게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이야기할 때 주로 쓰인다. 조금 더 쉽게 설명을 하자면 학자마다, 산업이나 상황에 따라 조금씩 용어는 다르지만 외부 노출을 통해 브랜드를 인식하고, 경험하고, 이를 통해 특정 행동을 하게 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단계를 거치면서 고객들은 떠나가기 때문에 이 형태가 마치 깔대기 같다고 해서 붙어진 이름이다.



그림에서와 같이 퍼널 단계를 봤을 때 마케팅팀은 고객을 유입시키는 역할이 가장 주가 된다. 일단 사람들에게 브랜드를 많이 알리고 만나는 접점을 많이 두고 반복 노출시켜 잠재적 타겟을 고객이 될 수 있도록 환기시키는데 집중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브랜드를 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타겟들의 일상 가까운 곳에 포진을 시켜둬야 한다. 여기서 브랜드를 경험한다는 것은 제품을 첫 구매한다거나, 회원가입을 한다거나, 정치인이라면 후원 또는 투표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에 반해 이렇게 유입된 고객의 리텐션을 독력하고 활성화하는 것은 마케팅팀보다는 프로덕트팀에서 주력해야 될 사향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브랜드를 첫 경험한 고객에게 재구매를 유도하거나, 가입된 회원을 꾸준히 서비스를 재방문하게 하거나, 지속적인 투표를 하게 하는 것은 그 브랜드를 '어떻게 보여줄까' 고민하는 부서가 아닌 '어떻게 만들까'를 고민하는 부서에서 더 중점적으로 고민해야 될 사항이란 얘기다. 여기서 삐딱한 이는 뭔가 사일로 효과(부서 이기주의)를 조장하는 것처럼 여길 수도 있겠지만, 이는 정확히 R&R의 문제이다.

사일로 이펙트는 다른 부서와 담을 쌓고 자신들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현상으로 굴뚝모양 창고인 사일로에 빗대어 조직 장벽, 부서 이기주의를 의마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물론 마케팅팀에서 어떤 고객을 유치했느냐에 따라 고객 리텐션은 달라지기 때문에, 마케팅팀이 퍼널 마지막 단계까지 책임이 전혀 없다는 말은 아니다. 특히 커머스라면 고객생애가치(Life Time Value)를 따져서 양질의 고객을 유입시켜야 하고 체리피커(상품이나 서비스 이용은 하지 않으면서 혜택만 챙기는 고객)의 유입을 최소화화는데 집중해야 한다. 만약 마케팅팀이 근시안적인 자신들의 성과를 위해 체리피커만 잔뜩 유입을 시켰다면 프로덕트팀에서 마케팅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러나 정치영역에서 활약을 하는 마케터라면 어떨까?


선거는 보통 4,5년 주기다보니 이를 기준으로 잘라 보면 사실 양질의 고객이 따로 없다.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진 만 19세 이상만 되면 그들의 가치는 균등해진다. 우리는 모두 동등하게 1인 1표를 행사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래서 민주주의가 위대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 당신이 정치씬에서 마케터로서 활약을 하고 있다면 우선은 Retention보다 Awareness에 더 초점을 맞췄으면 한다.


누구나 1인 1표
Retention보다 Awareness

속좁은 여담

마케팅팀이 데려온 유권자가 체리피커든 뭐든 일단 관심을 끌었다면 선거에서 1표를 받아내는 것, 그리고 다음 선거때까지 데려온 유권자의 충성도를 높이는 것은 더 좋은 프로덕트를 구축하는 것일테다. 자신의 프로덕트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상태에서 마케팅팀에게 잘하라고 하는 프로덕트 매니저는 조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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