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이 하이파이브를 하는 이유(하)
그래서 나는 그를 리브랜딩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의 정체성이나 그가 지닌 가치를 지키면서 사람들에게 유쾌한 경험을 줄 수 있는 인사법을 찾아야 했다. 그렇다고 악수를 할 때마다 따라다니며 옆에서 시민들에게 군대처럼 허리를 펴고 한 손으로 당당하게 하라고 소리를 지를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지성이면 감천이고 산책하면 양재천이라고(응?), 양재천에서 가장 좋아하는 카페인 ‘세컨브레스’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곳에는 낯가림도 없이 손님들과 잘 어울리는 검은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그날도 평소처럼 한 여성 손님과 놀고 있었고, 나는 무심코 그녈... 아,아니 그 고양이를 보고 있었다. 한동안 그냥 구경을 했다. 처음에는 고양이의 앞발을 악수처럼 흔들다가 대뜸 고양이의 앞발은 한 손으로 들고 자신의 다른 손바닥을 들어 마주치는 걸 봤다. 그 순간 바로 유레카!
내가 찾은 해답은 바로 악수 대신 하이파이브, 운동선수들이 골 넣고 항상 옆에 있는 선수와 함께 하는 바로 그것, 동료의식을 고취시킬 때 자주 사용되는 손뼉을 마주치는 그 행위! gimme five!
gimme five!
그리고 끊어진 노드가 연결되듯이 뉴런을 타고 저 깊은 곳에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 직장에서 조직문화 캠페인으로 출근할 때 굿모닝 인사로 사람들 간에 하이파이브를 적용한 적이 있다. 사실 그때의 목적은 데면데면한 상황에서 조금 더 빨리 친근감을 형성해 업무 커뮤니케이션 증가에 도움이 되게 할 목적이었다. 쉽게 말해서 가벼운 스킨십을 통해 빨리 친해져서 같이 일 잘하잔 얘기였다. 그 당시 함께 일했던 동료가 그런 효과도 있지만 자신은 아침마다 대표와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그가 덜 어렵게 느껴지는 경험을 했다는 이야기가 촤락 스쳐지나갔다.
그럼 이걸 우리 아재에게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머릿속으로 그와의 하이파이브 장면을 떠올려봤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새어나왔다. 왜 그랬을까? 나는 하이파이브의 매직을 고전적 조건화로 해석했다. 혹시 고전적 조건화가 낯설다면 ‘파블로프의 개’는 다들 들어봤고 대충 알고 있을 것이다. 개에게 먹이를 줄 때 침을 흘리는 자연적 생리 현상을 활용해 종을 치면서 음식을 주는 일을 반복하게 되면 먹이가 없이 종소리라는 자극만으로도 침을 흘리는 현상을 발견한 실험에 대해서는 다들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게 하이파이브랑 연결된다고 보는 것이다.
자, 우리도 한번 하이파이브 장면을 떠올려보자. 푸른 잔디밭이 펼쳐지는 경기장, 지금 벌어지는 경기는 엘클라시코, 바로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31라운드 후반 39분, 스코어는 1:1 동점 상황. 호날두가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든다. 그 골로 레알 마드리드는 역전을 하게 되고, 호날두와 벤제마는 서로 눈이 마주치자마자 하이파이브를 한다. 이 순간 나 역시 손에 땀이 나고 상기된다.
이처럼 보통 하이파이브를 하는 순간은 환호의 순간이나 축하의 순간일 것이다. 하이파이브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유쾌한 기분이 따라오게 된다. 이처럼 하이파이브를 직접 하거나 주위에서 손뼉을 서로 마주치는 것을 보게 되면 긍정적인 감정이 생기게 된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구 결과에서도 하이파이브와 같은 스킨십을 통해 혈관이 튼튼해지고 면역력이 향상된다고 밝히고 있다. 게다가 상호간의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내가 더 주목한 것은 하이파이브를 하는 순간 두 사람의 손이다. 예를 들어 아재가 한 손을 들어 청년에게 내밀었다면 그 청년도 당연히 한 손을 갖다댈 것이다. 악수처럼 허리를 굽혀 공손하게 두 손을 살포시 갖다대는 게 어색하다. 또 반대로 이 청년이 두 손을 들어 머리 위로 내밀었다면 아재도 역시 두 손을 번쩍 들어 맞장구를 쳐줘야 한다. 하이파이브를 하는 그 순간만큼은 적어도 두 사람 간의 권력 관계는 살짝 뒤로 미뤄진다.
아재가 한 손을 들어 청년에게 내밀었다면
그 청년도 당연히 한 손을 갖다댈 것이다
이러한 고민을 통해 요즘 그와 아침 운동을 마치고 “수고하셨습니다”를 외치는 대신 다가가서 하이파이브를 건넨다. 함께 운동했던 이들끼리 모여서 신나게 손뼉을 마주치면서 유쾌하게 마무리를 한다. 하이파이브를 하기 전과 후의 대화 양이나 웃음소리의 크기가 달라졌다. 부쩍 서로 농담하는 시간이 늘었다. 서로의 마음에 조금씩 비집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작년 겨울 젊은 전문가들을 만난 인터뷰 <몰라서 물어본다>를 진행할 때에도 주저 없이 추천을 했다. 만나면 무조건 대뜸 하이파이브부터 시작하라고. 그들은 처음은 낯설어했지만 인터뷰 도중 케미가 통할 때마다 그들은 끊임없이 손바닥을 맞댔다. 특히 일러스트레이터 아방과의 인터뷰 당시에는 1시간동안 열 번이 넘게 하이파이브를 하기 바빴다. 그만큼 둘의 케미가 남달르기도 했고,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인터뷰도 진솔하게 다가왔다. 특히 지코와 하이파이브를 할 때는 지코가 신나서 아재에게 업그레이드된 하이파이브를 가르쳐주기도 했다.
이것을 난 개인적으로 ‘하이 매직’이라고 부르고 싶다. 단순히 손(five)만 높게(high) 드는 것이 아니라 어색하고 낯선 이에게 인사(Hi)를 건네며 서로의 마음을 열어주는 마음의 마술이기 때문이다. 혹시 당신이 속한 조직이나 공간의 분위기가 서먹하거나 어색하다면 당신이 먼저 하이파이브로 인사를 건네보면 어떨까?
혹시 길을 걷다가 우리 아재를 만나게 된다면 힘차게 한 손을 들어올리고 그에게 하이파이브를 청해보라. 그러면 그는 이런 미소로 반갑다는 인사와 함께 당신의 손뼉에 맞장구를 쳐줄 것이다.
Hi~ Five!