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이 하이파이브를 하는 이유(상)
우리는 누군가를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누는 순간에도 상대에게 자신만의 메시지를 전하거나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다. 이는 사람들에게 지지와 사랑을 받아야 하는 정치인이나 연예인, 또 자신이 곧 브랜드인 프리랜서들에게는 더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국가나 문화마다 같은 행동이라도 다른 의미로 전달될 수 있기에 첫 인사로 글로벌 랭귀지인 악수만한 게 없다.
악수의 유래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지만 일설에 따르면 서로의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했던 행위라고 한다. 무기가 없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적의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주로 무기를 쥐던 오른손을 서로 맞잡으며 상대방에게 신의를 보여주고 관계의 평등함을 확인시킨 것이다. 그러나 악수가 인사나 감사, 화해 등의 의미를 나타내는 기본적인 인사법이 되면서 각자 한 손만 쓰던 특정 행위가 이제는 다양하게 확장이 됐다.
대표적으로 우리는 악수를 하는 상대방이 나보다 연장자이거나 지위가 높을 때 공손하게 악수를 하도록 교육을 받았다. 정확히 어디서 그렇게 가르쳐줬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는 연장자 또는 낯선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자연스럽게 몸이 앞으로 기울며 두 손을 내밀거나 왼손을 오른팔에 살짝 붙인다.
그런 줄로만 알고 살다가 환장한 순간이 왔다. 바로 군대에서 악수할 때! 헷갈리게도 군대에서는 계급이 높은 이와의 악수에도 자세를 꼿꼿하게 펴고 한 손으로 하라고 교육을 한다. 이 때 다들 한 번씩 불편한 감정이 들었을 것이다. 허리를 펴고 한 손만 내밀라고 해서 하긴 하는데 왠지 그러면 틀린 것 같고 혼날 것 같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자세... 다들 그런 기억은 한 번씩 있지 않나? 고문도 그런 고문이 없다. 어떤 날은 습관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았다가 나중에 따로 뒤로 불려간 기억도 있을 것이다. 어디 가서 군대 얘기 하지 말랬는데...
이처럼 단순히 인사나 감사, 화해의 의미를 지닌 악수는 오프라인에서 퍼스널 브랜딩을 구축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권력 관계의 설정으로 이어진다. 권력 얘기하면 또 빠질 수 없는 키워드가 정치 아니겠는가. 그리고 정치인이 가장 많이 반복하는 행동 중에 하나도 바로 ‘악수’이다. 거짓말도 있고, 반대를 위한 반대 같은 것들도 있지만... 특히 우리 아재의 경우 워낙에 많은 일정을 소화하기에 만나는 사람의 수도 많고 그만큼 악수의 횟수도 많다. 그렇기에 악수를 하는 그 찰나가 매우 중요하다. 그들과 일일이 대화를 나눌 수가 없기 때문에 더더욱.
박원순이라는 사람을 실제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어떤 인상을 줄 것인가, 그래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이 아재의 내재된 매력을 뿜뿜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고민을 시작했다. 그래서 한동안은 무작정 관찰을 했다. 옆에 붙어 다니면서 그가 어떻게 인사를 하는지, 무슨 이야기를 꺼내는지, 손은 한 손을 내미는지 두 손을 내미는지 등등 빠짐없이 관찰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괴리’를 발견하게 됐다. 그 괴리의 시작은 아재 스스로 생각하는 ‘박원순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거리감’과 실제로 사람들이 아재에 대해 느끼는 거리감에서 시작된다.
무슨 말인고 하니, 아재는 지난 7년동안 스스로를 “원순씨”로 불러달라고 할 정도로 탈권위적인 소통을 강조한다. 실제로는 어떨지 궁금한가? 박원순이라는 정치인에게서 중요한 키워드이자 캐릭터가 바로 ‘시민의 옆에서 함께 하는 사람’이다. 여타 정치인과 다르게 앞서서 리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옆에서 함께 걸어가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리고 가까이서 봐서 하는 말이지만 실제로도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이긴 하다. 일례로 김치찌개 먹으러 가도 국자를 먼저 들어서 다른 사람에게 떠주는 건 다반사다. 사실 처음에는 조금 신기하면서도 불편한 적도 있었다. 근데 요즘엔 약간 당연하다는 듯 그냥 받는다 ㅋ 그게 아재의 모습이고 그렇기에 이러한 이미지가 형성되어 온 것이다. 그건 알겠는데!
그러나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원순씨”라고 부르는 건 솔직히 불편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령 학교에서 지도교수가 제자에게 “오늘부터 창환씨라고 불러줘”라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회사에서 부서장이 직원에게 “에이~ 선주씨라고 해도 괜찮아”라고 하는 건 정말이지 고문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힘들다고! 나이차도 있거니와 관계에서 자연스레 설정된 권력 관계 속에서 이건 정말 잔인하다. “원순씨?! 이건 진짜 아니예요!”
원순씨?! 이건 진짜 아니예요!
사실 그는 현재까지 대한민국에서 가장 서울시장을 오래한 사람이다. 지금도 매일매일 그 신기록을 달성하고 있다. 마치 KBL의 서장훈이 마지막 시즌에 올리는 득점이 매번 신기록이 되는 것처럼, KBO의 이승엽이 홈런을 치는 족족 신기록을 갱신하는 것처럼 박원순이라는 정치인이 서울시장직을 수행하는 매일이 신기록이 되어 가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지금 대학교 신입생인 18학번들이 초등학생 때부터 그들의 모든 학창시절의 서울시장은 박원순, 한 사람이었다.
아재 스스로는 변한 게 없다고 생각할 순 있어도 이미 사람들은 박원순이라는 정치인을 이미 ‘꽤 높은 지위에 오른 어른’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 덧 예순을 훌쩍 넘겼다. ‘어? 생각보다 안 많은데? 칠순은 넘은 것 같은데?’ 아직 만으로 62세다.... 너무 그러지들 말자....... 우리 사회에서 나이라는 ‘계급’이 주는 영향도 무시하지 못한다. 그러하다보니 사람들에게 그는 이미 어려운 사람이 됐다. 악수를 하는 모습만 봐도 명확히 알 수 있다. 공손하게 두 손을 내밀고 목례를 몇 번이나 하면서 사랑한다고, 존경한다고 외친다. 의외로 생각보다 인기가 많더라.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존경합니다”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데, “사랑해요”라고 외치는 건 여전히 이해가 안 되는 지점이긴 하지만... 그렇게 아재는 여전히 자신을 낮추지만 상대적으로 사람들은 그를 ‘높은 사람’으로 인식한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괴리’인 것이다. 아재는 억울하겠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했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괴리
그래서 나는 그를 리브랜딩 하는 사람으로서 그의 정체성이나 그가 지닌 가치를 지키면서 사람들에게 유쾌한 경험을 줄 수 있는 인사법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