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sight #2
시청에 오고 나서부터 많이 접하게 되는 단어가 ‘근린’이다. 근린공원, 근린생활시설, 근린상가 등 'ㄴ'과 'ㄹ'이 부딪혀 발음도 쉽지 않은 이 언어는 왜 그토록 사랑(?)받는 것일까?
한자를 따로 찾아보진 않았지만 가까울 근에 이웃 린을 쓸텐데... 뜻은 너무 가깝고 따뜻하지만 표기와 발음은 훈민정음에서나 볼 법 한 근린, 굳이 생활 언어와 동 떨어진 행정적 용어를 관성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만약 필수사항이 아니라면, 혹여나 필수사항일지라도 이를 개선할 수는 방법을 찾아볼 수는 없는 것인가? 브랜딩의 관점에서 조금 더 수용자나 수혜자의 입장에서 접근을 할 수는 없을까?
사실 덮어놓고 문제제기만 할 수 없는 것이, 내가 아직 모르는 규정이나 행정법상의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관습적인 명명이라면 굳이 동네에 있는 공원에다가 이 대중적이지 못한 단어를 써서 ‘말로만 가까운 공원’으로 만드는 것은 아쉽다. 조금 품을 들여서, 한번 더 고민해서 보다 직관적이고 친근한 작명을 할 수도 있었을텐데, 다시 한번 아쉽다.
가끔 시청에서 행정용어 순화를 위해 공무원들에게 언어 교정 문자를 보낸다. 최근에는 한자어보다 영어 사용을 자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어디까지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편협한 시각일 수도 있지만, 그 사례들이 시대 흐름에 뒤쳐진 느낌이다. 청담어학원 앞에서 청학동 훈장님이 "커피 대신 쌍화탕!"을 외치며 사람들을 혼내는 걸 보는 듯한 기분이다.
청담어학원 앞에서
"커피 대신 쌍화탕!"을 외치는
청학동 훈장님
물론 언어는 조금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배운 듯이 언어는 그 민족의 사상과 얼이 담겨 있는 정신문화로써, 어쩌구 저쩌구... 틀린 말이 아니다. 단, 그 보수성의 방향이 억지 한글 사용을 강요하거나 관습적인 언어 사용에 대한 동조는 아니어야 한다. 또한 변화의 기준점 또한 고정된 것이 아니라 조금씩 움직여와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쓰는 언어가 변화하는 방향은 사회적 약자들의 편의와 원활한 소통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사실 한글의 시작이 그런 것이 아니었던가?
행정은 국민과 시민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옆에 있고 함께 있는 것일데 빛이 나는 것 같다. 여기 와서 배운 것이다. 이런 고민이 뻗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만난 '근린'은 여전히 아쉽다. 근린하지만 가깝지 않은 행정용어들이 시민들에게 공개된 자료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브런치'를 '어울참'으로 바꿀 시간에 근린공원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